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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Jun 01. 2020

10. 육아와 전원주택

전원주택에 살까 고민하는 그대에게

아이가 있으면 "전원주택에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아이가 집에 있는 것을 답답해하면, 마당 있는 주택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보게 됩니다. 주택에만 가면, 마당에서 하루 종일 놀고, 키즈카페, 놀이동산 이런 곳은 아이들이 찾지 않을 것이고 티비, 장난감 없이도 하루 종일 흙과 자연에서 재밌게 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보다는 자연과 가깝지만 그것도 엄마의 노력이 없으면 효과 제로입니다.


제가 집 계약을 하고서 고민하고 있을 무렵 SBS 스페셜에서  "내 아이 어디서 키울까"라는 주제로 방송이 되었습니다. 계약을 잘한 건가 고민하는 시기여서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그러나 싱겁게도 결론은 "정답은 없다."입니다. 

내아이 어디서 키울까요


아이들은 아파트든 주택이든 다른 주거형태든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저희 실장님도 제가 이사한다고 했을 때 본인도 애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주택에 살았었는데, 좋았었다고 얘기해주셨습니다. 단, 애들은 기억을 전혀 못한다고 얘기해주셨습니다. 우리 스스로 생각해 봅시다. 초등학교 이전, 혹은 저학년까지의 기억이 있는지요. 저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모의 기대일 뿐이지 아이들은 어디에 살든 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내'가 어디에 살고 싶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층간소음의 가해자라는 죄책감에 안면마비가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주택 6개월 차가 되었습니다. 그사이 코로나가 터졌고, 첫째보다 5배는 에너제틱한 둘째를 보며 주택으로의 이사는 나에게 천운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는 이사한 것을 전혀 후회 없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제가 처음 이 도시에 이사를 왔던 2016년이 생각납니다. 그 당시도 전세가 귀한 시기였습니다. 그때 제가 원하는 곳에 매물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부동산 아저씨가 "조금 멀긴 한데 주택이 좋은 게 있는데 한번 볼래요?"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때는 고민 없이 바로 "관심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구경이라도 해볼걸 무엇이 그렇게 확실해서 칼같이 거절했을까 하고 후회됩니다.


저는 '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그랬으니 이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선택지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랬는데 당시엔 왜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까요? 무언가에 세뇌당한 것처럼 나는 꼭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왜 아파트 외엔 선택지에 올리지 않았을까요?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 집 말고 다른 것도 생각해 봅니다. 우리 인생에서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해볼까 하는 의지조차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생각만 하고, 안 되겠지 체념해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저는 그랬습니다. 그렇기에 주택으로의 이사는 저의 삶과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우선, 모든 것을 '저' 위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되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의사결정에 '아이'가 들어가게 됩니다. 특히 '집'은 정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에 살 것인가 에 '교육' 이란 변수를 넣지 않을 수 있는 엄마가 몇 명이나 될까요?


저의 상황이 일반적이진 않지만, 잠시 설명을 드리면 저는 경기도 외곽에 살고 있습니다. 집에서 회사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고,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회사 어린이집은 신호등 포함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생활만 보면 너무나 만족스럽습니다. 수족구나 감기 같은 건강상의 문제만 없다면 육아 도움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이 가능한 환경입니다. 특히 얼마 전부터 자율 출퇴근제가 시작되어 더욱이 긴급 상황에 대처가 가능합니다. 모든 것에 장점만 있을 수는 없지요. 초반에 얘기한 것과 같이 경기도 외곽이므로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교육적으로 선호하는 지역은 아닙니다. 이제 첫째가 6살이 되어 어린이집 졸업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까지 2년 남았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 엄마들을 만나면 대화 주제의 90프로는 '초등학교 어떻게 할 거야?'입니다.


저도 이사 전 아파트에 살 땐 어린이집 졸업 후 바로 큰 도시로 나가려고 구체적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제 출퇴근 시간을 커버해줄 엄마까지 섭외했습니다. 그랬는데, 주택으로 이사를 오고 이 생활이 나에게 너무 좋다 보니 굳이 그렇게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출퇴근이 편하고, 아이들을 내가 혼자 볼 수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바로 대응이 가능한데, '교육'이 뭐길래 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까요? 그리고 과연 도시로 가면 '교육'이 해결이 되는 걸까요?'교육' 은 무엇일까요?


물론 엄마인 본인이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도시 외엔 못 살 것 같았습니다. 분주한 사람들, 화려한 불빛, 넘쳐나는 맛집들이 제가 추구하는 삶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이곳이 저에게 더 맞습니다. 그리고 매 순간 만족스럽고, 행복합니다. 그럼 된 것 아닐까요?


그리고, 모든지 직접 해 봐야 압니다.

저도 주택에 살기 전에 제가 주택에 살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주택이 좋은지도 몰랐습니다. 막연한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주택의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아파트에서의 삶을 정당화했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너무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단점이라는 것 저에게 단점인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벌레가 생기는데, 벌레 징그러운 건 한순간입니다. 지금은 그냥 손으로 때려잡습니다. 집안일 귀찮은 것도 생각뿐입니다. 집이 좋아 집에만 있으니 체력이 넘쳐서 그런지 집안일도 재밌습니다. 이처럼 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리고 모두가 다릅니다. 그렇기에 답을 미리 내지 마십시오.   

저는 이 집이 만족스러운데 저희 엄마는 저희 집에 오시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여기 살래도 못살겠다."

엄마는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 싫다고 하십니다. 일이 많은 것도 싫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주택의 삶은 나의 취향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다릅니다. 아파트는 모든 집의 구조가 비슷할지 몰라도, 주택은 모든 집이 대부분 다릅니다. 그러니 똑같은 것을 바라보고, 똑같은 것을 목표할 필요가 없습니다. 앞서 고민했던 교육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앞으로 내 아이가 사는 세상 내가 살았던 세상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엄마인 제가 행복하다면 아이도 행복할 것이라는 것을요.  


인생에 누구에게나 맞는 만능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인생에 틀린 답은 없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저 당신과 저의 답이 다르지만, 둘 다 지금 행복하다면 그것이 정답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저희동네는 정말 이쁩니다. 이런곳에서 제 첫 전원생활을 시작함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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