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가지 사람마음4
가족의 권유로 한 남자가 방문했다. 남자는 아내와 두 자녀를 두고 있었다. 가족이 말한 남자의 분노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가족모임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장소를 이동했는데 버스 기사가 난폭한 운전을 하는 바람에 엄마가 중심을 못 잡을 정도였다는 이유로 버스 회사 사무실까지 찾아가서 난동을 부렸다는 것이다. 난동 때문에 결국 경찰서에 잡혀갔고 합의금을 물어주며 풀려났다고 한다. 남자를 보고 필자는 물었다.
"언제 화가 나나요?"
"운전할 때 화가 많이 나요."
"어떤 상황인데요?"
"끼어들기 하는 차, 과속하는 차가 보이면 화가 치밀어요."
"또 어떨 때 화가 나요?"
"외제차 몰고 다니는 사람 보면 화가 나요."
"또 어디서 화가 나나요?"
"헬스장에서 몸에 문신하고 건강한 체격의 사람이 운동하는 나를 쳐다보니까 한번은 싸워야 할 듯해서 벼르고 있어요."
남자의 분노는 이런 식이다.
아내의 말을 들어보면, 남자가 집에 들어오면 자녀들은 나와서 군대식으로 인사해야 한다. 남자가 기분이 안좋거나 짜증나는 일이 일어나면 아이들은 방으로 대피해야 한다. 아내는 열심히 남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가족은 남편의 감정 상태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다양한 분노의 표출
'분노'는 가벼운 짜증에서 격노 상태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 포괄적 용어다. 분노는 심장박동과 혈압을 상승시킨다. 분노와 관련된 호르몬은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에너지’ 관련 호르몬 분비를 유발한다. 이 호르몬들은 ‘스트레스’ 물질과 관계가 있다. 또 분노는 코르티솔 호르몬을 증가하게 만든다. 이 호르몬은 위험으로부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도주 반응을 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에 따라 우리는 뼈가 약해지거나 살이 찌는 것과 같은 다양한 신체적 영향을 받게 된다.
어린 시절 상처가 해결되지 못해 분노로 남기도 한다. 동생이 태어나 어머니의 관심을 뺏어가는 일, 어린 시절 겪게 된 질병, 잦은 이사, 부모의 부재 등이 모두 어린 시절의 상처로 남기도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대부분 자존감과 자주성이 생기고, 사랑과 관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게 되면 극복된다. 그러나 몇몇 상처는 성인이 되어도 해결되지 못하고 잠재적 분노로 나타날 수도 있다.
조용하게 순종적인 모습도 분노의 다른 모습일 수 있다. 자신의 분노를 누르고 숨기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사람을 대하면 분노가 올라오지만 그 분노를 숨기기 위해 힘이 들어간다. 그래서 사람을 피하고 집에 박혀 있는 사람도 있다. 겉모습을 보고 착하다, 순하다 하는데 당사자는 그 말을 싫어한다.
자신은 분노로 화를 폭발하고 싶은데 화를 표현할 길이 없어 순종적으로 살 뿐이다. 이들은 안정적인 상태가 되면, 다시 말해 분노를 폭발할 기회가 생기면 이성을 잃을 정도로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된다. 과격한 행동을 한 다음 휴지기에는 이성이 돌아오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된다. 분노의 다른 얼굴은 '슬픔'이다.
분노를 표할수록 고립돼
화를 내고 폭력적인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화와 분노의 뒷면에 우울과 외로움이 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분노하는 사람은 고립된다. 분노를 강하게 느끼며 사는 사람은 직장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며 결혼생활에 만족도도 떨어진다. 결국 알콜이나 일 중독 혹은 운동 중독과 같은 도피처를 찾게 된다. 그를 치료하는 차료자는 분노의 얼굴에서 슬픔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분노로 인해 적대감이 높은 사람들은 정상인에 비해 사망률과 암 발병률 모두가 4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 유타 대학의 티모시 스미스(Timothy Smith) 교수는 높은 수치의 적대감을 보인 학생들일수록 타인과의 논쟁과 부정적인 사건을 겪는 경우가 많은 반면 사회적 지지는 적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적대감 수치가 높은 부부일수록 ‘강압적이고 독선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부가 서로에 친밀감과 열정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를 위해 분노의 원인을 찾는 방법이 꼭 바람직한 건 아니다. 감정에 압도된 기억은 체계적으로 사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노의 상황에 대응 방식을 바꾸는 훈련이 오히려 효과가 있다. 분노하는 감정에 따른 행동과 이성적 사고를 통해 바라는 행동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자신이 분노하는 모습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생각을 교정하기 위해 합리적 사고와 행동의 통일성을 훈련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하다보면 그 역할에 따른 사고와 감정이 생성된다.
분노가 일었을 때 대응하는 방식을 바꾼다
상담을 시작한 남성에게 처음 주문한 행동은 자기의 말을 듣지 않은 직원들에게 커피나 먹을 것을 사서 나누며 이야기 해보게 했다. 자신이 상담을 하며 치료 받는 사실도 이야기 하라고 했다. 몇 주가 지나자 자기 말을 듣지 않아서 화가 난다고 하는 직원들과 대화가 되면서, 그 남자는 대화하는 역할에 따른 감정과 사고의 변화를 경험했다. 다음으로 운전할 때 욕이 나오게 하는 운전자에 대한 상황을 이해시켰다.
“저 사람이 저리 빨리 달리는 것은 화장실 때문이야. 혹은 집에 위급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야”라고 생각하게끔 지시했다. 헬스장에서 만난 험악한 사람과도 대화를 하게 되면서 공격적 감정은 누그러졌다.
쉽지는 않지만 작은 부분부터 해보는 게 중요하다. 집에서 자녀가 자기에게 장난을 걸어도 자신이 참는다고 했다. 운전할 때 화는 나지만 백미러에 필자 이름을 붙여 놓고 화나면 필자의 말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분노의 원인을 찾는 방법도 있지만 필자는 생활 속 실천을 중요하게 훈련시키며 삶을 변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편이다.
치료자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끈기를 가지고 설명해야 한다. 화가 날 수밖에 없는 그 사람의 심정을 알아주고 수용해준다. 치료자는 그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작업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