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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맘만 Jul 28. 2023

노력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갓 출산한 엄마 마음 [사랑 vs자괴감]

41주 6일. 아이를 만나기까지 기다림을 배우고, 

건강한 아이를 보고서야 감사함을 배웠다. 





출산 후, 2-3일이 지나고야 비로소 몸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유리창 밖이 아닌 처음 아이를 만나는 날이었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제왕절개한 배꼽 아래 부분에서 싸르르 통증이 왔다. 아이를 보러 오라는 신생아실 전화를 받고,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었다. 손목에는 쫀쫀하고, 따뜻해 보이는 소재로 만들어진 보랏빛 손목 보호대가 차 있었다. 머리는 삼일동안 감지 못해서, 번들거렸다. 출산은 했지만, 배는 여전히 볼록했다. 손가락 마디마디와 다리, 발가락은 아직 부기가 빠지지 않아 두툼했다. 손으로 쓱쓱 머리를 다시 묶고, 눈곱이라도 있을까 눈을 비비며, 신생아 실 옆 수유실에서 잠시 기다렸다. 



간호사가 아이를 안고 나에게 왔다. 왼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잡으니, 아이의 몸 전체가 간호사의 왼손 팔뚝 위에서 부터 팔꿈치까지 올라와 있었다. 다른 한 손은 아이의 몸을 앞에서 뒤로 감싸 받치고 있다. 아이를 건네주는 순간, 내 팔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아이를 간신히 건네받고 부자연스레 안았다. 


아이의 목이 부러지지 않을까, 이 작은 존재를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무서웠다. 


옆에 있는 푹신푹신한 수유 쿠션을 겨우 무릎에 올리고, 어렵게 든 아이를 다시 가슴팍으로 끌어안으며 수유 쿠션 위에 아이를 올려두었다. 나의 한 동작 한 동작이 조심스러웠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아이가 불편할 것 같았다. 숨을 쉬는 것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조심하며, 바짝 굳은 몸으로 아이를 보았다. 


퉁퉁 부은 너와 나

살짝 붉은 기운 도는 얼굴에 머리카락은 빼곡하지는 않지만 적당하게 나있었다. 

눈은 다 뜬 건지, 부은 건지, 형광등 불빛에 찡그린 건지, 완전히 다 뜬 것 같지는 않았다. 

입을 뻐끔뻐끔 움직였다. 

살짝 왼쪽으로, 아주 살짝 오른쪽으로 아이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내 손을 움직이며, 아이를 다시 보았다. 

처음이라 젖을 물리지는 못하겠지만, 살짝 가슴 쪽으로 아이를 갖다 대는 연습을 하라 했다. 아이의 하체를 받치고 있던 오른손으로 내 입원복의 앞단추를 하나둘 풀어 아이에게 빵빵해진 풍선 같은 가슴을 갖다 대었다. 찌릿 가슴의 통증이 느껴졌고, 젖꼭지를 아이 입 근처로 간신히 조준해서 다가가는 순간 아이는 앙 하고 확실하고 분명하게 자기표현을 했다. 




화들짝 놀란 내 마음이 너를 간신히 안고 있는 내 손끝으로 전해졌을까? 

이제 간신히 세상의 빛을 본 3일 된 아이는 
조심조심 안절부절못하는 엄마 마음을 느꼈을까? 



아이를 만나고 나서도 매일매일 한계를 느꼈다. 가슴이 빵빵해지고 너무 아팠다. 온몸이 열감으로 후끈했고 돌덩이처럼 딱딱해진 가슴은 뜨끈뜨끈했다. 앞으로 숙이지도, 몸을 펴지도 못할 만큼 불편했고, 겨드랑이까지 당기고 아팠다. 유축기로 젖병에 모유를 유축하면 젖병은 30-40 ml만 겨우 찰 뿐이었다. 신생아실 입구에 유축한 젖병을 두고, 입원실에 올라가는 마음은 무거웠다. 넘치도록 꽉 채운 다른 엄마의 젖병이 부러웠다. 바닥에만 겨우 깔려있는 내 젖병은 부끄러웠다. 그런데도 아프기만 한 내 가슴이 싫었다. 

아... 잘하고 싶다. 

책과 인터넷 카페에서 공부한 육아는 자연분만에 모유수유가 당연한 건데, 제왕절개에 모유수유도 못하는 엄마였다. 아이는 젖을 물기 싫어했고, 간신히 물려도 열심히 빨다 짜증내기 일쑤였다. 

자연분만, 모유 수유는 엄마라면 당연히 하는 아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데, 할 수가 없었다. 산후 조리원에 가도, 예방접종을 맞히는 병원에 가도, 자연분만, 제왕절개인지 대답해야 했고, 모유 수유 중인지 꼭 확인했다. 그때마다 미안한 엄마, 최선을 다하지 않은 엄마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한 방울이라도 쥐어짜서 조금이라도 채운 젖병을 물려, 조금이라도 더 주고 싶었다. 왼쪽 오른쪽으로 아이를 보며, 슬쩍 웃는 모습을 발견하곤 사진을 찍었다. 작고 꼬물거리는 드디어 만질 수 있던 너의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를 만지며, 촉촉하고 보드라운 느낌을 느꼈다. 너의 손위에 내 손가락을 올려두면, 네가 손가락으로 꽉 쥐어잡는 기분이 좋았고, 작은 발바닥을 쓰담쓰담하는 동안 느낄 수 있는 너의 부드러운 감촉이 좋았다. 내가 손수 만든 오가닉 소재의 소 모양 손싸개, 발싸개, 모자를 입히며, 신나 했다. 


사랑인 건가?


너를 안지도 못하던 내가 속싸개를 하고, 겉싸개를 하고 옷도 입힐 수 있게 되었다. 

매일 소변을 확인하고, 대변 색깔을 보며 기저귀를 갈았다. 

지금까지 아침잠이 많은 줄 알았는데, 한밤 중에도, 꼭두새벽에도 틈틈이 일어나 너에게 우유를 주었다. 

우유를 주며, 주위를 둘러보면 빼곡한 아파트 건물 중에 불이 켜진 집이 한 집도 없었다. 

그 어둠 속에서 그 고요 안에서 너의 쪽쪽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그 시간을 견뎌냈다. 

젖을 물고 있는 힘껏 빨아 당기며 내는 쪽쪽 소리와 쌕쌕 숨소리가 참 좋았다. 


태어나자마자 얼굴에 좁쌀만 한 것들이 있었고, 태열이라고 했다. 

얼굴과 무릎 뒤, 등 온몸에 울긋불긋 나기 시작했고, 아토피라 했다. 

아이는 밤이면 더 간지럽다고 했고, 벅벅 긁어 대는 소리와 긁고 나면, 손톱에 긁힌 흉터가 또 아이를 아프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로션 발라주는 일 밖에 없었다. 자고 있는 중간중간에 활동하면서도 촉촉하게 듬뿍 발라주었다. 


아이는 차가운 로션이 피부에 닿는 느낌을 싫어했고, 바르고 나면 번지르르한 느낌에 짜증 냈다. 어느 날은 피부가 두껍고 딱딱해져 있었고, 어느 날은 거뭇거뭇 피부 색깔이 검어지기도 했다. 보는 사람마다, 가렵겠다, 힘들겠다, 아이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활짝 잘 웃던 아이를 볼 때마다, 나는 또 걱정했다. 평생을 이렇게 지내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왜 이런가 원망했다. 환경 공해 때문이라고도 했고, 카펫, 침대, 소파 아래 집 먼지 진드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음식에 들어가는 식품 첨가물 때문이라도 했다. 뱃속에 있을 때 먹은 음식이 잘못된 것 같기도 했고, 집이 깨끗하지 않아서 같기도 했다. 사용하던 샴푸, 세재를 다 바꾸었다. 입는 옷, 이불을 바꾸었다. 사람마다 효과를 본 방법이 달랐고, 나아지는 시기도 달랐고, 더 심해지기도 한다고 했다. 


밤마다 벅벅 긁는 소리를 들었다. “긁지 마”라는 말만 했다. 


긁는 대신 손으로 가려운 너의 피부를 툭툭 쳐주면서 몸 전체에 뾰루지 하나 나지 않는 일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감사한 일인지를 또 배웠다. 



밤새 긁어야 하는 너와 깜깜한 밤을 고요한 밤을 보내며, 

나는 내가 약한 존재라는 것, 너에게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는 없는 존재라는 것도 함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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