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사람이 있다. 정말 어쩜 저리 맑을까 싶은. 그는 흔히 말하는 금수저다. 그는 맑다. 모르는 게 너무나 많을 만큼. 뭔가 세상에 풍파를 단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준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감사를 표한다.
누군가 악의 갖고 던진 돌에 맞아도 그저 ‘응? 뭐지?’ 정도의 리액션만 한다. 악의인 것조차 모르는 듯이. 그를 근 1년간 지켜본 결과 그는 그 맑음이 그의 엄청난 강점이란 걸 알았다.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 열등감, 경쟁의식은 없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한다. 내 행복, 내 미래, 내 꿈. 그 모습이 이기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무언 갈 나눌 땐 쿨하게 나눈다. 자신이 가진 양말 한 짝도 누군가 말하면 정말 세상 순수한 표정으로 나눠준다.
그 모습이 너무나 어여쁘다.
그리고 단단함. 이젠 익숙해진 회사의 고인물들. 그 고인물에게 왜인지 그와 내가 미움을 받고 있다. 그들은 회사 단체 간식시간에 우리 둘만 쏙 뺀 채 간식을 먹었다. 정말 치졸한 모습에 기분이 상했다. 이에 함께 배제당한 그에게 우리만 배제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의 답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흐, 이런 것에 타격도 없는 나 자신이 싫다. 흐.”
그녀는 배제당한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고, 또 그런 악의에 상처받지 않았다. 내겐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도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 뭐 저런 시답잖은 행동에 돌을 맞나, 튕겨내면 그만인걸. 그들의 의도대로 상처받지 말자.
맑은 그는 항상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고인물들에게도 밝게 인사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난 인사를 잘하는 밝은 사람’에 초점이 맞춰있는 것 같다. 매번 기분을 상하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는 고인물들도 그녀의 맑음과 밝음에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친다.
그렇게 맑음에서 오는 단단함이 조금은 부럽고 배워야겠단 생각이 든다. 악의를 보지 않고 오롯이 본인 마음의 소리만 듣는, 많은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 쏟는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인다.
여유로운 환경 속에서 사랑을 잔뜩 받고 자란 그런 느낌. 사랑이라는 향을 풀풀 풍기고 다니는 그녀의 모습을 닮고 싶다.
그의 가까이에서 나는 맑음의 단단함과 사랑에도 향기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