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꾸준한 홈트와 밀가루 단식(노력)에도 불구하고 살이 1도 빠지지 않음에 좌절하면서, 최근 몇 주 '다이어트'에 대해 미친듯이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그냥 운동만', 또는 '그냥 안 먹어서'는 절대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으며, 아주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내 몸을 위한 루틴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비싼 돈 주고 PT 받는거야, 몰랐어? 라고 하시겠지만.)
하지만 해야하는 걸 안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역시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들이 스멀스멀 고개를 쳐든다. 예를 들면, '치밀하고 전략적인 몸 만들기'란, 싱글이거나, 아이가 없거나,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앉아있지 않는, 몸 만들기가 업(業)인 유튜버나 트레이너, 또는 시간 많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난 못해. 이런 것들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인정해 줘야 한다. 아이들 때문에 숙면은 불가하고, 아침 출근하기 직전 20~30분 정도밖에 운동할 시간이 없으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출근할 수도 없거니와, 하루종일 식단한다고 코딱지만큼 먹었다가는 아이들과 불살라야 하는 저녁엔 전신히 후들거려서 드러눕고 말 것이다. 못 하는 이유는 나열하면 끝이없다. 요약하자면 나는 내 몸 말고도 챙길 게 너무 많다. 그럼 어떡하지? 그냥 이대로 살아야 하나?
이 쯤에서 다시금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다이어트, 도대체 왜 하냐는 거다.
나름대로 1년 가까이, 다이어트 프로그램인 '미인(美in)프로젝트'의 마인드 코치로 있으면서 내가 직접 수십명의 사람들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다이어트를 왜 하시나요?'
이 질문에는 대부분 현재 상태를 이야기한다. 요새 살이 갑자기 너무 쪄서, 몸이 너무 찌뿌둥해서, 체력이 너무 딸려서, 예전에 입던 옷이 안 맞아서, 자신감이 떨어져서...
여기까지는 1차적인 목표다. 갑자기 찐 살을 빼고 싶고, 예쁜 옷을 입고 싶고, 자신감을 얻고 싶은 것. 현재의 내 모습에 불만을 느끼고, 개선해보고자 마음먹는 단계다. 이것만으로도 사실은 단기간에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단, 그 1차적인 목표가 복합적인 게 아니라, '몇 키로를 뺄 거야' 처럼 명확하고 단순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목표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너무 쉽게 방전되어버리는 '체력'을 높이고 싶은 게 1차 목표였고, 그래서 아침에 단 5분이라도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근육도 좀 늘리고, 밀가루를 끊으면서 체지방도 줄이고 싶었다. 홈트 영상을 보다보니 자꾸만 떠오르는 애플 힙과 탄탄 몸매에도 눈길이 갔다. 그러자 마음이 급해졌다. 내 몸은 전혀 그 유튜버들의 몸과 비슷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들이 해냈다는 몇 주 챌린지, 몇 개월의 다이어트 기록들은 지금 내 상황에는 전혀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나도 뭔가 그들처럼 해야할 것만 같았다. 점점 '체력'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근력, 힙업, 뱃살, 닭가슴살 같은 것들에 집중하며 운동과 식단에 무리한 에너지를 쏟았다. 원래의 내 일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체력'은 당연히 더 빨리 소진되었고, 저녁에는 피곤에 쩔어 아이들에게 신경질 내는, 예민하고 극성스러운 나날이 지속되었다.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대부분 한 가지로 단순하지가 않다. 그래서 지금의 불만에 집중하는 1차 목표만으로는 오랫동안 꾸준히 지속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음 질문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뭐가 좋아지나요?'
살이 빠지면 뭐가 좋은지를 몰라서 묻는 게 아니다. 당연히 탄력있는 몸이 되면 자연히 매사에 자신감도 생기고, 활력있는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은? 그렇게 되면 내 삶이 어떻게 되는가? 내가 바라는 내 삶의 이상적인 모습은 무엇인가?
내가 살을 빼고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이다.
굼뜨지 않고 빠릿빠릿 민첩하게 행동하는 것, (코어와 하반신이 탄탄해져야 함)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 계단을 오를 때 헉헉대지 않는 것, (기초 체력이 좋아져야 함)
아침에 뭘 입어야 하나 근심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 (아무거나 입어도 예쁘게 맞아야 함)
저녁에 아이들에게 '엄마 피곤하니까 내일 하자'는 말을 하지 않는 것, (내 몸과 에너지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수시로 충전해두어야 함)
다시 말해 나는 하루에 눈 뜨고부터 잠 잘 때까지 몸과의 전쟁을 치르는 대신, 내 몸을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싶다. '잠을 못 잤어, 옷이 안 맞아, 귀찮아, 힘들어, 피곤해'.. 라는 말 대신, 할만 해, 괜찮아, 힘이 넘쳐, 재밌어, 마음에 들어'로 가득 찬 일상을 살고 싶다. 회사에 가서는 일에 집중하고, 집에서는 아이들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내 몸과 마음에 가득하면 좋겠다. 억지로 무리해서 하는 과한 운동과 식단이 아니라, 건강한 음식과 가벼운 움직임이 일상생활에 녹아들면 좋겠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을 종합해보면,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자기관리'다. 해야 하니까 억지로 하거나 무작정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제일 잘 맞는, 나를 위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다듬고 관리하는 삶이다. 그러려면 나만의 자기관리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거창한 것이 아닌, 일상에 녹일 수 있는 것들이어야 한다. 안 좋은 걸 뻔히 아는데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마셔버린 이른 아침 아이스커피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술과 기름진 안주, 빵과 과자 대신 짜지 않고 건강한 식단과 간식을 미리미리 준비해야한다. 아침부터 무리한 운동으로 하루치 체력을 미리 소진하는 대신, 가벼운 유산소와 스트레칭을 매일 꾸준히 해주어야한다. 가장 중요한 건 취침시간. 매일 조금씩 늦어져 이제는 12시가 다 되어 잠드는 아이들을 9시에는 무조건 재워야겠다. 물론 지금까지도 다 알고 있었고 나름대로 노력했던 일들이지만 이제는 '체력증진'이나 '애플힙'이 아닌, '자기관리하는 삶'에 좀 더 초점을 두려고 한다. 나는 앞으로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다. 나를 위한 음식, 나를 위한 운동, 나를 위한 잠을 자고, 통해 충전한 에너지로 활기 넘치는 삶을 보낼 것이다.
자기관리라 하니 왠지 피곤하고 유난스러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늘 우리는 '그렇게까지 해야하나'의 기로에 놓이니까. 하지만 섬세하면서도 철저한 자기관리 없이는, 활력 넘치고 지치지 않는 일상이 불가능하다는 걸 이미 경험했다. 자기관리라고 해서 무조건 새벽 4시에 일어나 1시간 달리고 닭가슴살을 먹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진짜 자기 관리는 '자기'한테 딱 맞는 방법과 습관으로 스스로의 몸과 에너지에 대한 '관리'를 일상화하는 것이다.
모든 걸 다 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어디에 내 에너지를 집중할 것인가는,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부터는 다이어트가 아닌, 자기관리를 위해 에너지를 집중해보려고 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