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고 무난한 것이 좋은 엄마. 바뀌고 재미있는 것이 좋은 아들
한결같고 무난한 것이 좋은 엄마.
"엄마, 오늘 밥 뭐야?"
매일, 매 끼니마다 묻는 질문에 마땅한 답이 없을 때는 참 힘들다. 주로 익숙한 요리들을 돌려가며 하는데, 카레, 돼지고기 굽기, 소고기 국밥, 계란말이, 베이컨 말이, 돼지 국밥, 계란탕, 소고기 굽기, 김치볶음밥, 소시지 볶음, 계란 비빔밥, 샤부 샤부를 돌려가며 식탁에 올린다. TV에서 소개되는 요리에 도전해 봐야지 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맛있겠다.'
그래도 꼭 먹어 보고 싶다면, '어디 파는데, 없나?" 까지다.
배달 음식, 포장 음식도 자주 먹는다. 가는 식당도 정해져 있다. 바지락이 한가득 들어간 바지락 칼국수 집, 매콤한 것이 땅길 때 찾는 비빔국숫집, 산미가 일품인 커피 집, 스카치 캔디 맛이 나는 거품이 가득 들어간 시장 커피 집, 초코 식빵이 예술인 빵집, 딸기가 한가득 들어간 케이크 집, 단 맛이 돌면서 간이 센 옛날 김밥이 맛있는 수제비 집, 짭짤하고 간장 맛이 좋은 치킨 집, 쫄깃쫄깃 오징어가 생각날 때 달려가는 무침회 집, 시원한 국물과 한 번에 베어물 수 있는 흰 살 생선이 매력인 매운탕 집, 각종 절임 메뉴와 죽이 일품인 백숙 집, 곤드레 밥과 생 오리 구이가 맛있는 오리 고기 집 정도다.
항상 그 자리에 있고,
항상 같은 맛인,
내 위장도 그 맛을 알고 있어,
편안하기 때문에 고민할 거리가 전혀 없다.
10년 가까이, 혼자든 가족이든, 명절, 공휴일 언제든지 칼국수가 먹고 싶으면, 항상 들르는 바지락 칼국수 집이 있다. 바지락이 반, 칼국수가 반일 정도로 후하게 담긴 바지락과 칼국수, 갓 절인 배추 재래기, 작은 소스통에 담긴 고추장아찌가 전부 인 곳이다.
냉장고, 작은 티브이뿐인 테이블 4개인 작은 곳.
딱 필요한 것만 있는 이곳이 좋다.
이사로 멀어진 거리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아이와 들를 때였다.
여느 때처럼 조용히 빈자리에 앉았고, 메뉴를 주문했다.
"진짜 오랜만이에요. 이사 갔어요? 아이들도 많이 컸네." 긴 말 대신 사장님은 콜라 캔 두 개를 서비스로 주시며, 평소보다 조금 길게 눈인사를 해 주실 뿐이었다. 적당한 거리 유지까지 최고인 곳이다.
우리도 칼국수와 김치를 깨끗이 비우고, 보다 따듯하게 눈을 맞추었다.
허리를 더 공손하게 신경 써서 숙이고
좀 더 길게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하고 나와도 편안하고, 충분한 곳이다.
반면 새로운 음식점을 간다는 것은 위치, 메뉴, 시그니처 메뉴, 가격, 손님이 붐비는 시간대, 포장의 유무, 주차장의 유무, 맵기의 정도, 휴무일, 브레이크 타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마침내 최종 결정된 식당에 가서도 고려할 리스트가 꽤 된다. 인테리어 정도, 청결함, 맛, 내 위장이 얼마나 편안하게 받아들이는지, 가족 모두가 내켜하는지에 따라 자주 가게 될지가 정해지므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외식, 포장을 할 때도 갈 곳은 거의 정해져 있다.
군것질도 많이 하지 않는다. 과자나 아이스크림, 음료수도 한결같다. 나중에 이빨이 안 좋으면 먹지 못할 것 같은 촉촉하고 바삭한 추억의 과자, 짭짤한 수프를 올려먹는 바삭하고 밋밋한 생라면, 바삭 소리가 나는 짭짤한 땅콩이 안에 들어 있는 봉지과자, 적당히 오렌지 맛이 나는 오렌지 주스. 가끔 새로운 것을 먹게 되더라도 하나, 두 개 정도 먹다가 그만둔다.
바뀌고 재미있는 것이 좋은 아들.
스스로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고, 칼질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아들은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직접 요리해서 먹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직접 해 보라고 이야기했는데, 하나둘씩 해 보던 경험도 한 몫했다.
아이가 훌쩍 크니, 귀찮아한다며 거의 쓰지 않은 달고나 만들기 세트를 받았다. 1시간 정도 떨어진 군위 화본역 앞 분식집에서 달고나 만들기를 처음 해보고는 종종 달고나 이야기를 했다. "오징어 게임" 영화에도 달고나가 등장하면서 아들은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아주 신나 했다. 입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하는 방법을 말하며, 동생에게 이렇게 하는 거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큰 소리로 다급하게 소다가 더 필요하다고도 하고, 설탕을 좀 더 부어달라고도 했다. 한 통 가득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우유 위에 얹어 먹기도 했다.
대형 마트에서 산 큰 봉지의 딸기는 끓인 다음, 체에 걸러서 딸기 음료수를 만들었다. 한 모금 마시고는, "마법 주스"라 했다. 가끔 한 모금, 한 입도 겨우 먹는 동생을 앞에 두고 게임 후 강제로 먹어야 하는 게임 벌칙용도가 되기도 했다.
제주도 감귤 따기 체험 후 가득 따온 귤을 갈아서 주스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이걸 발견하고는 아들은 아이스큐브 트레이에 넣어 각 얼음으로 만들어 먹었다. 할머니 댁 박스 안에서 자고 있던 빙수 기계를 가지고 와서는 이 각 얼음을 다시 갈아서 귤 빙수를 먹기도 했다. 그리고 귤 빙수 위에 초록색 잎을 얹어 사진을 찍었다.
초콜릿도 생초코릿을 두고, 슈퍼에 파는 가나 초콜릿을 사서 그것을 중탕하고 냉장고에 두었다.
라면은 남아 있는 된장을 넣어서 된장 라면을 만들어서 먹었다. 어떤 날은 물은 거의 없이 하고 숙주를 넣어 볶음라면을 해 먹었다.
파마산 가루, 후추, 소금을 들고 다니면서 먹어야겠다고, 조그마한 통해 든 조미료를 사달라고 몇 번 이야기하다, 직접 장난감 통처럼 보이는 작은 플라스틱 통에 이 조미료 세트를 넣어 책상 위에 올려두거나,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녔다.
아들은 편의점이나 슈퍼에 가서도 새로 나온 과자, 젤리, 음료는 꼭 도전했다. 이름도 길어서 외우기도 힘든 과자, 포장지도 비슷비슷해서 헷갈리는 과자를 아들은 매번 시도하고 도전했다. 그리고 TV에 나오는 맛 칼럼니스트, 맛 평가단처럼 그 맛에 대해 말했다.
"느끼하지만, 생각나는 맛"
"단짠 단짠으로 자꾸 손이 가는 맛"
"너무 매워서 타들어 가는 맛"이라 말하고,
손짓, 몸짓을 더하고, 손가락을 쪽쪽 빨며 이야기하고, 먹고 이야기하고 먹고, 말했다.
"엄마도 먹어볼래?"
그때마다 내 대답도 한결같았다.
"아니,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