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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정 May 21. 2024

글쓰기에 대한 글을 맺습니다

에필로그

<유용하고도 무용한 글쓰기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지금까지 열아홉 개의 글을 썼습니다. 지금은 스무 번째 글을 쓰고 있어요. 연재를 시작하고 몇 편까지 쓰는 게 좋을까 계속 고민했는데, 불현듯 20개가 적당하겠다 싶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스무 개, 20주. 중간에 못 쓴 주차도 있으니 거의 6개월이 흘렀습니다.


처음 글쓰기에 대한 연재를 시작한 건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글쓰기 하며 지나온 시간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정리하고 싶었어요. 다음 책은 글쓰기 책이었으면 좋겠는데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할까 어지럽기만 하더라고요. 글쓰기 책은 잘 팔리지 않기 때문에 출간도 쉽지 않을 거라는 출판사 의견을 듣고 난 후라 더 그랬습니다. 나에게 책이 될만한 특별한 글쓰기 스토리가 있을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써보기로 한 거죠. 


유용하고도 무용한... 유용하다고는 도저히 우길 수 없는 무용함이 제 글쓰기에 있습니다. 유용한 일만 하려고 했다면 저는 아마 쓰지 않았을 거예요. 무용하기 때문에 용기가 날 때도 있었고, 무용하지만 쓰고 싶은 날도 있었습니다. 많은 순간, 이렇게 무용한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쓰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이번 연재가 저에게 답을 줄거라 기대했었습니다.


스무 번째 글을 쓰는 지금 답을 얻었냐고요? 반쯤은 '네', 그리고 반쯤은 '아니요'. 무용하다고 여겼던 순간들이 오히려 제 내면에게 유용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기준에 따라 같은 일이 무용하게도 유용하게도 작용할 수 있는 걸 한 번 더 깨달았죠. 그런데 쓰고 싶은 마음은 그리 단순하지 않더라고요. 하나의 답을 얻고 나면 꼬리 물고 나타나는 새 질문이 있습니다. 유용한 글을 쓰고 싶은 욕심도 마음속 어딘가에 숨어있어요. 중요한 건 균형일 테고,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가 다음 숙제입니다.


사실 저에게는 글쓰기에 대한 두 개의 연재 계획이 있었습니다. 하나가 지금 마무리하는 에세이입니다. 또 하나는 제가 글쓰기 프로젝트를 리드할 때마다 강의하는 내용을 담은 글쓰기 설명서예요. 하나가 끝나면 바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계획을 변경하는 게 좋겠어요.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더 경험을 쌓고 나서 풀겠습니다. 


연재를 계속 봐온 분이라면 오늘 글이 어색할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갑자기 높임말을 쓰고 있으니까요.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감사에는 높임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연재하는 동안 제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요도 눌러주시고, 댓글도 남겨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이 플랫폼에 글 쓴 이후 처음으로 독자의 힘을 느꼈어요. 조회수가 몇만씩 나오는 글보다 더 뿌듯했거든요. 글 하나 보고 브런치북 구독하시고, 다음 글 또 봐주시고, 지난 글에도 이번 글에도 계속 좋아요 눌러주시고. 누군가가 떠나지 않고 읽고 있다는 사실이 다음 글 쓰는 힘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글 쓰는 나에 대해 쓰다 보니, 내가 나를 글 쓰는 사람 틀에 가두는 느낌이 들었어요. 글쓰기 자체가 지긋지긋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당분간은 그간 쓰고 싶었던 '글쓰기 외'의 주제를 탐색하려 합니다. 매주 목요일 새로운 연재도 시작했어요. 앞으로의 글도 함께 읽어주세요. 개인의 경험이 보편적 응원이 되기를 바라면서 계속해서 쓰겠습니다.



* 앞으로 목요일마다 연재할 새 브런치북

https://brunch.co.kr/brunchbook/msgofsup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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