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냐 정 Mar 26. 2024

나를 쓰게 하는 힘은 조회수 말고 여기에 있다

숫자와 의미

왜 굳이 애써가며 계속 쓰고 싶어 하는가. 타인에게서 자주 받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왜 쓰지 못해서 안달인가. 왜 쓰지 않으면 불안한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무어라도 하기 위해 찾아낸 손쉬운 방법뿐인 것 아닌가. 그렇게 묻다 보면 기존의 답이 강화되기도 하고 새로운 답이 도출되기도 한다. 


그중 매번 강화되는 답이 하나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멀리 나아가는 게 글이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자꾸 쓴다. 처음 블로그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건, 내 육아용품 소개글이 타인의 육아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된 후였다. 가보고 좋았던 카페나 맛집 이야기를 올리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주말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즐거웠다. 


처음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이 자리에 직업이 엄마인 사람은 저뿐인 것 같아요. 저는 전업맘 쏘냐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소개했던 날, 그런 내가 신기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렇게까지 당당한 전업맘 소개를 들어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과거의 내가 꿈꾸던 워킹맘들 사이에서 유일한 전업맘이면서도 주눅 들지 않는 마음을 발견했다. 그런 내가 나도 신기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남 앞에서 내 소개 하나 제대로 못하던 날을 지나왔기에 더 그랬다. 그래서 쓰고 싶어졌다. 과거의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 시간들을 헤쳐온 이야기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많다. 나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혹은 모든 엄마가 내 글의 타깃일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을 테니,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


그 믿음이 나를 시작하게 했다. 그런데, 첫 책을 내고 두 권의 매거진을 만들고 두 번째 책을 내고, 블로그에 브런치에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내 글이 가지는 영향력의 한계가 명확해졌다. 첫 책을 쓸 때만 해도, 모 아니면 도, 실패 아니면 성공. 실패한다면 어디에도 닿지 못하겠지만 성공한다면 훨씬 많은 곳에 닿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현실은 언제나 기대보다 가혹한 법. 출간에 성공하면서 나는 기대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온라인 글쓰기로는 브런치스토리가 주력 플랫폼이다. 블로그에는 정보를, 인스타그램에는 일상과 짧은 소회를, 브런치스토리에는 (내 기준) 좀 더 글 같은 글을 쓴다. 그만큼 공을 들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새 글 조회수는 브런치스토리가 제일 낮다. 그래서 노출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써보기도 했다. 브런치스토리는 메인 노출이 글 조회수를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 메인에 노출되기 좋은 주제와 제목을 골라서 쓰는 거다. 그러다 보면 평소의 글과는 조금 다른 글이 써지기도 한다. 어떤 글은 메인에 오르기도 하고 몇만 조회수가 찍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역시 허망하다. 메인에 노출되는 글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글이 다르기 때문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시간도 정성도 덜 들인 글이 메인에 올라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니 치솟는 조회수를 보면서도 기쁘지 않은 거다.


이제는 온라인에 글을 올리고 나면 조회수 자체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 대신 '좋아요'와 '구독' 연결률을 본다. 나만의 일기장에 쓰는 대신 온라인 플랫폼에 올렸다면, 그 글은 타인에게 닿기를 바라는 글이다. 단순히 활자형태로 눈과 머리에만 닿기보다 의미 덩어리로 마음까지 닿았으면 좋겠다. '좋아요' 버튼을 클릭할 만큼 좋다는 생각이 드는 글, 다음글도 놓치지 않고 읽고 싶다는 마음에 '구독' 버튼을 누르게 되는 글을 쓰고 싶다. 5만 명의 눈을 스치고 간 글 보다 80명의 눈을 스치다가 그중 30명의 마음을 두드린 글이 더 의미 있다. 


요즘 쓰는 글은 조회수가 높지 않다. 그래도 업로드 초반 몇 시간은 무려 50%의 '좋아요' 클릭률을 보이는 글이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가끔이지만 글에 '좋아요'를 누른 뒤 해당 브런치북이나 내 계정을 '구독'해 주는 사람도 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작은 행동, 한 번의 클릭. 그게 내게는 단단한 밧줄이 된다. 어딘가 내 이야기를 마음으로 읽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 그게 내가 계속 쓰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사진: Unsplash의Zoe


이전 16화 글쓰기가 가져다준 의외의 보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