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당하면 강해지는 나

늦게 피는 꽃

by 헬로벨라


“넌 이 성적으로 간호학과 못 가”

고3 담임이 내게 했던 말이다. 그것도 자주.


남은 기간 동안 수능공부에 몰두했고, 정시로 지방에 있는 간호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졸업 후에는 서울의 기업 병원과 종합병원에서 3년간 경력을 쌓았다.이후 미국 간호사 시험(N-CLEX) 시험에 한 번에 합격했고, 현재는 미국 가기 전, 캐나다 대학병원 신경외과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나는 공부에 관심도 재능도 없었기에 고3 여름 방학 주말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 허락을 받고 학교에 가지 않고 주말 개인 자율 학습을 선택했다. 하지만 다른 큰 이유가 있었다.


내가 개인 자율 학습을 선택하기 전,

잊을 수 없는 일요일.


고3 담임 선생님이 일요일에 지각비로 피자, 치킨을 먹자고 했다. 물론 주말에 학교에 가는 건 강제가 아니었기에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피자, 치킨을 먹으려고 일주일 내내 학교 가기 싫었다. 주말만큼은, 내가 스스로 하루를 계획하고 나답게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다음 날, 월요일


학교에 등교했더니 담임선생님이 어제 친구들과 선생님이 먹고 남은 치킨뼈와 피자박스를 나보고 정리하라고 했다. 여름방학 일요일 자습에 학교를 안 왔다는 이유란다. 아무리 나의 내신이 엉망이라도 생기부에 담임선생님의 한 줄로 나를 평가받기 싫었다. 그래서 19살의 나는 남이 먹다 남은 음식과 박스를 묵묵히 치웠다.


나는 부모님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그 뒤로 학교 주말 자습에 참여하지 않았다.




수능 후, 운이 좋게도 간호학과에 합격했고 담임선생님께 합격소식을 말했다.


“니가? 무슨 학교라고?”


아마 선생님은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왜냐하면, 나는 늘 내 능력과 가능성을 무시당했으니까.


언젠가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성적순으로 인생의 성공이 결정되는 건 아니라고 아이들의 꿈을 너무 쉽게 단정 짓지 말아달라고.


나는 조금 늦게 피는 꽃이었고,

내 꽃은 지금도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피고 있다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그게 곧 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무시든 칭찬이든, 그건 그들의 시선일 뿐이다.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건 포기하지 않고 나를 믿는 힘이다. 나는 오늘도, 그 믿음 하나로 버틴다.


언젠가 이 길 끝에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