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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Apr 23. 2020

9. 우리 집에 처음 방문한 고양이 손님

동물들과 함께하는 전원생활

벌써 한참 전의 일이지만 이사를 하고 대충 정리가 끝난 어둑해진 시간 어디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가 나는 곳은 바로 부엌 옆의 문 밖이었습니다. 귀여운 검은 고양이가 저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꼭 내 영역에 새로 온 사람들은 누굴까 감시하는 귀여운 감시자 같았습니다. 동물이라고는 동물원에서 밖에 못 본 아이들은 고양이의 등장에 신이 났습니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 집에 온 첫 손님인데 모른 채 지나갈 순 없었습니다. 주워들은 정보를 토대로 고양이에게 염분이 있는 것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생고기를 조금 떼어주려고 고기를 들고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여니 고양이도 낯선 우리가 무서웠는지 으르렁 거렸고, 그 소리에 놀란 첫째는 겁에 질려 울어버렸습니다.

으르렁 거리는 고양이
문을 닫아야지만 먹는 고양이


길고양이라서 그런지 매우 경계심이 가득했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고기를 문 앞에 두어도 우리가 있으니 가까이 오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문 앞에 고기를 두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자, 맛있게 먹는 고양이입니다. 우리가 문을 닫고 있는 동안은 귀엽게 '냐옹' 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는 고양이였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저희를 지켜보다 날이 어두워지니 사라진 고양이 손님이었습니다.


그 뒤로 매일 같이 찾아오는 고양이 손님입니다. 어느 시간이 되면 고양이 문 앞에 한참을 기다리다 갑니다. 그러니 저희가 키우는 고양이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문을 닫고 있는 동안은 귀엽게 야옹야옹거립니다. 그 후론 먹을 것을 주는 날도 있고 안주는 날도 있습니다. 먹이를 주기 시작하니 다른 것보다는 저희 집 마당에 똥을 싸놓아 남편이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귀여운 고양이를 모른 채 할 수 없어 저는 자주 먹을 것을 주곤 합니다. 그리고 고양이가 찾아오는 그 문을 '고양이 문'이라고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몇 달을 관찰한 결과 저희 동네에는 3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 3마리의 고양이가 저희 동네 전체를 돌아다니며 먹거리를 찾아다닙니다. 주기적으로 먹이를 주는 집도 있는 것 같고, 저희처럼 간헐적으로 주는 집도 있고, 아예 안주는 집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집에서 개를 키우고 있어서, 개가 있는 집은 고양이가 알아서 피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가 야외에서 고기를 굽고 있으면 하나둘씩 몰려드는 고양이들입니다. 평소에는 경계심이 매우 높은 고양이들이지만 고기 냄새에는 경계를 조금은 낮추고 접근을 시도합니다. 


첫날 그르렁 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 첫째는 한동안 고양이 문 앞에 고양이가  있으면 혼자서 지나가지도 못했습니다. 꼭 저랑 같이 지나가거나 근처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매일 같이 찾아오는 고양이에 조금씩 익숙해지더니 이제는 스스로 먹이를 주며 발전된 모습을 보입니다.

먹이를 주곤 좋아하는 아이들

고양이처럼 자주 찾아오는 동물도 있고, 산옆이라 고라니도 자주 보입니다. 고라니는 집 근처에 오지는 않지만 산책을 하다 보면 가끔 만날 때가 있습니다. 정말 자연에 가깝게 살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전원생활입니다.




주택에 살면서 이웃들과의 정을 많이 느꼈는데, 동물들도 정이 많은지 저희 집에 자주 놀러 옵니다. 한 번은 앞집 강아지가 저희 마당에 놀러 왔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는데, 애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한참을 놀다 주인께서 오셨습니다. '다음에 우리 집에 강아지 보러 와.'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옆집 새가 저희 집에 놀러 왔습니다. 예전에 '우리 집 새입니다.'라고 소개를 받아서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 날씨가 좋아 햇빛을 보게 해 주려고 마당에 꺼내놓은 것 같았습니다. 이때도 애들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사람 손에 큰 새인지 애교가 무척 많았습니다.


옆집에서 닭을 키우신다고 하셔서 구경도 갔었습니다. 닭이지만 무척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닭 같습니다.




주택에 살기로 마음을 먹고 한 생각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키우자'였습니다. 온라인으로 유기견 센터를 돌아보며 고민도 해보고, 저희가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갔다고 하니 지인 중 본인이 키우던 개를 주겠다고 한 지인도 있었습니다.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오며 '해보고 싶은 일은 다해봐야지.'라고 생각했기에 '반려동물 키우기'도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아무리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 같았습니다. 내가 한 생명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일 같았습니다. 그래서 반려동물 키우기는 리스트에서 얼른 지웠습니다. 그저 자연에 있는 동물들과 친해지고, 이웃집 동물들과 친해지는 정도에서 만족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전원생활입니다.

이웃집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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