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가지 사람마음6 - 나로 살기의 첫걸음
“주체적 인간은 열차와 같습니다. 목적지를 향해 달립니다. 그런데 열차가 칙칙폭폭 달리면 동네 개들이 다 나와서 짖습니다. 자신들이 짖으면 열차가 멈출 줄 아는 것입니다. 그런데 개가 짖는데 '멈추는 열차'가 있습니다. 주변의 말에 휘둘려서 자기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을 말하는 비유입니다. 개가 짖었던 말들을 청소해서 열차임을 깨닫게 하고 자기의 목적지를 가게 하는 것이 상담심리치료입니다. 개가 아무리 짖어도 열차는 종착지를 가는 것입니다. 개들이 아무리 열심히 쫒아와도 종착지까지 쫓아오는 개는 또 없습니다.”
이 말은 학생들에게 강의 할 때 '주체성'에 대해 설명하는 말이다. 이 말을 듣고 학생 한명이 질문을 했다. "그런데 그 개가 열차에 타면 어떻게 합니까?" 나는 대답했다.
“그 개는 죽여야 합니다. 엄마 똥개, 아빠 똥개, 친구 똥개가 열차 안에서 짖지 못하게 죽이거나 쫓아야 합니다. 부모는 돌아가셨어도 부모의 소리가 내 열차를 못 가게 방해하고 멈추게 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나를 욕하는 친구는 욕했다는 사실도 잊고 잠을 잘 잡니다. 그 욕을 가슴에 안고 기억하는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분에 쌓입니다. 친구의 욕이 똥개가 되어 내 안에서 내가 갈 길을 못 가게 막는 것입니다.”
타인이 '나의 정체성'을 지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거나 부모에게 들었던 말이 '자기 정체성'인 줄 착각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 나 또한 그랬다. 내 자신에게 확신이 없을 때는 사람들이 나에게 칭찬을 하고 박수를 쳐도 마음 속에서 “왜 날 놀리지?”라는 생각이 들며 감정이 좋지 않았다. 내가 건강한 마음을 갖기 전까지 말이다.
박 군은 내가 보기에 탤런트처럼 이목구비가 수려했다. 그래서 상담할 때 칭찬을 하고 그 얼굴이 부럽다 말하는데도 그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박군은 칭찬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자신이 못났다고 머저리라고 확신을 갖고 살고 있다. 확신을 넘어 병을 만들어서 살고 있다.
백조가 오리들 속에서 못생겨서 동료 오리들에게 욕을 얻어먹고 산 것처럼 자신은 백조가 아니며 될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이 많다. 마지막에 백조처럼 날아서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백조인 줄 모르고 죽을 때까지 미운 오리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도쿄올림픽 때 등장했던 꼭두각시 인형 '못코'. 사진=AP/연합뉴스
자기우월감으로 상대를 조정한다?
사람들이 약한 사람들에게 하는 말들은 자신의 말로 상대를 조정하기 위한 우월감에서 비롯된다. 엄마가 자녀에게 하는 말이 다 맞지는 않다.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보는 시각을 약한 자녀에게 말하며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고 스스로 확신을 갖기 위해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서 어떤 음식물이 몸에 좋다라는 걸 들으면 당장 자신의 자녀에게 권한다. 어느 학원이 좋다고 하면 아이를 그 학원의 선생님에게 데리고 가야 직성이 풀린다. 주체성이 약한 부모일수록 자신의 생각이 없고 주변의 말에 휘둘리게 되며 그 피해는 자녀가 받는다.
친구가 자신의 친구에게 조언이라고 해주는 말들을 살펴보면 자신의 열등감, 자신의 분노, 자신의 확신을 주입하는 경우가 많다.
“네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는 화장이 문제야”, “네가 인생이 안풀리는 것은 악한 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야”, “네가 공부를 못하는 것은 네 부모의 머리를 닮아서 그래”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그냥 하는 말일 뿐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친구에게 조언을 하고 싶으면 돈을 내고 “내 말을 들어 줄래”라고 말하도록 시켜 본다. 조언을 하고 싶은 자신의 충동이 조절되지 않으면 결국 남을 망치는 영향을 준다.
요즘 유행하는 '가스라이팅'이란 말도 말로 타인을 지배한다는 뜻이다. ‘가스등’이라는 작품은 연극에서 시작해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에서 남편 그레고리가 아내 폴라를 억압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남편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내를 환자로 만들어간다. 건강했던 아내는 자신의 주체성을 점점 잃어가면서 남편에게 의존하게 된다. 남편은 아내가 나약해지게 만들면서 점차적으로 자신의 범죄를 쉽게 할 수 있게 된다. 이 영화의 내용처럼 대상을 조종해 차츰 의존하게 만들거나 나약하게 만드는 과정을 ‘가스라이팅 한다’고 말한다. 엄마와 자녀관계, 친구관계, 직장 관계 등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일수록 타인을 심리적으로 조절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타인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과정은 본인에게는 심리적으로 즐거움을 준다. 이는 보편적인 인간심리이기도 하다. 그게 과도해 타인을 조정하고 지배하고 불행에 빠뜨리게 되면 범죄가 된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그럴 경우가 많다.
분명한 자기 주체성으로 '개소리' 가려내야
나의 괴로움은, 나의 분노는, 나의 우울은 배설하고 싶은 대상을 필요로 한다. 깡패는 그냥 타인에게 고강도의 폭력을 가하면서 희열을 느끼지만, 일반 사람은 저강도의 폭력을 가하면서 자신의 폭력을 위장한다. 엄마가 짜증날 때 자녀에게 소리 지르는 행위도 자기 분노를 자녀에게 쏟는 것일 뿐이다.
가스라이팅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주체성이 강해야 한다. 자기 생각이 분명해야 하고, 나의 생각과 남의 생각을 구분해야 한다. 자신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처럼 내가 강하면 나를 지배하는 소리, 나를 속이려는 소리, 나를 약하게 만드는 소리를 '개소리'로 들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저마다의 인생길이 있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레일을 달리는 열차다. 열차는 자기 철로를 달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