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밥과 관련된 인사말을 자주 건넨다. '언제 밥 한번 먹자, 밥은 먹고 다니냐' 등등. 식사는 살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식구라는 말에서도 느껴지듯, 우리는 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긴다. 삼시 세 끼를 잘 챙겨 먹으라는 말도 덕담으로 여긴다.
내가 16:8 간헐적 단식을 제대로 시작한 지 약 한 달 정도 되었다. (16시간 공복 유지, 8시간 이내 식사) 약 5년 전쯤 한창 레몬 디톡스가 유행할 때, 2리터짜리 물 한 병으로 1.5일 정도 단식해봤다. 그때 느낀 가벼움이 좋았지만 사회생활을 하거나 누굴 만나면서 단식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식욕이 아직 왕성할 때라 그런지 너무 배고팠던 기억 때문에 그 뒤로 다시 시도하지 못했다.
이번 주말, 바디 디톡스와 디지털 디톡스를 동시에 진행했다. 전날 금요일 점심에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일요일 오전까지 금식했다. 물론 물은 계속 자주 마셨다. 평소에도 하루 2리터 이상은 마신다.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매일 하던 운동은 플랭크만 1분씩 3세트를 하고 다른 운동은 하지 않았다.토요일 중간에 3시간 정도 외출하고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책장 1칸, 서랍장 위를 정리한 것 외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약 40시간 정도 공복을 유지했다. 금요일 저녁, 토요일 두 끼(원래 두 끼만 먹으니까), 총세끼를 건너뛰었을 뿐인데 일요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눈이 침침해서 앞이 잘 안보였고, (이내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괜히 식은땀이 났다. 평소에도 배가 심하게 고프면 식은땀이 나고 손이 미세하게 떨린 적이 있긴 하다.
공복 체중은 전날과 비교하여 약 0.7kg 감소했다. 큰 감소는 아니지만 평소에 식사량이 적을 때 0.4kg 정도의 체중감소를 보였으니 단식으로 더 빠졌다고 생각한다. 5년 전만큼 극도의 배고픔을 느끼진 않았지만 약간의 어지러움과 식은땀 때문에 일요일 오전에 과일로 가벼운 식사를 시작했다.
배고픔, 단식에 대한 두려움은 괜한 두려움이었다. 지금 하루 2끼를 먹고 있는데 1끼만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확실히 몸이 가벼워진 기분이고, 며칠 동안 이 가벼움은 유지될 것 같다.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일요일에는 무엇을 먹어도 맛있었다. 그리고 그 영양소들이 몸에 바로바로 흡수되는 기분이었다.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를 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못해도 1시간이다. 먹기만 해도 30분은 걸린다. 평일 근무 중에도 이동 시간, 먹는 시간, 동료들과의 대화 시간만 해도 그 정도는 걸린다. 단식을 하니 당연히 그에 소요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공복 상태를 길게 유지하며 한 달에 하루 정도는 이렇게 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삼시 세 끼를 다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요즘의 질병은 대부분 잘못된 식습관으로 생기지 못 먹어서 생기는 질병은 거의 없다. 가짜 배고픔에 속지 말자. 우리 몸은 생각보다 튼튼하다.
심지어 3일을 굶고 후기를 남긴 외국인도 있었다. 이분은 단식 3일째 크로스핏까지 했는데 전보다 더 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복 운동엔 아직 도전하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