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한답시고 '염장 지르는' 사람들

오만가지 사람마음 8

‘염장을 지르다’는 생선이나 고기에 소금이나 장을 뿌려 간을 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뜻으로는 어느 대상의 심장을 때려 아프게 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아픈 사람을 더 아프게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남의 속을 괴롭히는 사람, 아픈 사람의 아픈 곳을 더 찌르는 행위를 말한다.

병원에서 퇴원해서 쉬던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소 상담을 하던 친구라서 가볍게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정신적 문제가 심해지면 입원을 하고 얼마 있다 퇴원을 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녀는 퇴원해 친척 집에서 쉬던 중 어릴 때 다녔던 교회 목사를 만났다고 한다. 목사는 아파서 수축해진 제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네가 아픈 것은 네가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네가 아픈 것이 결과면 과정이 잘못돼서 결과도 잘못된 게 아니냐?“ 결국 신앙생활을 잘못해서 이렇게 아픈 것이 아니냐게 요지였다.

필자는 그 말을 전해듣자마자 “그 목사님 절로 터진 주둥아리로 그렇게 밖에 말하지 못한다니”라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이 반응에 제자는 갑자기 웃다가 잠시 후 울면서 말했다.

“제가 어릴 때 다락방에서 울면서 기도하고 예배드렸던 일들은 진심이었는데, 그 시간을 목사님이 부정해버렸어요. 그 순간 아무 말도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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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가 방영했던 드라마 '초콜릿'의 한 장면

주변에 흔한 '염장 지르기'

주변에 보면 사람을 위로한다는 말로 '염장'을 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 중에도 있고 친구도 있고 교회에도 있고 절에도 있다. 목사도 그러고 신부도 그러고 스님도 그리한다. 염장을 지르는 사람인지의 기준은 말을 듣는 당사자가 어떻게 느끼느냐다. 아무리 좋은 말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말도 어떤 사람이 하면 잔소리로 들린다.

나의 힘든 문제를 말하면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에이,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러냐”, “야 나도 너만큼 힘들어 봤어”, “우리 부모도 만만치 않게 날 힘들게 했어”라는 말들이다. 자기 딴에는 위로라고 한 말이지만 듣는 사람은 안 듣는 게 차라리 나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표현들이다. 이런 말을 '위로'라고 보통은 생각한다.

나의 고통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 비교 대상이 아니다. 내 '손톱 밑 가시'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사람을 보았다고 위로받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고통은 나에게 엄청난 고통의 무게가 있다.

자녀문제로 심리 상담하는 어머니가, 자녀가 나아지는 것을 보면서 "교수님이 머라고 하셨길래 아이가 달라졌을까요?"라며 물었다.

“네, 저는 공부 열심히 하고 딴 생각이 들면 보이는 것만 집중하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그런 말은 나도 누누이 하는 말인데...”

상대방이 받아들일지를 가늠하며

맞다. 어머니가 누누이 했던 말일 것이다. 필자의 말이 뭐 특별한 말도 아니다. 전문가라는 것은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느냐를 아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솔직히 필자가 말한 단어와 어휘란 별 것 없다. 쉬운 문장들이고 모두 사전에 나와 있고, 책에 있는 말을 할 뿐이다. 그러나 어떤 뉘앙스를 가지고 하느냐가 중요하다. 상대방이 내 말을 어느 정도 자발적으로 받아들일지를 가늠하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젊은 의사가 환자를 대할 때 환자의 병만 보고 주의사항을 이렇게 일러준다.

“담배도 끊으셔야 하고, 체중도 줄이셔야 하고, 생활도 규칙적으로 하시고...”

그러나 경험이 많은 노련한 의사는 달리 말한다.

“담배 피세요. 필 수 있는 만큼은 피셔야죠. 운동도 가게 정도 다니는 생활운동이라 생각하고 하세요. 급할 필요 없어요. 급하게 한다고 나아지지도 않으니까...”

말의 힘이란 내가 말하는 '양'에 달려 있지 않다. 내 말이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자발성을 가지고 움직이는지를 알고 해야 한다. 그걸 알면 말은 함축적이 된다. 상대에게 먹혀들지 않는 말은 전혀 쓸모없는 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전문가란, '말을 규모 있게 해야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 많은 말을 하는 사람보다 더 심한 사람은 상대방을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이다.

엄마가 자녀에게 “넌 누구 피를 닮아서 그렇게 내 속을 썩이냐?”고 하는데, 이 말은 자녀를 학대하는 말이다. “네가 기도하지 않아서 병이 생긴 거다”라는 말도 사이비 종교 뿐 아니라 일반 종교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심약한 사람이 들으면 그 말에 매이게 된다.

정신 차려 들어보면 염장 지르는 말이란 걸 알 수 있다. 사람의 말을 들어주면서 염장만 지르지 않아도 가정과 사회는 한결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염장에 절여진 마음, 맑은 물에 씻어내야

염장은 상담 현장에서도 이뤄진다. 상담이란 말의 주고받음인데, 말이란 염장으로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당신의 고통은 아버지 때문입니다. 어머니 때문입니다”라는 식의 방식들 말이다.

이 뻔한 말을 상담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좀 모자라고 못된 부모와 함께 그럭저럭 살고 있는데 상담사가 '확인 사살'을 하게 된다. 이 말로 인해 내담자가 나약함에서 분노의 화신으로 변하기도 한다. 상담사는 자신의 잘못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한 진단을 해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볼때 염장을 지르는 상담이라 할 수 있다.

염장으로 소금에 절여진 나의 마음을 맑은 물로 씻어내고 따뜻한 볕에 말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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