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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책은 어떻게 나왔어요? Q&A

by 우수진



Q. 원고 쓰는 데 얼마나 걸렸어요?

한 달.

편집자와 고치는 데 3주.


원고를 쓰는 일은 정말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어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 없이 그동안 마음속에 켜켜이 쌓이다 못해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한 기억을 지면으로 옮기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최근에 자극을 받은 일들이나 남들이 보면 좀 독특하다고 볼 만한 생각들도 글 속에 녹였어요.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서술했고 일단 다 써내고 나서 이미 달아놓은 제목을 고치거나 글의 순서를 변경하는 등 나름대로 고치는 작업을 합니다. 남편이나 친한 지인을 끌어들여서 제삼자의 눈으로 원고를 확인받는 절차도 거칩니다. 처음에는 열심히 내가 왜 그랬냐면, 혹은 이게 왜 여기에 있어야만 하는 내용이냐면으로 시작하는 변호를 하느라 급급했습니다. 그런데 고치면 고칠수록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지더라고요.

서울에 올라가서 출판 계약을 맺고 따로 연락이 없었어요. 그렇게 잠잠하기를 3달 정도 했나 싶을 때 편집자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책으로 만들어진 디자인에 얹힌 제 원고를 보내주었고, 그걸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0교로 저자가 자기의 원고를 고치는 일이었어요. 열심히 고쳤고 고친 내용을 반영한 1교를 받았고, 또 열심히 고쳤습니다. ‘나를 향해 돌진할지도 눈을 좌우를 반드시 살핀다.’ 같은 말도 안 되는 문장이 잡히면 더 매의 눈의 뜨고 살폈습니다. 이런 문장이 진짜 책으로 나가면 안 되잖아요.

Q. 원고는 얼마나 써야 돼요?

A4 용지 100장.


A4용지 100장을 쓰면 일반적인 단행본으로 약 250-300쪽으로 된 책이 나옵니다.

제 에세이 집 [나를 없애버리고 싶을 때]는 226쪽짜리 책입니다.

Q. 출판사랑 어떻게 연결돼요?

이메일로 출간제의.

오로지 글맛으로만 출판사를 끌어당김.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할 다른 길은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에세이를 출간한 경력이 있지도 않았고 유명한 사람도 아니니까요.)


평소에 친분이 있는 출판사가 있다거나 누가 제 원고를 책으로 내주겠다고 약속을 해 준 상황도 아니었어요.

그냥 내 안에서 쓰고 싶은 욕구가 넘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들겼고, 이게 단순히 내 기억을 다른 곳으로 옮겨둔 수준으로 그치지 않고 세상에 확 뿌려졌으면 좋겠다. 누구든 보고 싶다면 볼 수 있는 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막연하게 책으로 나오면 하고 내심 바랐습니다.


총 300군데의 출판사에 출간의 의뢰했어요. 분야가 맞지 않아도 보냈어요. 왜냐하면 그동안 출판해 온 도서와 다른 성격의 책을 내볼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 출판사 대표도 있거든요. 출판사에서 거절하는 하는 메일은 더디게 계속 들어왔지만 긍정적으로 내 원고를 본 출판사의 반응은 매우 빨랐어요. 이메일을 보내자마다 바로 다음날 한 출판사의 대표는 바로 전화를 주었고, 어떤 출판사의 편집자는 바로 답장을 주었어요. 내가 이 원고를 하고 싶은데 일단 회의를 거쳐야 하니 금요일에 회의를 하고 연락을 드릴게요. 하지만 대표가 마음에 들었지만 편집자가 안 된다고 하거나 편집자가 마음에 들었는데 대표가 별로라고 하는 식으로 몇 군데는 어그러졌어요. 한 군데에선 처음 책을 내는 거치곤 아주 후하게 조건을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계약을 추진했는데 제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바람에 계약이 되지 않았지요. (양장본, 3개월 내에 출간, 마티스 그림책 같은 에세이집) 왜 그랬나 하면 일일이 들여다보면 저만의 착각이랄까 이유랄까 그런 게 있었지만 어쨌든 출판사 입장에선 황당할 만한 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양장본은 찍어내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 아주 유명한 작가들의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간할까 말까 한 것이었어요. 전 그냥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 양장본 책이 얇으면서도 단단해 아주 마음에 들었던 것뿐인데 말이죠.


어쨌든 그리하여 내가 이미 이메일을 보낸 300군데를 제외하고 아직도 내가 원고를 보내지 못한 출판사는 어디인가를 물색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출판사들의 수가 대략 800개를 넘어요. 그 이상이겠죠. 그래서 네다섯 군데의 출판사에 출간제의를 보냈고, 다행히 출판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Q. 100장 다 써서 보냈어요?

아니요.

한 60장인가 쓰고 100장은 한 달 뒤에 완성된다고 쓴 거 같아요.

그리고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온 모든 출판사가 전체 원고를 다 쓰면 다시 연락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출판사의 대답이 오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원고를 썼습니다.


Q. 몇 군데 출판사에 보냈어요?

대략 300군데.


Q. 출판사 이메일 주소는 어떻게 알아요?

출판사 홈페이지 아니면 그 출판사가 낸 책에 아니면 리스트만 따로 모아서 나눠주는 곳도 있음.


Q. 계약 내용은 어떻게 돼요?

1년 뒤 정산, 계약금 없음. 인세 8% 


Q. 에세이 써 본 적 있어요?

아니요.


Q. 무슨 계기로 책을 썼어요?

표현하지 못한 나의 진실, 원망이 쌓여서


Q. 원래 글을 좀 쓰셨어요?

아니요. 저는 영어를 전공했어요.

지금은 철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했어요.


Q. 에세이 쓰기 어려웠어요?

어쩌다가 보니 에세이 작가가 되어버려서, 아니요.

생각하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마음껏 자유롭게 썼어요.


Q. 평상시에 잘 따지는 편이세요?

아니요.

국비로 화훼기능사 수업 들었는데 거기 선생님이 나이도 지긋하시고 정년퇴직하신 국어 선생님이시래요. 그런데 월화 각각 4시간 수업인데 월요일에 쓴 꽃을 화요일에 재사용하시고, 꽃시장에서 제일 저렴한 꽃만 사 오시고, 또 수업이 4시간인데 실제 실습은 30분에서 1시간만 진행되고 나머지는 거의 자습이에요. 그래도 안 따졌어요. 데헷.


Q. 철학과는 왜 갔어요?

현실적으로 보면 집안일 나 혼자 다 떠맡기 싫어서.

지적 호기심으로 보자면,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고 좋아했어요.

저는 남편이랑 사업자 내고 둘이서 성인 영어를 가르쳐요. 밤에만 수업하니까 낮 시간이 자유롭거든요. 남편이 대학에 편입하겠다고 해요. 그러면서 저한테는 낮 시간에 초등영어공부방을 집에서 해보래요.

초등 수업 커리큘럼 짜기, 교재 선정, 학부모 상담, 학생 모집 이 모든 걸 나에게 떠넘기시겠단 거죠. 이러고 있다가는 이것과 더불어 집안일도 떠안게 될 게 뻔했죠. 집안일은 누가 일적으로 업무가 많건 적건, 돈을 얼마를 벌어오건 집에 오래 있는 사람이 결국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대학에 편입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평상시에 관심이 있었던 철학과에 편입했어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나 궁금했어요. 확실히 지금 2학기째 다니고 있는데 제 삶을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신념이 많이 생겼어요. 그리고 나의 사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쓸 수 있는 용기도 얻었어요.


Q. 책 나오니까 어때요?

처음으로 책 같은 모습의 디자인에 얹힌 내 원고를 봤을 때: 뭉클함과 치유됨 (내 글이 이렇게 과분한 대우를 받다니. 이제 내가 겪은 모든 이야기는 내 것이 아니야 나는 자유로워)


내용을 수정하고 편집을 할 때: 처음의 뭉클함은 잊어버리고 될 대로 되면 안 되나 글 수정을 대충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내 책이 세상에 나왔구나.


책이 출간되고 일주일: 많이 팔아야 해. 제 책 한 권 사주세요.


책이 출간되고 이주일: 독자와의 독서토론이라는 신세계 (와, 그렇게 느끼셨구나. 이 부분이 좋으셨구나. 이렇게 생각을 확장하셨구나)


책이 출간되고 삼주: 책이 나오기 전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아! 지금에 많이 머물러 있게 됨. 지금 이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는 어떤 시선으로 이걸 바라보고 있나 같은 사색을 많이 하게 되었고 책에 쓰면 좋겠다 싶은 건 메모를 함)

Q.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현재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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