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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맘만 Aug 25. 2023

108배하는 엄마

약해도, 부족해도 괜찮아. 

“몸이 왜 이렇게 딱딱하고 뻣뻣해요? 

무슨 일 있었어요?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어요.”


요가 수업 1시간 동안 내 몸뚱이와 싸워야 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온통 아이의 부족한 부분, 마음에 안 드는 행동, 말투를 생각하고 있는 시간이다. 몸은 요가원에 앉아 있지만, 생각은 온통 아이다.  


보다 못한 요가 선생님이 몸을 교정하기 위해, 내 몸을 만지며, 했던 이야기에 놀랐다.


몸은 정직하다. 


괜찮은 척 참아내고 버텨낸 다는 것이 오히려 몸을 더 뻣뻣하고 딱딱하게 나무, 돌처럼 만드는 것이구나 배웠다. 




<헤드 스탠드> 동작. 

벽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팔꿈치는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손은 깍지 껴서 바닥에 댄다. 그리고 머리를 숙여 깎지 낀 양손에 뒤통수를 바닥에는 정수리를 댄 후 다리를 천장으로 천천히 뻗어서 몸을 일자로 만들면 되는 동작을 완성하면, 세상을 거꾸로 볼 수 있게 된다. 


어느 날 아이에게 사진 한 장을 부탁했다. 

 

내 머리에도 피가 돌고 있구나 느낄 만큼 물구나무서기 한 후에, 내려와서 사진 속에 찍힌 내 모습을 보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물구나무서기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엄마랑 꼭 닮았기 때문이다. 

엄마 닮았다는 생각은 한 적 없었다. 

물구나무서기 한 내 모습이 엄마 얼굴 그 자체였다.   


할 이야기는 불편해진 상황에도 꼭 하는 엄마를 보며 많이 불편했다. 

특히나 시가에서 불편한 감정들을 드러내는 엄마를 볼 때마다 미움 사는 말을 하는 엄마처럼은 살고 싶지 않았다. 

그 후, 엄마는 밀려오는 외로움, 서러움의 감정들을 딸 앞에서 훤히 펼쳐 보여주고는 한없이 약해지는 것이었다. 엄마가 불쌍해 보였고, 엄마처럼 살지 않아야지 생각했던 모습도 떠올랐다. 




힘들어도 참고 억지로 한 동작은 다 틀렸다 했지만. 어쨌거나 따라는 할 수 있다. 

가끔은 숨도 참아가며, 무리해서 동작을 한다.  

“숨 쉬세요. 호흡하세요.”

그제야 숨을 쉰다. 



러닝 타임 1시간 운동 시간이 40년간의 내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을 내가 느끼지 못하고,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로, 숨도 안 쉬고 살아가는 내 모습. 




고등학교 다닐 무렵부터 엄마는 매일 108배를 했다. 석가탄신일에 한두 번 정도 절에 가본 적 외에는 절에도 가 본 적이 없는 가족이었다. 빼꼼히 들여다보면,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을 쌕쌕 거리며, 108배를 했다. 새벽 4시에 출근해서 2시에 오는 날에도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6시에 오는 날에도, 밤 근무를 하는 날에도 거르는 날 없이 108배를 했다. 그런 엄마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왜 저렇게 힘들게 세상을 살아갈까?' 



20년 후, 절대 엄마처럼 힘들게 살지 않겠다 다짐했던 내가 108배를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며, 힘이 들어, 

가까운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나서, 얼마 지난 뒤였다. 


욱하고 참았던 화를 버럭 하며 절대 내뿜지 않으려는 절실한 목표가 있었다. 

108배 절을 시작한 첫날을 잊지 못한다. 


'그게 뭐가 어렵겠어.' 시작한 절이었다. 


첫 번째 절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 동영상을 보며 흘깃 따라 했다.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꽤 다른 것이었다. 

두 배, 세 배 하니 내 동작이 맞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지만, 비슷하는구나 싶었다. 네 배를 하는데 앉았다 일어서는 게 쉽지 않았다. 다섯 배 여섯 배는 내 몸이 더 무거웠고, 마침내 10배를 하고 나서 나는 이렇게 10번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앞이 깜깜했다. 

그래도 시작한 이상 20번, 30번을 했다. 힘이 점점 풀려, 털썩 앉아 엎드리고, 다시 무겁게 일어섰다. 

나중에는 내가 절을 몇 번을 했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방금 한 절을 숫자로 세었는지 안 세었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

아이에게 화를 냈을 때처럼 나 자신에게 버럭 했고, 내 몸뚱이에 짜증이 났다. 

꼭 108배를 맞춰서 하고 싶었는데, 엉망진창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비슷하게는 해보자 싶어 108배를 끝냈다. 땀이 비 오듯이 흘렀고, 목이 타들어 가듯이 바짝 말랐다. 입에서는 피 맛이 나는 것 같았다. 


둘째 날은 새벽에 일어나서 절을 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허벅지가 너무 당겨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할 때는 발이 풀려 넘어질 듯 아팠다. 


셋째 날, 넷째 날이 되니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고, 30배부터 죽을 듯 힘들 던 것이 50배로, 50배부터 힘들 던 것이 80배까지는 쉽게 절이 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나는 21일을 108배했고, 그리고 이렇게 100일간, 1년간, 지금까지 이어 나가고 있다. 


성당에 잘 다니고 있는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물었다. 요즘 108배를 한다고 했더니, "이러다가 너 곧 아랍신도 만나러 가겠다.” 했다. 


그렇게 나는 세례를 받고, 아침마다 108배를 하는 곧 아랍신에 대해 공부할지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약하고, 모자란 내 모습을 바로 보기 힘들었던 

나는 오늘도 108배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진: unsplash의 Balu Gáspá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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