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내 책 쓰기 여정의 시작을 궁금해한다. 아이를 낳기 전엔 마케터였고, 이후엔 엄마로만 7년을 살았던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작가가 된 걸까. 새로운 시작의 첫 단추가 책 출간이라니, 거기엔 무엇이 있었을까.
대단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지만, 실은 간단하다. 전문가를 찾아갔다. 책을 쓰기 위해 찾은 전문가는 책 쓰기 학원이었다.
엄마로만 사는 내가 초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상의 정보에 어두운 건 사실이었다. 뭔가를 하려고 보니 확실하게 느껴졌다.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게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쓰고 싶은 주제와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뿐. '글'과 '책'은 엄연히 다른데, 간극을 메울 방법을 몰랐다. 그때 홀연히 내 앞에 나타난 게 책 쓰기 학원 광고다.
세상에 수많은 학원과 모임들이 있는지도 몰랐던 내 눈앞에 나타난 딱 하나의 책 쓰기 학원. 무언가에 홀린 듯, 더 알아보고 찾아보고 비교해 볼 생각도 못하고 등록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등록한 건 아니다. 1일 특강에서 수강생 출간 성공률을 강조했는데, 그게 꽤 높았다. 확실해 보이는 숫자에 내 마음이 기울었다. 내가 무조건 성공할 거라 믿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문제는 수강료였다. 몇백만 원짜리 강의. 성공 가능성이 100%도 아닌 일에 걸기에는 큰돈이다. 엄마들의 일상이란, 몇 만 원이 아까워서 포기하는 일의 연속이다. 큼직큼직하게 몇 백만 원짜리 고민할 일도 가끔 생기지만, 그럴 때마다 포기를 선택했다. 그러니 이번 몇 백만 원도 가당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수강료보다 더 큰 문제를 만났다. 내 마음이었다. 그래. 그게 맞는데, 아는데... 이상하게 이번엔 포기가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나는 살짝 미쳐있었던 것 같다. 엄마로만 살아도 괜찮은 시간, 그 임계점이 7년이었던 거다. 임계점을 넘은 순간 마음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 딱 하고 싶어진 일, 책 쓰기를 하지 않으면 평생 무섭게 후회할 것 같았다.
고민하던 내게 아빠가 말했다. "소령아, 하고 싶으면 해. 아빠가 보내줄게."
그리고 덧붙였다. "그런데 그냥 네가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면 좋겠어. 책 출간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 그걸 꼭 해내겠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들 거야. 아빠는 네가 도전하는 시간을 그저 즐겼으면 좋겠어. 그걸로 충분해. 결과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 봐. 성공하지 않아도 돼."
그날아빠는 나에게 너라면 해낼 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넌 잘할 수 있으니까 걱정 말고 도전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하고 싶은 일 하는 시간을 즐기라고 했다. 아빠는 내가 성공하는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일에 즐거이 도전하는 기회를 놓치는 게 더 아쉬웠던 거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마다 아빠의 말이 생각난다. 즐기다 보면 어떤 일은 성공하고 어떤 일은 실패하겠지. 하다 보니 알 것 같다. 성공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없고, 실패가 쌓아가는 계단도 있다. 그러다 보면 시작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새로운 틈이 나타난다.
첫 책 쓰던 시기에는 정말 미친 듯이 책만 썼다. 노트북 챙겨 들고 석촌호수 앞 카페에 갔던 날, 문득 내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책을 쓰고 있어서가 아니다. 나는 그저, 성공 여부를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내가 좋았다. 내 시간과 정성을 다 쏟아붓고도 열매 맺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면서, 열정을 쏟아 넣는 내가 좋았다. 그날 부모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성공할 자신 없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키워주셔서, 좌절을 예상하고 거기에 단단히 맞설 마음을 먹는 사람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는 도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