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찾기
지금부터 독서 큰 주제 별로 왜 읽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읽을 것인가 찾아가 보고자 한다. 이 과정 속에서 나름 의미 있는 대답을 찾을지도 혹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여러분들도 같이 자신만의 이유를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무엇을 읽는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이야 / 이런 점이 좋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왜 문학을 읽었을까?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상투적으로 취미가 뭐예요 물었을 때 영화를 본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이 있지만 빈말로도 독서가 취미라는 사람을 보기 어려워졌다. 영상이건 글이건 콘텐츠의 소비속도는 빨라지고 길이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SNS와 유튜브, OTT 볼 것이 넘쳐나지만 이제는 2시간짜리 영화도 너무 길고 10분 정도의 길이의 유튜브 영상조차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없어졌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 같이 수초짜리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심지어 그 짧은 쇼츠 조차 결말이 뒤에 있으면 불평을 하며 덧글부터 보게 된다.
이렇게 콘텐츠의 인스턴스화가 심해졌다고 하는데 하물며 문학은 어떤가. 책의 두께부터 진입장벽이 느껴질 수도 있다. 사실 나조차도 도서관에서 큰 마음먹고 고전 명작이라고 집어 들었지만 수백 페이지가 되는 무게감에 다시 돌려놓은 적도 있다. 속으로는 읽어보고 싶지만 왕좌의 게임, 위쳐 같이 드라마나 게임의 원작이 되는 시리즈물은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나마 마지막으로 읽은 시리즈물이 헝거게임, 아리랑인데 벌써 수년은 되었다.
문학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책을 좀 읽는 사람들은 좀 다를까 나는 지역 소모임으로 독서모임을 반정기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정기적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독서가 매주 투표로 지정되는데 자기 계발서, 동기부여나 돈과 관련된(경제도 아니다 진짜 돈 버는 법 부자 되기, 사업 관련이다) 책만 주야장천 올라오면 안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이라면 평균이상으로 독서를 할 것인데 그마저도 문학의 빈도는 현저하게 낮았다. 가끔 문학이 올라오면 참여인원 미달로 넘어가고 한다. 나름 독서를 한다고 하는 사람에게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현실을 이기는 힘 상상력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미가 있어서? 특별한 교훈? 아니면 책이 유명해서? 작가가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군대에 입대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자대에 갓 배치받은 이등병일 때 읽었던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였다. 일본문학에 조금 관심이 있다면 유명한 소설작가임을 알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특별하게도 소설이 아닌 인터뷰집이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책 후기를 찾아보고 작가만 보고 생각 없이 샀는데 낚였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 인터뷰의 주제는 '옴진리교 사린가스 지하철 테러사건'의 목격자와 생존자들을 직접 추적해서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책을 보면서 특이하게 여긴 것은 사이비 종교가 저지른 테러인 만큼 그 범행을 저지른 신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의 범주에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거나 미치는 등 직접적인 하자가 있고 비이성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겉으로 봐도 정상적인 생활을 누리며 심지어 도쿄대 공대생을 비롯한 사회의 엘리트가 이 어처구니없는 사이버 교단이 사주한 테러에 가담하였다. 이 광경을 두고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진단하기를 "문학을 읽지 않아서"라고 하였다. 때때로 현실보다 더한 픽션이 닥쳐올 때 문학을 통해서 상상력을 단련하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현실에 나 자신이 압도를 당한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몰라도 나는 이 이야기를 공감하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는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문학편의 소제목을 퍼즐 찾기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퍼즐을 직접적으로 비유해 보자면 인생의 조각이다. 나는 문학을 읽는 이유를 인생의 조각을 찾기 위해서라고 하고 싶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에 있어 그 상황을 겪어보지 못하면 완전한 공감이라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다. 하다 못해 같은 동네 고향친구, 학교 동창, 같은 업계 사람들. 내가 겪었던 경험과 공간을 공유하는 곳에서 나오는 공감은 상당히 크다. 학연 지연 혈연이라는 것이 따로 있겠냐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공감을 통해서 금방 친밀감을 얻으며 그렇지 못한 사람을 만날 때는 면접이 시작할 때 하는 아이스브레이킹처럼 뻔한 관심사를 물어보고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을 것이다. 우리의 시간과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내가 아무리 활달한 사람이라고 해도 여러 학교를 동시에 다니고 다른 전공과 수업을 들으며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노력한들 물리적인 제약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 나는 문학을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 공간이 실존했건 허구이건, 작가의 경험과 상상력은 그 속에 들어 있다. 우리가 아무리 상상한들 어떻게 1800년대 러시아 빈민의 삶을 경험해 보겠으며 중세시대의 귀족의 기사도를 보겠는가. 하지만 책이라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100권의 책에서 100가지의 상황 속에서 100명의 주인공이 100번의 선택은 그리고 그 속에서 단 하나의 나의 선택은 무엇일까. 이 과정에서 새로운 퍼즐 조각을 찾아보게 되고 내가 가진 조각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어쩌면 모든 것이 정말 다르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가 내가 가진 것과 완전히 똑같을지도 아니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는 퍼즐 조각이라고 그 가치가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많은 퍼즐조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내가 가지고 있는 퍼즐조각을 또는 비슷하게 생긴 조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 쉬워질 것이며 그렇게 만난 사람을 공감하기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문학을 읽으면 감수성이 풍부해진다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영화도 마찬가지 아닌가? 묻는다면 뭐 아마도?)
마지막으로 문학이 가지는 특수한 것이 있다. 철학, 에세이, 역사, 경제, 자연과학, 사회과학 다른 모든 카테고리를 늘어놓고 보더라도 문학이 가지는 위치는 조금 다르다. 만약 누군가의 수기나 에세이, 수필을 읽으면서 교훈 그리고 경험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는 적어도 그 주인공에 몰입을 하면서 읽은 기억은 없기 때문이다. 약간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국 남의 경험이라는 것을 의식했던 것처럼 보인다. 반면 문학을 읽을 때, 특히 소설을 읽을 때만큼은 다르다. 밤새 잠을 줄여가며 소설에 빠진 적이 있었고 정말 재미있는 소설은 꿈에서 강렬하게 나타나났고 이는 다른 종류의 책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다. 어쩌면 문학 작품이라는 것이 현실에 기반하였건 그렇지 않건 소설 속의 세상은 독립된 곳이고 이는 현실과는 단절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실의 단절은 현실의 제한을 벗어버릴 수 있으며 제한이 없다는 것은 자유롭다. 문학을 통해 주인공을 통해 쾌감을 얻기도, 탐정 추리를 따라가며 감탄하기도, 인물의 비극에 공감하고 슬퍼하기도 하는데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오묘한 기분과 경험이 우리의 감정을 이끄는 것은 분명 색다른 일이다.
영화 마니아에게 있어 마지막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처럼 나도 조금 오래된 이야기지만 소설을 쓰기 위해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나름 세계관을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조사도하고 스토리 라인을 짜본 경험이 있는데 결국 이야기를 이끄는 것은 사람 간의 갈등이었고 내가 만든 세계 속의 인물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욕망이었다. 길게 써보지는 못하고 습작으로 남겨두고 있었지만 단순히 세계관을 구성하고 스토리라인을 짜는 일에 그치지 않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풍부해진 것을 경험했다. 결국 이런 유의 관찰력은 창의력을 키웠고 점점 문학 작품에 빠지게 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앞선 이야기의 연장선으로 계속해서 반복하는 이야기로 공감능력에 대한 것이다. 최근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으로 도둑맞은 집중력이 있다. 특별히 눈여겨본 부분은 문학을 즐겨 읽는 사람의 경우 인물에 대한 공감능력이 잘 발달하였고 이야기를 쫓아가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연히 이런 능력은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온다. 사실 공감이라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다른 큰 이유를 찾아본다면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는 역시 사람에 대한 이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감능력은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자산임은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여러분에게 있어 문학이 지니는 의미는 어떤지 나 또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