나를 찾아가는 여행
어느 날 유튜브에서 실리콘벨리 개발자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분은 자신의 판단실수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 그럴 경우 회사는 해당하는 사람에게 실수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데 5번의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고 한다. '왜?'라는 대답 앞에서 가장 떠올리기 쉬운 것은 내가 멍청해서 같은 것이 나올 수 있지만 당연히 이는 답이 될 수 없다. 내가 그런 판단을 하기까지 철저하게 왜 그런 선택을 하였는지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것은 꼭 어느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매번 질문을 던지기에는 너무 피곤하지만 때때로 '왜?'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할지 않을까. 무응답도 응답이라 생각한다면 그냥도 이유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냥"보다 더 나은 대답은 있을 것이다. 마음이 끌려서, 그렇다면 마음이 끌린 깊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나를 성찰하는 데에는 이것만이 유일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어느 정도 유효하다고 본다.
아마 유명한 만화 미생에서도 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바둑 기사는 경기가 끝난 뒤 처음부터 마지막 수까지 대국을 복기한다. '왜 나는 이 수를 두었는가?' '이 수는 정석인가, 변칙인가, 실수인가?'
선수가 치열하게 고민해서 더 나은 다음 판을 준비하는 것처럼 우리의 완벽하지 않은 오늘을 '왜?'라는 질문으로 복기하며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나는 글의 시작을 질문으로 하고 싶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선문답을 하려고 한다.
왜 나는 책을 읽었을까? - 어떻게 책을 읽었을까
왜 나는 '그'책을 골랐을까? - 어떻게 책을 골라볼 것인가
왜 나는 독서노트를 만들었을까? - 어떻게 독서 노트를 쓸 것인가
왜 나는.... - 어떻게 나는.... 경제를, 문학을, 정치를, 심리학을......
나의 고민을 질문으로 구체화시켜 여러분과 함께 찾고자 한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뒤 좋아하게 된 영어 속담을 적어주고 싶다.
Small Questions 작은 질문들은
Lead to small discoveries 작은 발견으로 이어진다.
Bigger Quesionts 큰 질문들은
Lead to Bigger discoveries 큰 발견으로 이어진다.
Some questions 어떤 질문은
Only reaveal deeper mysteries. 더 깊은 수수께끼에서만 드러난다.
Even if you know what question to ask 당신이 묻고자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알아도.
The answer may surprise you 그 대답은 당신을 놀라게 할 것이다.
Asking Enormous questions. 거대한 질문을 물어보는 것은
Can creat Enormous problems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
Asking too many Questions. 많은 질문을 하는 것은
Can make you look ridiculous 너를 이상하게 보이게 할 수도 있다.
When you come across unusular questions. 당신이 특이한 질문을 마주했을 때
There's not much else to do. 다른 것과 다른 것은 없다.
But to stick with the quesiton. 그러나 그 질문에 매달리다 보면
And see where it takes you. 그것이 너를 어디로 데리고 갈지 보아라.
그렇다면 내가 군생활을 하면서 책을 미친 듯이 읽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군생활을 하면서 대략 170권의 책을 읽었다. 그 당시 육군 복무 기간이었던 21개월, 638일로 나누어 보면 3.6일에 한 권씩 읽은 셈이다. 책 말고도 국방일보, HIM 군인잡지를 포함한 각종 월간지, 문자의 양으로 따지면 나의 눈은 수많은 활자를 담았다. 양 이외에 기간을 다시 생각해 보았을 때 신병으로 처음 시작하는 훈련소에서 이등병까지는 거의 독서를 하지 못했던 것을 본다면 기간에 따른 독서의 밀도는 더욱 농밀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저 사람은 보급이나 병참, 어느 높으신 분의 운전병이나 아무튼 어떤 꿀보직이라 시간이 남아돌고 몸이 편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나름 내가 더 힘들었다고 주장하는 불행배틀을 시작해 본다면 보병부대의 유탄수였고, 강원도 GOP의 초병으로 복무하였다. 거기에 더해 사람이 부족하여 여러 보직을 겸임하였다. (오히려 사람이 부족해서 한 사람이 여러 보직을 겸하는 일은 예전보다 지금이 더 심하다고 알고 있다) 평소에는 초병이었지만 주말에는 소초 군종병이었으며 취사병이 휴가를 가면 밥을 하는 취사병부사수였고 GOP소초에 독서카페 컨테이너가 들어오자 내가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이유로 독서카페 관리도 맡게 되었다. 그렇다고 근무가 빠지는 것도 아니었다. 저녁을 만들고 근무에 투입된 적도 있었으며 반대로 철수를 하고 아침을 만든 적도 있다. 밥을 준비하다가도 군종목사가 왔다고 해서 안내하러 뛰어나갔다가 온 적도 있었다. 주마다 낮과 밤근무는 바뀌었고 몸은 피곤하여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왜 그렇게 나는 책을 읽었을까 그저 TV를 보며 맛있는 거 먹으면서 선후임과 함께 쉴 수도 있었을 거다. 군대에 가기 전 꼭 책을 몇 권은 읽고 오겠다고 다짐한 것도 아니고, 군생활 하는 어느 시점에 특별한 계기를 통하여 독서를 많이 하자는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었는데 왜일까.
그때 당시도 전역한 뒤에도 한동안 책을 읽은 이유를 알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이유가 없는 것도 이유는 아닐까. 단지 제한된 환경 속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겠거니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 생각해 보면 "불안해서" 아닌가 한다. 그 당시 나는 비전이나 꿈같은 희망적인 이야기보다 뭘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 속에 군대를 오게 되었고, 그 군대에서의 또 다른 피난처로 독서로 선택을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시간 동안 많은 책을 읽고 깊게 고민한다면 어떤 답이라도 알지 않을까 하는 희망 속에서 말이다. 최근에 들어서 알게 되었는데 사춘기를 중2병이라고 하는 것처럼 대학에 입학을 하고 진로와 전공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며 불안해하는 것을 두고 대2병이라고 하는 용어가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나도 딱 그런 상태가 아니었나 한다.
다시금 나의 군생활을 복기해 본다면 다른 동료, 선후임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체생활에서 집단에 어울리고 같이 행동하기보다. 늘 혼자서 책을 들고 있기를 택했으니 말이다. 근무가 비는 날에 어김없이 독서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니 선임이 책 좀 그만보고 생활관에서 같이 드라마나 보자고 하였고(나중에 이야기하기로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다고 했다) 하루는 어떤 동기는 나는 나만의 세계를 지키려고 한다고 하였다. 눈치가 없는 나도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로 한 말은 아닐 것임을 안다.
하지만 그렇게 필사적으로 한 독서
전역과 함께 남은 170권의 독서
왜 이렇게 책을 읽었을까, 어떻게 책을 읽었을까, 어떤 책을 읽었을까 많은 꼬리를 무는 질문에,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답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불안감속에서 했던 필사적인 독서는 오늘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이 글을 쓰는 과정이 쉬운 편은 아닐 것이다. 무의식으로 들어가서. 내면 깊은 곳 보이지도 의식하지도 못하는 부분을 촉감에 의지해서 더듬는 장님처럼 찾아야 쓸 것이다.
프로이트의 우리는 과거에 결정된 존재라는 콤플렉스와 아들러의 우리는 속박된 존재가 아닌 매 순간 새로운 사람이라는 말 사이에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는 왜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을 읽었고 무엇을 생각했는지 찾아가고 싶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리고 이 글의 경험이 여러분에게 정말 조금의 보탬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나의 부족한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군대에 갈 예정이거나 혹은 이미 복무중이라면 나는 꼭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책 많이 읽으세요, 제일 책 읽기 좋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