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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맘만 Aug 04. 2023

그러고 보면, 무사한 때가 있었나?

[걱정스러움vs부끄러움] 

“엄마”


3월 초 학부모 공개 수업 날이었다. 2학년 담임교사였던 나는 쉬는 시간까지 수업을 이어서 하고 있었고, 교실에는 학생들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가득했다. 수업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던 나는 교실 뒤쪽에서 들리는 아들의 부름에 깜짝 놀랐다.

 

“엄마”

크고 쩌렁쩌렁했던 아들의 목소리에 내 표정은 어땠을까? 


학교 아래가 바로 집이었던 엄마와 아들은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아들이 1학년 신입생일 때, 엄마는 2학년 담임교사였다. 운동회나 예술제 같이 학교 단위로 하는 행사의 경우는 교사의 자격으로 아이를 봐야 했고, 학급 단위의 공개 수업이나 행사, 입학식은 아이의 엄마의 자격으로는 참여할 수 없었다. 갈 수 없을 때는 아빠나 할머니가 대신 가면, 괜찮겠거니 했다. 


그날 역시, 아빠와 할머니가 1학년 교실 뒤에서 아이 수업을 참관했다. 

아이는 공개 수업이 끝나자마자 엄마 반 교실을 향해 달려왔고, 나를 보자마자 큰 소리로 나를 불렀던 것이다. 


“엄마”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과는 동료교사로 만나고 싶은데, 거기에 학부모까지 추가되면, 많이 복잡했다. 싹싹하게 말이 많은 성격도 아닌지라 선뜻 아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먼저 묻는 것도, 쉽지 않았고,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를 하기만 했다. 


아들과 같은 반인 친구 엄마와의 관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새로운 만남이나 모임, 사람 많은 장소에 가는 것을 불편해하는 성격인데, 매달 하는 반모임, 생일 파티, 함께 그룹을 만들어 축구 교실에 다니게 하는 것들도 해 줄 수 없었다. 




배우는 것이 즐거웠고, 가르치는 일에는 보람이 있었다. 준비한 수업을 학생들이 즐겁게 하고, 학생들이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보이면, 뿌듯했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감사 인사를 들을 때면, 교사의 작은 말이나 행동이 학생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열심히 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고민이나 문제를 이야기하면, 매 순간 함께 고민하고, 걱정했다. 


자신의 이야기, 아이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고 도움을 구하는 학부모를 뵐 때마다, 감사했고, 그럴수록 학생에게 진실되고, 솔직하게 다가갔다. 교직에 있으면서 다양한 연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서, 정말 즐거웠다. 매일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학생과 함께 하고 싶었고, 내 심장은 뛰었다. 


그런데 아들, 딸을 키우면서는 교사의 자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의 퇴근이 집으로의 출근이었다. 



지금까지 100점짜리 인생을 살기 위해 달려왔는데, 

교사도 50점, 엄마도 50점, 둘 다 F 다. 


둘 중에 하나만 하면 그나마 수월할 것 같았다. 


교사의 자리는 잠시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온전히 엄마로 지내기.




“응, 갑자기?”


딸, 아들이 엄마 케어가 필요할 정도로 완전히 어린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케어하시는 시어머니가 계신데, 굳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첫째 아들이 3학년, 

온전히 아이의 엄마로 아이를 케어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교사 딱지 떼고, 온전히 아이 엄마로 지내자. 새로 입주한 아파트로 이사했기에 아이도 전학을 갔다. 

도서 도우미도 신청하고, 학부모 상담도 꼬박꼬박 가고, 학부모 공개 수업도 엄마의 자격으로 갈 수 있었다. 반모임도 가보고, 아이가 하교 후에 친구를 데려오면, 간식도 만들어 주었다. 교사로 일하면서는 해주기 힘들었던 일인데,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짜증을 많이 냈다. 화도 많이 냈고, 학교 가기 싫다 했다. 리코더가 안 불어진다고, 리코더를 던졌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알림장에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 괄호 안에 아들과 아들 친구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왜 그런 거냐 물으면, 말을 안 했다. 말이 많아서 걱정인 아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했다.




그러면, 결국엔 


나도 아이와 똑같이 했다. 


아이가 짜증을 내면, 왜 짜증을 내냐고 짜증으로 돌려줬다.

화를 내면,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나도 화를 냈다. 

학교 가기 싫다 하면, 안 가면 엄마 잡혀간다고 억지로 학교는 보냈다. 

리코더를 던지는 아들을 보며, 못 던져서 안 던지는 줄 아냐고 더 크게 소리 질렀다. 




온전히 엄마로 있으니 교사는 0점, 엄마도 20점인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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