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밤바람이 시원해
거스르는 딸, 거슬리는 딸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거슬리는 딸이다.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고, 의견이 강하게 내세워서 양보라고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취하는 태도는 어디까지나 해학과 풍자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큰 흐름에서 부모의 뜻을 거스른 적은 없다. 구시렁거리고 시끄럽게 떽떽거리지만, 눈치 빠르게 엄마의 불편한 심기를 알아채고 본심과는 맞지 않더라도 기꺼이 분위기를 맞추는 선택을 한다. 이런 행동이야말로 본연의 나를 거스르는 짓이었기 때문에 지난 십여 년 간 내 마음은 불타오르고 바스러지기를 반복, 수십 번 엄마아빠를 탓하는 글을 쓰게 되었다.
효능은 굉장했다. 과다한 감정표출로 역효과가 나기도 하고, 욕을 너무 썼다 싶을 때는 엄마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당사자 앞에서 꼴사납게 울고부는 짓이야말로 순리를 거스르는 행동일 테니 결국은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어졌다. 입으로만 하던 효도조차 내려놓은 아들에 충격을 받은 엄마는 어제부터 무너져 내렸다. 또 큰딸인 내가 과했다며 헛된 지적을 하는 엄마의 카톡에 나는 또박또박 "사랑은 아들한테 주고 위로는 딸한테 바라지 말아라. 나한테 그만 의지해라." 하고 답장을 보냈다. 엄마는 자기가 잘못했다고, 앞으로는 안 그러겠다고 했다. 아들을 포기했다는 빈말과 함께...
엄마는 아주 예전에 걷어차여놓고 이제야 혼자 이별을 겪고 있다. 아들을 잃고(?) 우는 엄마가 더 이상 딱하지 않고 우스꽝스럽다. 엄마의 분별없는 사랑은 나에게 거슬리는 정도를 넘어서 모두를 거스르는 감정이다. 솔직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누가 거슬려하든 개의치 않고 거스르는 짓을 실컷 하기로 했다.
못된 마음
못된 마음이 보통을 훨씬 웃돌고 있을 때 삐죽삐죽한 신경과 뱉지 않아도 좋은 말을 실컷 하면서 자기혐오를 느낀다. 모두를 미워하면서도 모두를 이해하려고, 내가 놓쳤을지 모르는 순간을 찾느라 애쓴다. 애쓰기 싫어하면서도 잊을 줄 몰라서 기운을 소진한다. 하루 종일 "너무 싫다"라고 말한다. 나의 하루가 떳떳하지 못해서 부끄럽지만 그런대로 견딜만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이렇게 생겨먹은 나를 이제는 정말 받아들이고 있다. 안 받아들이면 어찌 견디겠는가 싶어서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여전히 화를 많이 내고, 혼잣말로 욕을 하고, 제멋대로 뒷담화하는 나를 다그쳐도 소용없는 노릇이라, 그러려니 살기로 했다.
못되고 치사한 마음으로 지낸 일주일이 끝나간다. 끝나간다고 써도 지나가는 건 시간일 뿐, 이 마음은 별 일 없이 나와 함께하겠지. 뙤약볕에서 여름이 물총놀이하는 동안, 더운 바람을 쏘이며 패티 스미스의 책을 읽었다. 가슴골에 땀이 흘러내려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도 느슨하니 좋은 시간이었다.
시모와 시누이와 짧게 다녀온 카페 나들이도 괜찮았고, 시고모네에서 아이들과 산딸기(나무딸기)를 따는 순간은 굉장히 즐거웠다. 한 번도 사 먹은 적 없는 산딸기를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에서 잠든 여름을 보고 키득키득 웃던 순간과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한참 바라본 시간을 남기며 이번 주도 마무리. 잠든 아이 옆에 누워 다음 주에는 덜 분노하리라 다짐하는 중인데, 오늘따라 동네 개들이 쉬지 않고 짖는다. 얘들아, 자자.
그리고, 집필진으로 참여한 책이 나왔다!
https://www.instagram.com/p/DK0tcjsTq3W/?igsh=MTIxMzl0MWNqZ3dw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