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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Feb 20. 2021

13.내가 주택을 살면서 좋았던 소소한 것들

주택에 살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몇 가지 꿈이 생겼습니다.

첫 번째, 최소 10년은 주택에 살고 싶으며 되도록이면 다양한 형태의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

두 번째, 그 경험을 토대로 언젠가 내가 직접 지은 집에서 살고 싶다.

그 정도로 저는 주택에서의 삶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그렇게 좋을까요? 그리고 나중에 집을 지을 때 어떤 것을 고려하고 싶을까요?



1. 집 출입구가 많다.

생각지도 못한 것이지만, 출입구가 많으니 너무 좋습니다.

집 어디로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집은 5개의 출입구가 있습니다.

현관문, 팬트리 쪽으로 들어가는 문, 부엌 쪽 문, 뒷문, 거실로 들어가는 문 이렇게 총 5개가 있습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문이 잘 잠겄는지 확인하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아주 가끔은 문을 잠그지 않고 자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은 편의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집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느낌에서 매우 좋습니다.

어디로든 들어갈 수 있으니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술래잡기를 하거나 숨바꼭질을 할 때 매우 용이합니다.

혹시 다음에 저희 집을 지을 때도 최대한 많은 출입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뒷문 (aka고양이 문)


출입문 관련 아쉬운 점 및 향후 고려하면 좋은 것은

1) 차에서 내려서 실내로 들어갈 때 용이한가?

저희 집은 주차장과 출입문 사이 작은 갭이 있습니다. 그 점은 매우 불편합니다. 특히 올해 같이 비와 눈이 많이 오면 정말 불편합니다. 우산을 쓸 정도의 거리는 아니기 때문에 결국 비나 눈을 맞아야 합니다. 그리고 눈과 비가 들이치면 차에 젖어서 닦아 줘야 합니다. 그래서 다음에 집을 짓는다면 저는 꼭 주차장과 출입문이 지붕으로 덮여 있도록 할 것입니다. 추가로 주차장에 지붕이 완전히 덮여 있다면 창고도 겸하여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주차장에서 집까지 지붕이 없고 계단이 있다 보니 조금 불편합니다. 저희 앞집의 경우 차고가 완전 지붕에 덥여 있어서 창고로 겸용해서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 차에서 내려 주방 펜트리 쪽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으면 매우 편리합니다.

저희 집은 현관문이 있고, 그 옆에 주방 팬트리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습니다. 지금 사진에서 보이는 하얀 문이 부엌 팬트리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저 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냉장고가 있습니다. 보통 차에서 많이 꺼내는 짐은 식료품이므로 차에서 내려 바로 정리할 수 있으니 매우 편리합니다.

그러나, 문 앞의 계단이 있는 것이 조금 불편합니다. 저희 남편은 그 계단에서 넘어져서 발목을 다치기도 했는데요. 사실 집을 짓는 것을 보니 지면 경사에 따라 집의 구조가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카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계단보다는 경사로로 만들면 편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무거운 집을 옮길 때에도 문제없겠지요?



3) 유모차 등을 끌고 쉽게 나갈 수 있는 문이 하나쯤 있었으면 

저희 집 출입문 앞에는 다 계단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가 매우 불편합니다. 물론 애들이 유모차를 타는 시기가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저는 지금이 딱 시기이다 보니 하루하루 불편했습니다. 집안에서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밖으로 바로 나갈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다음번 저희 집은 꼭 문 하나는 유모차로 바로 나갈 수 있는 자동문 같은 것을 만들고 싶습니다.

계단이 있습니다. 자전거, 유모차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곳이 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욕망이 사라진다.

최근 뉴스를 보면 '샤넬런'이라고 해서 가격 인상전 명품백을 사려는 사람들로 백화점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어떤 시계나 가방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도 그랬던 20대가 있었습니다. 몇 달치 월급으로 살 수 있는 가방과 옷을 사서 입고 호텔 라운지에 가서 친구들과 빙수를 먹으며 수다를 떨던 그런 시기입니다. 그때는 그것이 욜로라고 생각을 했고 즐거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저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에 감사하기도 합니다.

전원주택과 코로나가 만난 지 1년, 저희 가족은 정말이지 집에만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내고 나니, 욕망이 사라졌습니다. 솔직히 아무 생각 없었는데 얼마 전 친정집에 가서 주차장에 서 있는 외제차들과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명품백을 보는 순간 욕망이 다시 피어오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깨달았습니다. '나에게 욕망이란 것은 이런 것이구나'. 각자가 욕망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다르기 때문에 누구는 SNS에서 보이는 모습을 보고, 누구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가까이 느껴지는 곳에서 욕망이 피어올랐습니다. 게다가 아파트라는 공간은 참 비교하기가 쉽습니다. 같은 구조의 아파트에 누구는 어떻게 살고, 누구는 어떻게 사는 것이 보입니다. 특히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형식 예를 들면 자동차는 무엇을 타고, 가방이나 액세서리는 무엇을 하는 것은 눈으로 자주 보입니다. 그리고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빈도수도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전원주택은 참으로 다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항상 차로 이동을 하다 보니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교 자체가 안됩니다. 그래서 나에게 더욱 집중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먹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3. 정말 자유롭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받는 것 중 하나가 '층간소음'일 것입니다. 얼마 전 연예인들의 층간소음 문제로 뉴스를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자유롭다'라는 것이 다른 모든 것보다 주택이 좋은 이유입니다. 축구/야구/농구 모든 것을 집에서 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단점이 엄청나게 많더라도 이 하나만으로 그 모든 단점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들 둘 과 살다 보면 아이들의 에너지의 끝은 어디일까? 의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어떻게 저 아이들은 매일 같이 지치지 않고 뛰어놀 수 있을까? 그런데 그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게 해 주니 너무 좋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니 저를 덜 찾게 됩니다. 그러니 육아 스트레스도 덜 받고 아이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줄 수 있습니다. 숨어 있을 곳도 많아 힘들 땐 몰래 저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청소기도 아무 때나 돌려도 되고, 무엇보다 아무 때나 세탁기를 돌릴 수 있다는 것이 저는 그렇게 좋습니다. 가끔 밤에 첫째가 쉬 수를 해도 새벽에 바로 빨래를 돌릴 수 있습니다. 제가 주택이 좋은 이유 2번째입니다.

노래방 조명을 틀고 춤추고 노래 불러도 됩니다.


4. 채광이 주는 즐거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집에 있는 블라인드를 다 여는 것입니다. 채광만으로도 너무 좋습니다. 이 집에서 조금 아쉬운 것은 창이 작은 것입니다. 아마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다음번에 저희 집을 짓는다면 통창을 내고 싶습니다. 최근 전원주택 잡지책을 보면 통창을 내는 집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햇빛을 보며 커피 한잔에 책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치유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집은 석양이 진짜 백만 불이다.


5. 그래도 아쉬운 것은 추위

올 겨울은 지난겨울에 비해 날씨가 조금 추웠습니다. 게다가 종일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난방을 하루 종일 틀어 놓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아파트와 같은 따뜻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난방비는 솔직히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이 1층 32평 (아파트와 달리 순평으로 32평이라 아파트와 비교하면 45평 정도 크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2층이 18평 정도 됩니다. 처음에는 주택에 살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큽니다. 관리하기도 쉽지 않고, 청소하기도 쉽지 않고 따뜻함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집을 구하게 된다면 이 집보다는 작은 집으로 구하고 싶습니다.

 

제가 사는 곳 주변으로 최근 전원주택 단지에 엄청나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많아지는 만큼 주택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져 가는 것 같습니다. 저희 단지도 얼마 전 추가 필지 분양이 되었는지 얼마 안 되어서 완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아습니다. 저도 이사한 직 후에는 주택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높아서 하나 사야겠다며 열심히 알아보았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한 번쯤 살아보고 결정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랑 비슷한 처지(?)의 옆집 엄마랑 얘기를 하다 보면 옆집 엄마도 다음 우리 집은 어떻게 지을까 하고 고민을 하시며 도면을 그려본다고 합니다. 주택의 좋은 점이라면 아파트와 달리 나의 생활패턴에 최적화된 집을 지을 수가 있다는 것인데 살아보지 않고서야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살아보니 불편한 것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집에는 엄청 큰 욕조가 있는데 겨울에는 아무리 오래 목욕물을 틀어놔도 물이 그 욕조를 채울 만큼 뜨거워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큰 욕조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가 됩니다. 물론 봄여름 가을에는 잘 썼습니다. 그러나 겨울에 뜨끈한 욕조에 물 담그는 행복한 상상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지요.

처음 집을 구경 왔을 때 반했던 욕조, 다음에 집을 지을 때는 더 큰 욕조를 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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