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그램> 글 하국주/ 그림 서울비
배리 소넨펠드 감독의 ‘아담스 패밀리 (The Addams Family, 1991)’는 내가 한 손에 꼽는 인생 영화다. 가족 코믹 판타지 스릴러 장르라 할 수 있는 '아담스 패밀리'는 1930년대 연재만화로 시작한 이후 많은 영화와 TV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영화라 설명을 좀 붙이자면, 지금까지도 수많은 작품 속 기묘한 가족들의 모티브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불과 며칠 전에도 유튜브에서 관련 컨셉의 카드 광고를 봤다.)
(스포에 예민하신 분들은 아무쪼록 다음의 두 문단을 훌쩍 뛰어넘으시길 바랍니다.)
‘아담스 패밀리’의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겠다. 남편 고메즈와 아내 모티샤, 장모, 아들 퍽슬리와 딸 웬즈데이 5인으로 이루어진 아담스 가족은 잘린 손 씽과 과묵한 거인 집사 러치와 함께 고딕풍 저택에서 산다. 어느 날 그들의 성으로 오래전 잃어버린 고메즈의 형 페스터가 찾아온다. 사실 그는 아담스 일가의 재산을 노린 악당과 한패이다. 그러나 점차 아담스 가족에게 동화되면서 갈등을 겪던 중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자신이 진짜 페스터임을 깨달아 악당을 몰아내는데 일조한다.
낡은 옷장을 뒤지면서 물건을 찾던 모티샤가 사람만 한 옷가방들을 치우며 중얼대던 대사를 아직 기억한다.
“이건 닉넥 삼촌의 겨울 옷.... 이건 닉넥 삼촌의 여름옷... 그리고 이건 닉넥 삼촌.”
처음엔 무슨 말인가 하다가 빵 터졌었다. 천연덕스러운 모티샤와는 반대로 정체를 감추고 있던 사기꾼의 놀란 표정도 정말 우스웠다.
아담스들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하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외부 세계에 대한 존중이 있는 단단한 사람들이다. 외골수라 더 그랬겠지만 그들만의 결속력과 끼리끼리 통하는 유머, 넘치는 끼, 느끼함도 불사하는 열정이 어찌나 좋고 부러웠던지.
그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중에 크면 꼭 저런 가족을 만들어야지. 그 안에서 매일 유쾌해야지. 하지만 인연이란 혼자 꿈꾼다고 되는 게 아니고, 시간은 흐르고, 모니터 앞 이렇게 홀로이 괴짜로 남았다.
2019년 10월 현재 '아담스 패밀리'는 애니메이션으로 리부트 되어 북미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곧 이곳에서도 새로운 아담스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번엔 또 어떤 별종들의 하모니로 사람을 설레게 할지 기대 만발이다.
• 매거진 <모노그램>은 하국주 님의 글과 서울비의 그림이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작품입니다. 2019년 하반기 (9월~12월) 서울비의 브런치에서 한시적으로 매주 월요일에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