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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정 Jun 06. 2024

너라면 계속해서 잘 할 수 있을거라는 말

칭찬 없는 회사에서 그녀가 그렇게 말한 이유

사원 생활이 끝나고 대리 생활이 시작될 무렵. 함께 일하기 시작한 과장님이 있다. 사회생활을 국내 대기업에서 시작한 나에게는 더 멋져 보일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굴지의 글로벌 외국계 기업에서 이직해 우리 부서에 왔다. 곧 합류할 멤버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궁금했다. 그녀는 왜 그 좋은 직장을 두고 우리 회사에 오는 걸까?


"과장님 전 직장도 좋은 곳이었잖아요. 다들 가고 싶어 하는 곳인데, 왜 여기로 온 거예요?"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내가 이렇게 물었을 때 그녀는 답했다. 외국계 기업을 다니다 보니 국내 대기업이 궁금했고, 마침 기회가 생겼다고. 역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은 사람의 본능인가 보다. 어느 자리에도 장단점은 있고 말이다.


그녀와 나는 같은 파트에서 일했지만 역할 배분이 뚜렷했기에 위아랫사람이라기보다 동료 같은 관계로 일했다. 그 시기가 내 회사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긴데, 과장님 덕분에 버틴 날이 많았다. 나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알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던지. 아직 20대, 관계는 서툴고 일에는 성실하고 욕심은 많은 시절이었다.


AI drawing by CANVA


그러던 어느 날, 과장님이 나에게 말했다.

"정대리는 여기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아."

"왜요?"

"정대리는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사람이라. 그 말을 들었던 순간도 내가 나의 업무 성과를 들고 기뻐하는 중이었다. "과장님, 이거 진짜 잘한 거 같아요." 뭐, 대충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과장님의 말.


"지금도 봐. 자기가 만들어낸 좋은 결과에 대해서 스스로 칭찬하고 있잖아. 내가 여기로 이직하고 나서 제일 이상했던 게 칭찬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야. 사람들이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결과에 대해 칭찬해 주는 사람이 없어. 그러면 지치기 쉽거든. 그런데 정대리는 아무도 칭찬하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을 칭찬해. 그런 정대리라면 오래 계속할 수 있을 거야."


아... 그렇구나. 그곳에서만 일해본 나는 내가 있는 조직이 칭찬에 인색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를 칭찬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날 나는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응원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칭찬할 거리를 찾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한 번 더 칭찬했다. 나를 칭찬하는 방식으로 버텨온 내가 대견했다.


시간이 흘렀다. 지금 돌아보면 어린 내가 그릇이 작아서 더 힘들었던 것 아닌가 싶다. 지금이라면 그때보다 능숙하게 해 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어쩌겠는가. 인간은 성장하는 존재인 걸. 이번에는 그때보다 성장한 나를 칭찬해 보기로 한다.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사람. 그날 과장님이 그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힘든 날을 버티는 좋은 방법 하나를 나는 깨닫지 못했을 거다. 지나치지 않고 말해준 덕분에, 나는 이후에도 나를 칭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민망해서 차마 남들에게 내 성과를 전시하는 못 하는 날에도, 혼자 가만히 스스로를 칭찬하는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나를 보듬어주고 칭찬해 주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평가만 할 뿐 칭찬하지 않는 조직도 많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를 칭찬하자. 내가 못 해서가 아니라 그곳에 칭찬의 씨앗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장점을 발견한다면 그날의 과장님처럼 알려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말은 휘발되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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