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연애

연애에도 쿨함이 필요해

by 김하늬

연애가 다 똑같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20대의 난 적지 않은 연애를 했었다. 그리고 빠른 결혼을 했다.

다양한 연애를 했었기 때문인지 결혼 후 연애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사실 출산과 육아를 바로 경험하면서 연애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아이들이 크고 조금씩 나에게 여유가 생기기 시작할 때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도 결혼을 안 한 친구들은 여전히 연애를 하고 있었다.


'하트 시그널'을 보면서 설레 죽는다. 다른 사람의 연애를 훔쳐보면서 내가 연애하는 것 마냥 설레 한다. 강제로 연애를 할 수 없는 유부녀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대리 설렘

현실적으로 연애가 불가능한 사람들과 진짜 연애가 귀찮은 사람들이 속속들이 나타나면서 '대리 연애 프로그램'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에너지 소모전이다. 서로가 익숙해질 때쯤 주로 나오는 말이 있다. '너 변했어..'

사실 그 사람도 나도 변하지 않았다. 원래 그랬을 뿐이다. 썸과 연애 초기단계에는 나 본연의 모습이 아닌 엄청난 에너지를 초인적으로 사용하는 시기다. 잘 보이고 싶고, 어떤 것이라도 의미부여를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 아닌 한껏 꾸며진 내 모습을 사용하는 시기다. 행복 호르몬 도파민에 가려져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시기이다.

다음 단계는 서로를 맞춰 가는 시기다. 생각보다 다른 둘의 취향을 알아차린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를 맞춰가는 시간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이미 다수의 연애를 경험한 사람들은 누군가와 이런 스트레스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조차 귀찮아진다. 혼자인 게 익숙해질수록 함께하는 것이 두렵다. 그렇게 우리는 대리 설렘을 선택한다. 직접 하는 건 귀찮고 대신 간접적으로 설렘을 유지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어른의 연애

대리 설렘의 단계를 뛰어넘은 사람들은 어른의 연애를 한다. 딱히 꾸미지 않는다.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오픈한다. 내가 원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그 부분을 상대에게 미리 선포한다. 가령 '난 연락 자주 하는 게 힘들어. 하지만 만났을 때 최선을 다할게!'

당연히 에너지 소모전이 반으로 뚝 떨어진다. 누군가는 여기가 미국이냐, 너무 쿨한 거 아니냐라고 반문한다. 그럼에도 어른의 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있는 그대로 나로서 존재하기에 서로 만족도가 높다.


다수의 연애 경험이 '상대를 보는 안목'을 만들지 못한다. 꽤 괜찮은 사람과 꽤 괜찮은 방법으로 연애를 자주 해야 상대에 대한 안목이 길러진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의 연애는 '안목'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0대의 서툰 연애들의 합보다 어른의 연애 한 번이 필요하다. 좋은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 30살 전에 결혼을 금지해야 한다며 수다 떨었던 일이 생각난다. 물론 생물학적 나이가 중요하겠냐만 경험의 차이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한 후 서로를 알아간다면 서로에게 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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