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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Mar 30. 2020

8.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나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의 내용과 지금 상황이 연관은 없지만,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 가 생각이 나는 봄입니다. 코로나에 잠식당한 일상 안에 봄이 올까 했는데, 그래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감사해도 될까 조금은 조심스러울 정도로 주택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집에 계속 있다 보니 어떻게 집과 즐겁게 지낼 수 있는지 찾아가고 있으며, 봄이 오고 있음을 더욱 몸으로 가깝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루할 틈이 조금도 없습니다. 오히려 조금만 더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하도 이것저것 벌여놓다 보니 감당은 안되고 수습만 열심히 하고 있는 전원주택 첫 봄맞이입니다.




우선 집 앞 정원에 꽃이 피고 있습니다.

우리도 두꺼웠던 외투를 던지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듯 정원에 있는 나무들도 봄맞이에 분주합니다. 저희 집은 주인께서 정성을 들여서 나무들은 심고 가꾸셔서 봄이 더욱 즐겁습니다.


가장 먼저 산수유나무에 꽃이 피었습니다. 봉오리가 올라오는 것이 엊그제 같더니 이쁜 노란 꽃이 금방 올라왔습니다.


평소에 관심 있게 보지 못했던 잡초들도 우리 집 마당에 피어나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뽑기 바빴던 잡초들이었는데, 자연의 생명력을 알 수 있었습니다.


꽃이 하나둘씩 올라오는 것을 보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꽃을 더 사서 심었습니다. 튤립, 수국, 무스카리, 작약, 수국, 알리움 등 종류별로 사서 군데군데 비어있는 곳에 심었습니다. 계절이 지남에 따라 하나씩 꽃을 피울 아이들을 기대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사 오기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집 앞 텃밭도 시작했습니다. 마음은 3월 초부터 시작하고 싶어 인터넷 모종 가게들을 기웃기웃했는데, 아직은 봄이라고 하긴 추운지 모종들이 안 올라오더니, 지지난주부터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따뜻해지길 기다리다 주중에 잔뜩 구입한 모종들은 주말에 맞춰 배송이 되어 이번 주 본격적으로 텃밭을 시작하였습니다. 겨우내 자란 잡초들을 뽑고, 흙을 뒤집어 준 후 모종들을 심었습니다. 초보 텃밭 생으로써 비닐, 비료 등을 준비를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아쉬운 대로 배송된 모종들을 텃밭에 심었습니다. 제가 준비한 모종은 상추, 시금치, 당근, 방울토마토 등 기본적인 텃밭 식물들로 준비를 하였습니다. 텃밭을 준비하니 아이들도 신이 났습니다. 같이 잡초를 뽑으며 하는 흙장난에 시간이 가는 줄 모릅니다. 도시에서만 살았던 저는 책에서만 보면 공벌레, 애벌레, 지네 등을 직접 보니 신기했습니다. 흙을 조금만 뒤집어도 돌만 들어내도 벌레들이 몇십 마리가 나옵니다. 벌레라곤 개미 정도밖에 못 만지던 제가 아이들의 호기심에 용기를 내어 하나 두 개씩 만졌더니 별것 아닌 것처럼 만져집니다. 조금의 용기는 필요하지만, 벌써 벌레들과 친해진 기분이 듭니다. 제가 자신 있게 만지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도 신기한지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아들이 거미를 잡고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것을 보니 살아있는 수업을 듣는 것과 같았습니다. 책에서만 보던 것을 직접 보니 신이 나는지 흙을 이곳저곳 파보며 곤충들을 더 찾아봅니다.


채소들을 키우고, 자라는 것도 기대가 됩니다만 텃밭에서 나는 채소들로 요리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신이 납니다. 올해는 사 먹는 음식을 많이 줄이고 집밥을 해 먹고 있는데, 텃밭에서 나는 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들어 볼지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요새 아들들이 과자, 사탕, 인스턴트식품 등에 많이 노출이 되어 있는데, 텃밭으로 인해 조금은 건강한 식생활을 갖게 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하루 한 번은 외식(?)을 하고 있습니다.

거의 2달이 되도록 저랑 남편은 집, 회사만 다니고, 애들은 집, 어린이집만 가고 있습니다. 모든 물건을 온라인 쇼핑과 택배로 제공받고 있습니다. 택배 기사님들께 감사함을 몸소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예전에는 마트 가는 것을 좋아해서 (혹은 집에 있는 것이 싫어서) 인터넷 주문을 즐기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한번 마트 가는 것은 우리 집 주간 행사 같은 것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뿐 아니라, 급하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또 그 핑계로 마트에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마트 배송을 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심지어 *팡의 와우 회원도 가입했습니다. 오전에 주문한 것이 퇴근할 때 도착하고, 밤에 주문한 것이 새벽에 배송되는 것을 말로만 듣던 신세계를 직접 경험을 하게 되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움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저희 가족은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집에만 있는 저희 가족은 주말 한 끼는 꼭 외식을 합니다.


바로 집 앞마당에서 말입니다. 겨울에는 추워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요즈음은 마당이 오히려 집보다 따뜻합니다. 햇빛이 환한 낮에는 햇빛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배가 부른 느낌을 받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이상하게 밖에서 먹으면 맛있습니다.


전원주택 이사온다고 결정했을 때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바베큐 그릴'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눈여겨둔 제품이 조금은 고가였고, 부피가 매우 커서 남편과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초반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전기그릴을 사용해서 고기도 구워 먹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평소에도 대충 차려서 먹었습니다. 애들과 같이 있다 보니 이쁘게 만들어 먹는 건 어려웠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집에서 먹는 것과 완전 다른 기분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니 마음이 급해져서 가장 대중적이고, 현실적인 그릴로 구입했습니다. 그릴로 먹는 고기는 정말 더 맛있었습니다. 고기 한번 구우면 음식 냄새가 집에 배길 걱정에 예전에는 고기는 꼭 나가서 먹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음식 냄새 걱정도 없고, 뒤처리도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집에서 보다 훨씬 잘 먹습니다.


그리고 고기를 구울 때면 항상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겁이 많아 조심스러운 고양이들인데, 고기 냄새가 나면 대범하게 다가옵니다. 고양이들이 하도 많다 보니 말을 아직 못하는 둘째도 고양이 소리는 고양이와 거의 비슷하게 냅니다.

텃밭의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면 더욱 즐거울 것 같은 바베큐입니다.



마지막은 아이들의 외부활동이 다양해졌습니다.

어디 가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다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남자아이들이니 체력 관련 활동을 하루에 하나 정도는 하고 싶어 자전거를 사줬더니 꽤 잘 탑니다.  '엄마랑 시합하자.' 고 하면 신나서 달리는 첫째입니다. 처음에는 잡아줘야 타더니 이제는 다리의 힘이 생겨 곧잘 합니다. 둘째는 아직 앉아 있기만 하지만 형이 하는 거 보면서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 것 같습니다. 그 외에 킥보드도 타고, 달리기도 하면서 몸과 마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드라이빙도 나가는 형제입니다. 단, 차의 성능이 두 아들을 감당할 수준이 되지 못해 엄마의 노력이 많이 필요한 드라이빙이지만, 차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합니다. 집 앞 도로를 달릴 때도 있고, 집 앞 데크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충분히 즐거워합니다. 한 명만 타면 충분히 재밌는 드라이빙이 가능할 텐데 한 명이 타면 꼭 다른 한 명이 본인도 타겠다고 하여, 무거운 드라이빙을 하게 됩니다.


날씨가 따뜻해져 창고에 넣으려던 난방 텐트는 홈 캠핑용 텐트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난방 텐트 하나만 펴주어도 애들은 캠핑 왔다고 하며 즐거워합니다. 책을 읽어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간식을 먹어도 집에서 먹는 것과 다른 즐거움을 느낍니다. 가끔 잠이 들 때에도 따뜻한 햇살에 더 푹 잠을 잘 수 있게 해 줍니다.


그 외에도 창이 많은 우리 집의 장점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게 '글라스 펜'을 이용한 미술활동도 합니다. 안에서도 충분히 재밌는 놀이를 할 수 있지만 밖에서 하니 더욱 활기찬 작품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날이 좋아지니 창밖의 풍경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사온지 4개월이 되어 가는데, 이사하기 전 고민은 생각도 나지 않고, 이사함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굳이 단점을 고른다면, 청소를 해도 집이 깨끗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정원에서 흙이 들어오는지 금방 먼지가 쌓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쓸고 닦아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집안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사오니 그렇지 않습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집에서는 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차분히 쉬어야 하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집에 들어가면 힘이 없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보다는 외부 활동을 많이 하다보니 귀가 때는 에너지가 소모되어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집안일에 소홀했었다고 변명해봅니다.


그러나 집에만 있으니 에너지가 오히려 넘칩니다. 그런 넘치는 에너지로 집도 꾸미고, 즐기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요새 책도 많고, 영상물도 많아서 간접적으로 듣고, 읽고, 보는 것이 많지만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과 큰 차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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