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는 존재하는가?
결국, 기성세대가 정한 이름 아닌가?
밀레니얼 세대, 이케아 세대.
우리 세대를 지칭하는 단어들.
얼마 전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김기자를 만났다. 그녀는 나와 같은 시대를,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90년대 생이다.
문득 그녀가 던진 물음.
“밀레니얼 세대가 진짜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우릴 뜨겁고 용감하고, 회사를 취사선택하며 언제든 퇴사할 용기를 가진 세대라 하는데 정작 그만두면 우린 또 다른 갑을 찾아 을로 들어가는데...”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우리가 뜨겁다 착각해온 건 아닐까? 나 역시 기자를 그만두고 비영리단체 기자로 들어온 나니까...
거지 같은 갑을 떠나 새로운 거지 같은 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
사실, 나 역시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할 순 없다. 우리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반짝임으로 빛나는 그냥 개개인이니까.
그저 내가 92년생으로 글을 쓰겠다 마음먹은 건 우리 세대를 규정하는 이들이 그게 정론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 또한 내 눈엔 그저 기성세대였기 때문에 조금은 더 진솔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진짜 밀레니얼 세대는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존재하는 걸까? 이 또한 기성세대가 정한 또 다른 틀에 갇히는 건 아닐까?
한 주 내내 생각을 하고 또 했다. 생각 끝에 몇 가지의 공통점은 찾을 수 있었다. 유독 공무원을 꿈꾸는 이유? 안정성일까? 정말? 더는 불공정한 경쟁에 치열하고 싶지 않아서지 않을까? 직장을 얻기 위해 초중고, 대학교, 평균 16년을 공부하고도 취준 기간 평균 2~3년. 어르신들이 부러워 마지않는 꽃다운 청춘을 직장을 갖기 위해 허비하는 우리.
빽도 뭐도 없는 대다수의 우리가 공정하게 덤벼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시험이라서 아닐까? 대기업 채용에 서류 마감 기한도 지났지만, 높으신 분이 아빠란 이유로 턱턱 합격하고, 공기업으로 분류되는 어떤 곳 역시 수십 명의 부정채용이 발견돼 뉴스가 나오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나마 공정하다 생각해서는 아닐까?
또 우린 직장에 목을 걸었던 그리고 무참히 버려졌던 우리 부모를 보았기에 대한민국에서 워라벨로 가장 유명한 공무원을 선택하는 건 아닐까? 내 삶을 직업이 아닌 나로 채워가기 위해 공무원을 꿈꾸는 건 아닐까? 뭐 공무원도 공무원 나름 업무 강도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으르신들이 하시는 말 중 가장 듣기 싫은 게 ‘요즘 애들은 열정도 끈기도 없다.’는 말이다. 이에 반박하자면, 열정은 강요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지펴주는 것. 회사가 날 존중하고 자기 계발에 지원하며 저임금·중노동이 아닌, 노동에 맞는 임금을 준다면? 열정이 안 생길까?
워크넷을 들어갔다 기함을 토한 적이 있다. 현 거주지 위주로 일자리를 찾아보니 죄다 생산직이었다. 무슨 철재 생산, 무슨 목재 생산 등. 그 옆에 명기된 임금은 2200~2400만 원. 최저에 가까운 시급을 주며 생산직이라는 고강도 노동을 시키겠다는 것. 그나마도 대졸 이상이 태반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는데 근 1억이 든다. 근 1억을 투자한 이들에게 년 2200을 줄 테니 열심히! 최선을 다하라! 말하기 미안하지 않은가?
그러면서 끈기를 말한다고? 적어도 으르신들은 살인에 가까운 야근을 해도 높은 임금으로 보상받던 시대를 살지 않았나?
지금은? ‘포괄임금제’라는 알 수 없는 제도로 아무리 착즙해도 괜찮은 세상을 만들어 놓지 않았나? 물론 뭐 주 12시간 이상 노동 금지라고는 하지만, 사실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이 법이 지켜지는지는 의문이다.
경기가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고? 경기가 어려워져도 본인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그대로 유지하려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건 아니고?
몇몇 복지가 좋은 회사들은 생산직이건 사무직이건 가리지 않고 굉장히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다. 왜? 단 한 번이라도 왜?라는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세대 갈등은 사회 문제라고들 한다. 사회 문제지만 누구 하나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일부 사람의 문제로 치부해버리곤 한다.
정말 일부 사람의 문제일까? 물론, 정말 일부 독특한 사람들이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에게 요즘 것들이라며 끝없이 저임금 고강도 노동의 시장으로 내몰아 결국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에 미래는 있느냐 묻고 싶다.
△댕이 밥 값을 위해서라도 을의 자릴 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