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복잡하고, 어렵고, 힘들고, 예민한 문제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동생이 싫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엄마한테, 어쩜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이제 곧 성(性)과 관련된 질문을 하게 될 텐데, 난 어떻게 대답해 줘야 할까?’
‘이 정도로 화낼 일이 아닌데...’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 제대로 듣지도 않는 것 같은데..’
성별이 다른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육아는 모른 것투성이고, 그만큼 불안한 것이다.
부모로서 아이와 대화를 할 때 평가를 내리고, 판단하는 대신,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있다. 경청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각오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불편해진다.
‘어떻게' ‘꼭 저런 자세로' 이런 생각이 점차 들기 시작하면, 스스로가 부정적인 마음 상태로 바뀌며 결국에는 서로 비난하고, 자기 말이 맞다며 힘겨루기만 하다 힘을 빼곤 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우리 10분 뒤에 이야기 다시 할까?” 라며, “생각하는 휴식” 시간을 확보하여, 나의 감정을 성찰하고, 해결 중심적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불편한 감정이 드는 이유는 무엇이며, 아이와 이야기를 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측면에서 다행인 부분, 문제와 관련하여 다르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정리하고, 다시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다.
내가 아이에게 원하는 것,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고 적절한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녀의 변화된 행동들에 대해 너무 길게 대화하지 않는 것,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반복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아이가 자신에게 기대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대화에서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것은 표정관리이다.
Paul Ekman은 인간의 얼굴은 2개의 근육만으로 300가지 표정, 3개 근육으로는 4000가지 표정, 5개 근육을 서로 달리 조합하면 1만 개 이상의 표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존재와 대화를 할 때 나도 모르게 불쑥 올라오는 감정을 내 표정은 숨길 수가 없다. 눈썹이 모이고 미간이 잔뜩 구겨져 있으며, 눈에서 광채가 나고 가늘어진 입술을 보는 아이는 자기의 말이나 행동이 엄마를 분노케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말이다. 대화는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으로 나뉘는데, 메라비언의 법칙은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 받는 이미지가 언어적 표현보다는 비언어적 표현이 더 잘 전달된다고 말한다. 대화 시 언어적 표현으로 인한 말의 내용은 7%의 전달력만 가지는 반면 목소리가 38%, 표정이나 몸짓이 55%로 비언어적 요소들들에 의해 대화의 내용이 93% 전달된다는 것이다.
불쑥 올라오는 자식에 대한 분노, 경멸, 혐오, 슬픔의 감정을 다루기 위해 감정 코칭을 배우고, 여러 심리 검사를 통해 자식과 나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이해했다. 108배 절과 명상을 하며,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오만가지 생각과 상념들 망상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를 괴롭고 힘들게 하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매 순간 일어나는 불안, 초조, 걱정의 감정들과 생각, 상념들 속에서 아이의 말이나 행동들이 도화선이 되어 내가 한없이 부족하고 약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우며,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사랑받을 존재라는 것,
우리는 가족이라는 것을 의식적으로 반복적으로 돼 내였다.
감정이 상하면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심장에 피가 몰리며 피가 뇌까지 가지 못해 할 말을 잃게 된다.
내 몸이 말해주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인정했다. 아이의 말에 내 마음이 반응하는구나. 아이의 말과 행동, 문제 행위는 스트레스의 결과이며, 내가 이 상황에서 큰소리로 야단치게 되면 우리는 감정의 홍수에 빠지게 된다.
감정의 홍수는 인간의 뇌에서 이성적인 사고의 역할을 하는 전두엽으로 피가 가지 않고, 숨쉬기나 체온 조절, 맥박조절과 같이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뇌간으로 혈류가 이동하는 상황을 말한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면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연료를 소모하며, 뇌간에 에너지가 집중되면서 사고의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 체온과 맥박을 조절하고 숨쉬기를 조절하는 뇌간에서는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킴으로 스트레스와 싸울 준비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몸의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과 혈당이 올라가는 것이다.
부모, 아이 모두가 감정의 홍수 상태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내 몸의 신호로 내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에게도 그대로 표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나도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내 몸이 편안하고, 안정되어질 때까지, 내 아이가 편안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나아가서는 귀찮고 피하고 싶은 상황이 아니라 아이가 성숙해질 수 있도록 돕고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감정의 홍수 상황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디지털 대화를 추천합니다.
반면, 문자로 대화하는 것은 즉각 올라오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쉬웠다. 문자로 전해주는 메시지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문자 메시지 안에서 모호하거나 이상한 말들은 바로 물어보거나, 내 말을 정확하게 하기 쉬웠다. 그전에 아이와 약속할 것이 있다.
엄마와의 휴대전화 문자 대화에서는 말 줄임을 하거나 맞춤법에 맞지 않는 말을 일부러 하지 않기.
대신 사랑의 표현이나 내 마음을 표현하는 행복이 쏟아나는 말을 듬뿍해주려고 노력했다.
신랑은 나를 보면, 목석같다고 했다. 나무와 돌.
책을 읽는 듯이 이야기하고,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
아이에게 하는 사랑의 표현도 나는 노력해야 했다.
어릴 때 부쩍 안아줘, 재워줘 했던 아이가 어느 순간 방에 따로 있길 원했다.
2022년 매주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는 가운데, 아이는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고, 우리는 문자 대화를 많이 했다. 같은 집에서 휴대전화로 이야기한다는 말을 어느 TV 방송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저 집은 집이 엄청 넓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우리 집에서도 각자 방에서 문자로 이야기하고, 화상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2022년 확진자가 되었을 때는 생활도 어쩔 수 없이 방에서만 하고, 식사 시 “오미크론 정식”을 가지고 갔는데, 아이가 늦게 일어나는 것은 방법이 없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컨디션 관리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아이는 힘들어했다. 격리 해제일이 다가오자 갇혀있는 아이도 답답했는지, 문자메시지에서도 짜증이 가득했다.
사실은 문자 메시지도 온전히 메시지에 집중할 수 없다.
음성지원이 된다.
“아 진짜... ㅇㅇ,. 붙이지 마.”
에서 우리는 문자가 아니었다면 감정의 홍수에 빠졌을 거다.
하지만 ♡ 하나가 아들 전두엽에 피가 돌게 했고,
문자 메시지의 미세한 시간차가 다시 내 전두엽에 피를 돌게 해서,
고마워요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적절한 이모티콘과 다른 공간에서의 침묵의 시간이 소통을 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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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해결중심 상담 김인수
감정코칭 매뉴얼
청소년을 위한 감정코칭 최성애, 조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