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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작가씩이나

by 우수진

배우 김태희가 처음에 배우가 된다고 했을 때 친동생이 말했다. “푸핫. 누나가 무슨 연예인이야? 티브이에 나오는 저 여자들 정도는 돼야지 하는 거지.” 사이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그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자기 자신이야말로 자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확실한 사람이 아닌가.


사는 게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뇌’ 때문이다. 뇌는 머릿속에 들어앉아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시킨다. 어떤 사람은 자기 생각을 말하기도 전에 눈물부터 나서 도통 말을 못 하겠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화가 난 상대방을 보자마자 가슴이 너무 쿵쾅대서 받아칠 말이 생각이 났는데도 그냥 아무 말도 못 하고 고스란히 당하기만 했단다. 분명히 나는 울고 싶지 않았으며 긴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뇌가 그렇게 만들어버린다.


나와 정말 안 맞는 친구와 24시간을 함께한다면 어떠한가? 인생이 정말 피곤하고 힘들지 않겠는가. 사사건건 행동에 제약을 걸고 시야를 좁게 만든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국문과 출신도 아닌데 무슨 에세이를 쓰겠어? 누가 내 원고를 책으로 내주겠어? 그런 생각부터 제일 먼저 시작한다. 오로지 글맛으로만 내 원고 투고가 성공해 출판사와 계약하고 책이 나왔을 때도 내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자비출판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써보기도 전에 사기를 확 꺾어버리는 나 자신을 살포시 무시해주자. 헤어지지 못하는 참 안 맞는 친구가 나오면 또 그런다. 그러고선 내 할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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