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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정 May 07. 2024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줄었다.

SNS 시작 이후 늘 따라다니는 아이러니

말 그대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줄었다. 아니, 줄고 있다. 현재진행형이다. 그럼 처음엔 엄청 많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2,989, 2,990.... 곧 3,000명이 되겠다는 기대를 품을 즈음이었다. 인스타를 브랜딩 도구보다는 기록용으로 쓰고 있어서 팔로워 수에 그리 연연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곧 3,000'이라는 상징적인 숫자 앞에서 괜스레 마음이 부풀었다. '오랜만에 이벤트도 해봐야겠어. 팔로워 3,000명 이벤트.' 이런 마음도 먹었다. 그간 눈여겨보지도 않던 팔로워 수를 매일 확인하게 된 건 그래서였다.


그런데 어느 날, 숫자가 3,000을 향해 올라가는 대신 2,950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지금은 2,946명. 여전히 내리막이다. 이러다가 팔로워 3,000명 이벤트는 평생 못할지도 모르겠다. 신경 쓰지 않던 숫자인데 한 번 마음 쓰고 보니 자꾸 생각이 났다.


사실 혹은 오해


"마케터 출신이니까 잘 아시겠어요." SNS 세상 앞에서 내가 자주 들었던 말이다.


SNS는 아주 유용한 브랜딩(혹은 마케팅) 도구다. 첫 책을 낼 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마케팅 활동으로 SNS 글쓰기를 떠올린 것도 SNS의 속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하며 브랜딩 전략, 제품 런칭 전략을 짰다. 그러니 어떠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정해야 하는지도 잘 안다. 모든 메시지는 버리기에서 시작한다. 처음에는 쓸데없는 것을 버리고, 그다음에는 덜 중요한 걸 버리고, 마지막에는 보통 중요한 것도 버린다. 그렇게 가장 중요한 문장 하나만 남기는 게 마케팅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SNS는 속속들이 알지 못해도 마케팅 플랫폼이라면 어떤 메시지를 실어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첫 책 출간 당시에 나는 블로그에 육아 관련 글만 썼다. 나의 육아 일상과 정보, 육아하는 엄마인 내가 책을 써나가는 과정이 주 내용이었다. (내 첫 책은 <엄마육아공부>라는 육아서다.) 덕분에, 겨우 몇 백 명이던 이웃(블로그), 팔로워(인스타) 수가 천 명 단위로 빠르게 증가했다.


계속되던 팔로워 수 증가가 멈춘 건 내 마음이 다시 일상을 찾으면서부터다. 육아가 전부였던 내가 다양한 시작을 하면서 주제가 이리저리 흩어졌다. 일상 기록 위주의 SNS도 같았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일시적으로 모이는 사람이 늘긴 했지만 일관되지 못한 주제에 SNS 세상은 흔들렸다. 나의 개인 시간이나 아이들과의 일상을 위해 잠시 쉬어갈 때면 어김없이 SNS는 정체했다. 반응 측면에서 말이다.


처음엔 그럴 때마다 위축됐다. 발전하지 않는 SNS가 속상해서가 아니었다. 마케터라는 내 경력이 초라해질까 봐 두려워서였다.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았다. 마케팅 공식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걸 말이다. 마케터 출신이면서 그것도 모르냐고, 누군가가 비난할 것만 같아서 주눅이 들었다. 자랑스러운 내 과거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컸던 모양이다.


전환


다행히 나는 금방 다시 나를 찾았다. 'SNS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말 해도 되는 거잖아.'


나는 내 마음이 중요한 사람. 내가 처음 SNS를 시작한 이유는 육아에 매몰되어 어른 말을 하기 힘들던 시절 내 말을 하고 싶어서였고, SNS를 지속하는 이유도 그런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서였다. 한 두 개의 댓글에 힘을 얻었다.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힘이었다. 책 출간과 다양한 활동으로 SNS가 마케팅 도구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 내 SNS 생활의 기반은 기록과 연결에 있다.


팔로워 수 감소가 확연히 눈에 보이기 시작한 건 3월부터다. 일주일에 한 두 명이라도 늘던 팔로워가 일주일에 한두 명이라도 주는 패턴으로 바뀌었다. 올해 3월에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첫째에게도 신경 써야 할 이슈가 산적해 있었다. 가늘게라도 유지하던 글쓰기 프로젝트도 멈추기로 결심했다. 나의 활동이 완전히 멈추고 다시 전업맘의 삶이 켜지는 시기였다. 쓰는 글이 소소한 일상과 일상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잔잔하고 잔잔한, 어쩌면 남들은 궁금하지 않을 그런 이야기들. 팔로워 수가 주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하필 시기에 3,000명 임박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와서는, 괜스레 마음이 심란해졌던 것이다.


안심, 그리고 복귀


"혹시 지금도 운전하세요?" 북토크에서 사인을 해달라며 책을 내민 독자가 물었다. "사실 저도 무서워서 운전을 못 하고 있어서요. 인스타에 올리신 운전 스토리 너무 공감하면서 봤어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운전 계속하시는지." 그녀의 말이 나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랬다. 첫째는 내 인스타에서 소식을 접하고 내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 자리에 온 사람이 있다는 사실. 두 번째는 소소하기 그지없는 내 이야기를 공감하며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좋은 소식. 실제로 내가 운전 연습 스토리를 SNS에 굳이 올린 건, 공감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들이 운전에 도전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기, 그렇게 읽어준 사람이 있었다.


"사실 저 00 지인이에요. 다른 사람 인스타 보다가 그냥 좋아서 팔로우한 유일한 사람이 쏘냐 님인데, 쏘냐 님 알게 되고 그냥 글이랑 사진 보는 게 좋더라고요."


이 말에 한동안 계속된 의심이 사라졌다. 안심했다. 지금처럼 일기 쓰듯 SNS를 계속하는 일이 모두에게 무용한 일 아닌가 싶어 고민스럽던 차였다. 신경 쓰지 않던 팔로워 수에 다시 연연하게 되면서 내 마음까지도 힘들어졌었다. 보는 사람도 원하지 않고 쓰는 나도 반응을 신경 쓰다가 지친다면, 그만두는 게 낫지 않나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이 말 덕에 나는 다시 3,000에 마음두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내게 필요한 건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즐겁게 보고 있다는 확신이 아니었다. 몇 명인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공감하고 도움을 받는다는 확신, 그저 그 정도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걸 얻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나의 일상과 진심을 자주 담을수록 팔로워 수가 줄어드는 느낌이다. 그래도 그저 이렇게 살아보기로 한다. 무용함과 유용함은 기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무용해 보이는 글이 어느 순간에는 유용한 방식으로 가닿는다. 유용함으로 치장한 브랜딩 원칙과는 멀더라도, 나는 내 방식의 유용함을 믿는다.


덧. 인스타그램이 팔로워에게 글을 노출시키는 빈도를 줄이고 정보의 유용함에 따라 노출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팔로워가 많은 소수 인플루언서의 글만 다수에게 노출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제는 브이로그식 피드를 줄이고 유용한 정보를 담는 피드에 집중할 때라고 그 글에 적혀있었다. 으음, 어쩌나. 나는 작고 소중한 내 팔로워들에게 내 글이 노출되고 그들과 공감을 주고받는 게 기쁨인 사람인데. 팔로워들에게마저 노출이 안 되면 어쩌란 말이냐. 확실히 오늘도 나는 반대로 걷고 있다. 이러다 아무도 읽지 않는 날이 오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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