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아내의 마음을 볼 수 있을까요?

오만가지 사람마음 11-상대방 마음 '주변에서 중심으로' 들어가기

상담실을 찾아온 부부는 이혼을 하려다 잠시 멈추었다. 다시 시작해 보기로 약속한 것이다. 위기는 항상 있어왔다. 남편은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집을 장만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지만 아내의 모습에 좌절을 느낀지 오래. 이제는 애들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하는 게 아닌지 고민중이다.

다투기에도 지친 부부

남편의 불만은 이러했다. “아내는 내가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고 해요. 공감을 못한다고 말해요. 그러면서 애들이 어린이집 가는 것도 빼먹고 아침에 일어나질 않아요. 말이 됩니까? 이기적인 모습이 많아요. 애들을 신경도 안써요. 엄마가 돼가지고...”

아내도 남편에게 섭섭한 게 많다. “남편은 항상 내게 문제가 있다는 식이에요 그런데 말이 전혀 안통해요. 내가 얼마나 힘든지, 나도 상담도 받고 노력도 하는데, 그 사람은 노력도 안해요. 무조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해요.”

거의 대부분의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의 전형적인 내용이다. 남편은 어떤 사고와 판단력을 가지고 아내를 보는 걸까? 아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고 있을까? 남편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일까? 상담은 이런 질문을 하면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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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과거에 원인이 있다

대개는 '원가족' 문제다. 다시 말해 가족의 과거를 통해 현재가 어떤지를 추정하고 진단해 나간다. 필자는 그런 방식보다, 현재 가족내 역할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면서 과거를 이해하려는 쪽이다.

이들을 보면, 여자의 부모는 좋은 분이고 결혼한 딸에게도 잘해주고 있다. 하지만 여자는 어릴 때 부모의 갈등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낸 사실을 꺼냈다. 여자는 오랜 시간동안 긴장을 이기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썼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모습이 필자에겐 무기력 증세로 보였다. 그녀는 머리로는 아이를 챙기고 남편을 이해하고자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다. 설사 여력이 있다해도 남편에 대한 분노와 섭섭함의 감정이 표출될 뿐이다. 무기력과 분노, 우울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남편은 알 리가 없다. 오히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남자는 합리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 합리적인 시각과 행동에 비추어 볼 때 아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어찌 아이들을 방관하는가', '왜 주부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가'의 문제가 중요할 뿐이다.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러니 해본 적도 없다. 공감이 필요하다는 건 책이나 유튜브로 알고 있는 정도다.

이런 남자는 상담심리치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도 무척 인색하다. 아내를 위해, 자녀의 마음을 위해 돈 쓰는 것을 이해 못한다. 주택부금에 들어가는 돈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아내나 자녀의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용납하지도 못한다. 술값은 안 깎아도 상담료는 깎고 싶어한다. 마음을 고치는데 쓰는 비용을 가치없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고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없는데도 말이다.

부모와 자녀간에 대화 안통하는 경우

공감 못하는 부모와 같이 사는 자녀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릴 방법은 엇나가는 행동을 하는 것 뿐이다. 인상을 구기고, 말을 하지 않고 신경질을 부리며 반항할 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처지에 있는 자녀들에게 우스개말로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부모가 못 알아먹으니, 못에다 머리를 박고 피를 흘리며 마음이 아프다고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마음이 아픈 만큼 피를 보여줘야 심각하다고 느낄 것이라 알려준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아예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때문에 당사자의 아내 또는 남편, 자식이나 부모가 병들고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얼마나 힘들까, 무엇이 그 사람을 힘들게 할까,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등등. 그 심정을 헤아린다면 어떤 말이든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 위로한다고 함부로 등 위에 손을 올려선 안된다.

필자는 상담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교육시킬 때 이론에 앞서 상대와 자신을 등치시키는 훈련부터 실시한다. 상담 대상인 상대방의 감정, 표현, 행동을 상담선생님이 똑같이 하도록 하는 연습이다. '말의 높낮이를 같게 해본다', '행동도 똑같이 천천히, 어투의 속도도 상대와 같이하라'는 등.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상대의 상태와 상관없이 먼저 튀어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교육이 기본이 되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 훈련이 안되어 있는 상담선생님은 상대와 공감하지 않은 채 해석하기에 급급하다.

'주변에서 중심으로' 들어가라

다음 단계는, 상대방의 에너지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무얼 말하고 싶은지, 말하지 못해서 괴로운 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단계다. 피상담자의 '주변에서 중심으로'라는 원칙을 적용하는 훈련이다.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말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힘든 일인데, 에둘러 말하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무심하게 밥이나 먹자고 하는 게 나을 때가 있다.

피상담자는 별거 아닌 것을 이야기하다가 무심결에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그래서 가정에서도 부모가 자녀에게 심각한 얼굴로 "무슨 일이야?"라고 물을 게 아니라 "오늘 맛있는 거나 먹을까?"라고 하는게 대화의 시작이다. 자녀가 "싫어!"라고 하면 "그럼 뭘 할까?"라고 묻는 식의 대화가 '주변에서 중심으로' 들어가는 방법이고, 상대의 마음을 엿보는 노하우다.

필자는 이 방식을 잘 이용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기본은 있어야 정곡을 찌르면서 즉문즉답을 할 수 있게 된다. 고수처럼 단칼에 끝내듯 해야 할 경우가 있다. 좋은 의사일수록 칼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어줍잖게 칼을 휘두르면 상처만 입힐 뿐이다. 말이 딱 그렇다. 마음을 헤아리는 말이 서투르면, 그냥 옆에 서 있는 것만 잘해도 중간은 간다. 상대가 당신에게 마음을 열어 보여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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