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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Mar 23. 2021

14.첫 전원주택을 떠나며

오늘 집을 보러 젊은 부부가 왔습니다. 그 부부는 아이는 없고 강아지만 2마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분들이 집을 보시는 내내 저희 아이들은 뭐에 흥분했는지 엄청 뛰어다녔습니다. 그러자 부동산 사장님께서 "너희는 아파트 살면 안 되겠다."라고 해주셨지요. 저도 공감합니다. 앞으로 한동안 아파트 갈 생각은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분들도 이곳에서 즐겁게 사시겠지만 저는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었기에 내심 아이가 있는 가족이 왔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집을 대충 보고는 바로 계약하겠다고 하시곤 가셨습니다. 사실 저도 이 집을 보자마자 계약을 결심했기에 그분들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제가 즐거웠던 만큼 그분들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길 바랍니다.


저희 집이었던 이곳의 장점 중 하나가 봄에 꽃이 피면 정원이 그렇게 이쁘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못 보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살려고 라이프 플랜을 세웠건만, 2년도 못 채우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인생이 참 계획대로 되지 않음에 신기할 따름입니다. 결혼하고 벌써 4번째 이사입니다. 저도 좋은 기회가 생겨 떠나게 되었지만 너무나 쉽게 다른 주인이 이 집에 들어온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생깁니다. 아마 마지막 날에는 엉엉 울지도 모를 것 같습니다.



주택을 살게 된 경험은 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솔직히 전국의 집값이 이렇게 말도 안 되게 오르는 상황에서도 부동산에 관심을 갖지 않고, 다른 친구들에게 부러운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이유는 주택에서 사는 삶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이 가장 좋았을까?라고 하면 정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제가 청소, 세탁도 마음대로 하는 것도 포함이 되어 있지만, 아파트와 같이 동일한 평면도가 아니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뿐인 집"이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집을 짓는다면 이런 것을 고려해야지, 이건 좋으니 다음에 짓더라도 참고해야겠다 등 나만의 생각이 담긴 집을 상상하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곳을 떠나는 이유는 미국을 가게 되었습니다. 정말 갑작스럽게 결정이 된 일이어서 아직 저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는 것을 전원주택에 살게 되면서, 또 이렇게 미국에 가게 되면서 알게 됩니다.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순간을 즐겁게 사는 것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요새는 앞으로 살 집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도 주택에 살아 봤으니 미국에서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아파트 아니고, 주택만 찾아봐야지 라고 다짐을 하고 보는데, 현실과 로망 사이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네요.  


다음부터는 미국에 정착을 하는 과정에 대한 글을 나누려 합니다.


저의 첫 전원주택 살아보기는 마무리하고 보스턴에서 살아보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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