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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Dec 25. 2023

내 사랑이 예쁘다한다.

글을 멈춘 이유



내 사랑이 예쁘단다.

무엇이 예쁘냐 물었더니 재고 따지는 자신의 사랑과는 달라 예쁘고

좋다는 사람들과도 시간 보내도 될 걸 한 사람만 올곧이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 주지 못하고 그 사람 멋진 점만 찾아내는 마음이 순수해서 예쁘단다.

그동안 모든 이야기를 옆에서 지켜봐 왔기에 그 사람을 좋아한 내 마음이 어땠는지 알아서 그렇단다.

'바보 같다'는 말을 바꿔 말한 것 같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 매번 내 글에 등장하는 D양과 함께 와인을 마셨다. (애주가인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주종은 와인이다.)  작년 그리고 올해, 마시지도 못한 술이 조금 는 이유가 있다면 그 8할은 그녀, 나머진 그 사람 때문일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술을 마시고 나면 나에겐 적게 또는 길게나마 글을 쓰는 습관이 생겨버렸는데 솔직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쓰게 되는 시간이다. (그 이후 후회하지만)


작년에 그 사람에게만 다른 포장지로 빼빼로를 주었단 이유로 트집(?)이 잡혀 그녀에게 빼빼로를 만들어주기로 약속을 했다. 빼빼로 데이에 그녀는 나에게 편의점 빼빼로 6개를 사주었고 대신 나는 수제 빼빼로를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노예 계약이었다. 그러나 작년에 빼빼로를 만든 이유가 그 사람 때문이 아니었냐며 자신들은 들러리였다 우기는 말재간을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모두를 위해서 만든 빼빼로였다.)  그렇게 수제 빼빼로와 함께 작년 이야기가 다시 흘러나왔고 그 사람에게 선물로 주었던 와인 이야기도 나누었다.


며칠 전 오랜만에 방문한 그곳에 늘 놓여 있던 그 와인은 보이지 않았다. 선물로 준 거지만 늘 한 구석에 자리 잡아있는 와인을 볼 때마다 괜히 뿌듯하곤 했었다. '그 와인은 혼자서만 마시겠다' 했던 자신의 말은 아마 기억도 못 할 것이라며 '여자랑만 마시지 말아라' 했던 내 서브텍스트는 지켜지지도 않았을 거라 중얼중얼,, 그 와인이 사라져 버릴 정도로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싶었다.


D양은 요즘은 많이 괜찮아 보인다며 지난 시간 동안 그로 인해 글도 쓰게 되고 그래도 남은 게 있지 않냐고 말했다. 맞다. 혼자 좋아하던 마음과 그걸 정리하기 위해 애쓰는 시간 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게 지금 브런치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 시간 속에서 그림책도 구상하게 되었고 그 그림책으로 또 다른 일을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뮤즈였다 말하니 그녀는 맞는 것 같다 끄덕였다.


그 사람에 대한 보고픔과 그리움, 마음과 생각들을 글로 솔직히 털어놓던 블로그였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모든 것을 중단하고 말았다. 그 사람이 그 이야기들을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처음엔 내가 올리는 글들과 그 사람의 sns 내용들이 겹치거나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 땐 우연이거나, 우린 여전히 취향이 많이 통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아니겠지,,' 싶으면서도 내심 그 사람이 알았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블로그에 남겼던 듣고 싶은 음악을 그 사람이 올렸을 땐 설레면서도 기뻤다. 그 사람이 정말 아는 것 같아 한편으론 '계속해서 내 글을 보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소한 내 일상부터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이유, 그 사람의 얄미움, 멋있는 모습, 그리움, 속마음 등 참 다양한 이야길 주저리주저리 써놨다. 솔직한 글 덕분인지 한 번 블로그에 방문한 사람들이 오래 머물러 키우기도 좋다 평가받은 블로그였다. 그런데 그 블로그에 글 쓰는 것을 멈춘 것이다.  


'기대', '희망고문'  그래, 이 두 단어가 제일 정확한 표현이다. 그 사람도 나의 이야기를 아는 것 같다 말하자 D양은 말했다. '그래서 뭐가 달라진 게 있냐고. 언닌 계속해서 그 사람의 반응을 살펴볼 것이고 그게 헛된 기대감만 갖게 만들 거라고.'


맞는 말이었다. 어느 것 하나 물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라 그 사람이 '아니다' 한 마디면 끝일 이야기 들이었지만 나는 그 몇 가지의 일들 때문에 '이 사람도 나에게 마음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된 걸 느꼈다.


그래서 글을 멈추었다.


아는 것 같은데 막상 얼굴을 보면 모른 척하는 그 사람을 보며 상처받는 나 자신이 싫었고 또 한편으론 이렇게 계속 있으면 같은 패턴만 반복될 것 같았다. 글을 쓰고 그 사람의 반응을 살피고 또 기대하고 상처받고.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거나 sns 반응을 살피거나 사소한 일들을 기대하는 것. 그리고 나와 같기를 바라는 것. 한 번쯤은 표현해 주길 원하는 것. 모든 것이 바보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글을 멈추지 않으면 난 계속해서 그 사람을 좋아할지 모른다. 물론 멈춘다 해서 그 사람을 안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상처받기 싫었던 내 최선의 선택이었다.



다시 돌아와 오늘, D양은 말했다.


"잘한 거야. 언니 글을 모두 읽고 그 마음을 알았음에도 한 번도 다가오지 않았던 건,

언니 마음은 스스로 알아서 정리하길 바랐던 걸 거야."







그 사람은 요즘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밖으로도 많이 다니며 노력하는 것 같으니 언니도 이제 그만 그 사람의 장점은 그만 발견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한 노력이라는 걸 다시 해보라 한다. 여전히 나에겐 멋있는 그리고 배울 점 많은 남자이지만 가장 측근인 사람에게서 듣는 냉정하지만 이성적인 조언은 새겨듣지  않을 수가 없다.


솔직히 최근에 다시 많이 흔들렸었거든.


오래전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던 나는, 브런치엔 기록하던 '나만 아는 이야기'도 이젠 마무리해야 하나 싶어 진다.  글을 멈추면 모든 게 멈춰지려나.

하긴 이제 뭘 더 써 내려가겠어,,



근데 마지막으로 하나 궁금한 건, 내가 글을 멈춘다 했을 때 너는 왜 그랬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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