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 Che Oct 19. 2021

<세 얼간이>를 통해 인도 영화를 다시 보다.

<세 얼간이> 2-1

영화는 거울이다(6편): <세 얼간이>(3 idiots, 2009)


   인도는 2007년 기준으로 1년간 1164편이 제작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가 제작되는 국가로 꼽혔다. 당시 인도 영화 상영관수는 1만 2천개, 영화산업종사자만 600만 명이 넘고, 6000명이 넘는 프로듀서와 수백 명의 배급업자가 있었다 한다. 또한 인도의 자국영화 점유율이 90.5%, 연간 관객 수 32억 5천명으로 그 분야 역시 세계 1위다. 단지 극장매출액에서만 세계적인 배급망을 갖고 있는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같은 시기인 2010년 한국 내에서 제작편수 152편, 자국영화 점유율이 46.7%, 연간 관객 수가 약 7천만 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인도영화의 위와 같은 기록은 대단한 수치다.

   이렇듯이 인도영화가 단순히 같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영화 산업국임에도 국내에선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가 2010년 들어서여 서서히 관심을 보였다. 그 계기가 된 건,  2010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공개된 <세 얼간이>가 관객들의 폭발적인 인기로 앙코르 상영까지 한 이후, 인터넷 다운로드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다 뒤늦게 일부 편집 된 채로 개봉되었다. 1971년 코끼리와 인간의 사랑과 소통을 담은 인도영화 <신상>(神象, Haathi mere Saathi)이 수입 개봉되어 흥행에도 크게 성공하면서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다. 그 후, 간간히 소규모 개봉과 국제영화제를 통해 주로 소개되었다가 2009년 헬렌 켈러 이야기를 인도식으로 재해석한 <블랙>(Black, 2005)이 여름에 개봉되어 다소 흥행하기도 했다. 당시 우리 한국영화는 인도에서 2005년 <아라한 장풍 대작전>(2004), 2007년 <괴물>(2006) 등이 개봉되었으나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세 얼간이>는 2010년 직후 주요 포털에서 역대영화 중 관객 평점 1위를 받을 정도였다. 당시 정식으로 극장개봉이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으로 그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극찬 일색이었다.  필자 역시 <세 얼간이>를 처음 감상한 후, 이 영화야 말로 이제는 식상해진 할리우드 영화나 당시 한국영화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대안적인 측면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세 얼간이>가 어떻게 연출한 작품이기에 그런 대단한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 영화뿐 아니라 인도영화 특유의 스타일을 통해 어떤 대안적인 영화미학을 추출해 낼 수 있을까? 이 글은 <세 얼간이>의 연출 분석을 통해 그러한 의문에 대한 일말의 단서를 찾고자 하는 데 있다. 이 작품은 인도영화의 중심인 발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미학의 특성을 매우 잘 갖추고 있으면서, 2009년 인도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아바타>의 인기를 누르고, 당시까지만 해도 인도영화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1. 발리우드 영화의 역사와 특성, 그리고 <세 얼간이>의 평가

  <세 얼간이>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전에 먼저 인도영화의 간략한 역사와 특성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인도 자국 감독이 만든 최초 장편 극영화는 <라자 히리샨드라>로 1913년 다다사헵 팔케(1870-1944)에 의해 제작되어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순수하게 우리 한국영화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첫 장편영화 <장화홍련전>이 1924년임을 감안하면 우리보다 훨씬 앞선 것이다. 인도 최초의 토키 영화는 봄베이의 아르데쉬르 이라니 감독의 <세계의 아름다움>(Alam Ara)(1931)이다. 힌디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10곡의 노래가 삽입되었고 노래와 함께 춤이 첨가되었다. 이 영화의 선전 문구는 ‘모두 말하고, 모두 노래하고, 모두 춤을 춘다.’로 향후 인도영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담고 있다. 이러한 것은 인도 전통연극 양식의 영향을 받아 연극, 음악, 무용의 요소들이 혼합된 인도 전통연극에서 발전한 인도영화가 뮤지컬 형식으로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글에서 주로 언급할 <세 얼간이>도 그렇지만 대다수의 인도영화에는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이 중심 장르로 활용된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는 전통 연극의 영향 외에도 인도 자국 내 언어의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11억이 넘는 인구(힌두교도 81%, 이슬람교도 13%)를 가진 인도의 국어는 힌디어지만 각 주마다 쓰는 공식 언어가 22개이고, 500만 이상이 쓰는 언어 역시 13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인도영화는 다양한 언어로 제작된다. 인도영화의 DVD 타이틀이 지원하는 예닐곱 개에 달하는 자막은 인도의 다양한 언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힌디어, 벵갈어, 타밀어, 말라야람어, 테루구어, 구자라트어 등 대부분이 인도인들을 위한 것이다. 2005년 기록에 의하면, 힌디어 영화가 245편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타밀어로 136편 정도가 제작되었다. 흔히 인도영화를 발리우드(Bollywood) 영화라고 하곤 하는데,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인 발리우드 영화란 정확히는 인도 뭄바이(구 봄베이)에서 힌디어를 사용해 제작하는 상업영화를 일컫는다.

   인도 영화가 자국 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크게 ‘대리만족, 엔터테인먼트, 현실도피, 마살라’ 등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여기서 '마살라(Masala)'란 인도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양한 맛이 섞인 향신료를 일컫는데, 종종 발리우드 영화를 '마살라 영화'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코미디, 액션, 멜로, 노래, 춤 등 다양한 형식과 장르가 혼합되어 그 자체가 발리우드라는 한 장르로 전형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만큼 한 영화에서 여러 볼거리를 맛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 점이 바로 발리우드 영화가 할리우드 및 유럽영화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기도 하다. 베아트릭스 플라이데러와 로다르 루츠는 그들의 저서 [힌디 영화](The Hindi Film](1984)에서 상업영화의 전형인 힌디어 영화의 성격을 1.현대화의 의례 2. 종교적 대용물 3.도피주의 레크레이션 4.관객들의 피동적 패턴 강화 5.관객의 사회적 지위 상징 6.사회변화 부적응 7.문화영속성의 도구 등 7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에 따르면 인도의 상업영화는 현실을 미화시키고,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하는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전통의 수호와 사회체계를 안정시킨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인도영화에 작가주의 영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티아지트 레이는 1955년 캘커타에서 벵갈어 영화인 <길의 노래 Pather Panchali>를 발표해 인도식 작가주의 영화를 세계무대에 알렸다. 그러한 영화들은 봄베이를 벗어나 전통적인 상업영화 형식을 배제하고 새로운 시각과 형식의 대안적인 영화가 등장한 계기가 되었다. <살람 봄베이,Salaam Bombay>(1988)와 <몬순 웨딩,Monsoon Wedding>(2001)으로 세계적인 감독으로 떠오른 미라 네어(Mira Nair)는 그의 후예에 해당한다.

<세 얼간이>는 위에서 언급한 대리만족, 엔터테인먼트, 현실도피, 마살라라는 네 가지 성격을 가장 세련되게 잘 담아내고 있으면서, 기존의 힌디 영화들의 부정적인 면을 상당부분 극복하고 있다. 특히 한편으로는 인도영화의 전통을 잘 이어가면서도, 고리타분한 전통 수호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조금씩 변화시켜나가고자 하는 신세대 발리우드 영화의 특징이 효과적으로 응축된 대표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 작품의 감독 라지쿠마르 히라니(Rajkumar Hirani, 1962년생)는 2004년 <문나 형님, 의대에 가다>(2003, Munna Bhai MBBS)라는 작품으로 데뷔하여 대중성과 작품성에서 큰 평가를 받았고, 속편 <계속해요, 문나 형님>은 2007년 칸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하였다. 본고에서 집중 논의할 <세 얼간이>(Three idiots)은 그의 세 번째 연출작으로 ‘사회 기존 관습이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자기 꿈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인도의 대표 영화제인 Filmfare Awards 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개봉 당시 인도 역사상 최고의 흥행기록과 아울러 인도 영화 중 월드와이드 수익 1위를 기록하여 현대 발리우드 영화의 대표작으로 평가 받았다.

2. <세 얼간이> 연출 분석

    이 글에서는 <세 얼간이>를 중심으로 인도 영화의 스타일 분석, 더 나아가 연출 분석을 위해 시나리오부터 구체적인 영상 테크닉에 해당하는 카메라, 편집, 사운드, 연기, 무엇보다도 장르의 특성을 규정짓는 액션 스릴러 장면 연출에 이르기까지 입체적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다. <세 얼간이>가 발리우드 영화의 핵심인 마살라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성공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연출의 각 부문, 즉 주제와 구성 및 캐릭터, 장르를 결정짓는 시나리오와 촬영 및  편집, 음악 등 테크닉에 대한 뛰어난 연출력에 있다고 본다.


1)원작 각색, 주제 :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이 뒤따른다.

연출을 분석하기 위한 첫 단계는 시나리오다. 감독은 영화의 기본 뼈대가 되는 시나리오를 통해 주제와 캐릭터에 대한 견해, 그리고 일종의 연출 스타일 기반까지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색 작품일 경우 원작과의 비교해서 주제나 캐릭터를 잘 해석하고 발전시키고 있는가, 또한 시나리오에서 장르를 정확히 세팅하고 가고 있나, 모티프나 아이러니 등과 같은 극적인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나 등에 대한 문제를 이 단계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세 얼간이>는 인도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영어소설 작가로 알려진 체탄 바갓(Chetan Bhagat)의 2004년 베스트셀러 소설 <Five point someone: What not to do llT>을 각색한 영화다. 원작 내용은 고등학교에서 수재에 가까운 세 명의 소년이 공대에 입학해서는 루저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겪는 4년간의 대학생활을 담은 이야기다. 공대의 학생들 특성과 학풍을 거스르며 좌충우돌하는 세 명의 별종 기계공학도들의 이야기로 소설에서는 그들의 이야기가 4학년 졸업 시점에서 끝난다. 열린 결말을 가진 원작은 대학생활에서 세 친구의 시험에 대한 고민과 낭만적인 익살을 주로 다루었다.

  원작이 주로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과 아브히짓 조시에 의해 공동 각색된 영화는 그야말로 스토리 중심으로 정교하게 잘 짜여졌다. 영화의 기본 컨셉은 ‘입학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인도의 명문 공대생 세 명이‘바보들(idiots)’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학교 분위기와는 다른 파격적인 행보로 좌충우돌해 대학의 지나친 경쟁과 획일화된 공부 방식 의해 창의성이 결여된 대학 시스템과 대립하면서 가까스로 졸업한 후, 결국 성공한 인재가 되어 각자 사랑도 이루고 서로 우정을 다지게 된다.’는 스토리다. 유사한 소재와 주제로 명문 사립고 배경에 몇몇 학생들의 사적인 모임과 억압적인 교육시스템 등을 비판적으로 다룬 피터 웨어 감독의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를 들 수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바람직한 좋은 선생이 관습적인 시스템과 거기에 얽매어 창의력을 잃어가고 있는 학생들을 변화시키고자 하지만 부분만 성공하고 일부는 실패하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세 얼간이>는 좋은 학생들이 고지식한 대학 총장과 억압적인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풍자하는데 성공하게 된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영화의 핵심 주제는 주인공 란쵸(Rancho)에 의해 자주 언급되는 대사‘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이 뒤따른다.’라고 할 수 있다. ‘즉 자기 마음이 원하는 걸 따르면 성공은 자연히 따라 온다.’는 것이다. 특히‘1등이 아닌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기에 무조건 1등이 되라’는 식의 무한경쟁과 창의적인 사고보다는 암기식 교육, 그리고 지나치게 획일화된 교육시스템을 풍자하고 있다. 그러한 문제는 영화 속에서 핵심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적대자) 역할인 총장 비루가 신입생들 앞에서, “뻐꾸기는 자기 둥지를 만들지 않고 다른 둥지의 알들을 버리고 거기에 둥지를 튼다. 뻐꾸기의 삶은 살인으로 시작한다. 그게 자연의 이치야. 경쟁하거나 죽거나... 너희들은 뻐꾸기의 삶이다. 기억하라. 인생은 경주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짓밟힐 거다.”라고 충고하는 에피소드에서 잘 나타나 있다. 거기에 대응해 프로태고니스트(protagonist: 주인공)인 세 얼간이의 리더 란쵸는 “대학은 스트레스 공장이 아니다. 공부는 부를 얻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성취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자기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이 뒤따를 것이다.”라고 함으로서의 영화의 메시지를 이끌어 간다. 그런데 이 작품의 그러한 메시지는 사실상 애플 창업자이자 IT산업의 상징인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한 유명한 연설의 주제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Do What You Love!)"의 패러디라고 할 수 있다. <세 얼간이>의 장점은 주제가 단순히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프로태고니스트의 구체적인 행동과 안타고니스트의 설득력 있는 변화에 의해 극적으로 잘 전달되고 있다는 데 있다.  

2) 복합 구성(plot) : 현재와 과거의 교차, 세 번의 딜레마

영화의 구성(plot)은 대학 졸업 후 10년이 지난 현재에 사회에 진출한 주인공 친구들이 자신들을 변화시킨 주인공 란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대학시절의 회상(flash back)을 여러 번 교차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복합구성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스토리 전개는 인도 영화의 특성처럼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과 상황에 정서적으로 몰입하도록 짜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메인 플롯은 세 남자가 대학에서 바보(idiots) 취급 받으며 기존 전통과 교육방식에 반항하고, 좌충우돌하고, 자유롭게 생활하지만 결국 나중에 다들 성공한다는 이야기이다. 서브플롯(sub plot)은 주인공 란쵸와 비루 총장의 딸 피아의 사랑 이야기가 스크루볼 코미디처럼 전개된다. 그들 두 사람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티격태격하다 나중에 결국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두 플롯은 기본적으로 발리우드 영화의 전형성을 기초로 하고 있고, 적절하게 상호조화를 이루며 영화의 완성도를 담보하고 있다.

   “일반적인 인도 영화의 구성은 고대 산스크리트 드라마에서 전통적 요소를 많이 따오는데, 가족에 의해 지켜지는 도덕적 가치와 행복한 삶, 방황과 타락이 대비되는 이야기, 현실속의 사회가 이룰 수 없는 집단적인 꿈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할리우드 멜로드라마만큼이나 관습적인데, 전형적인 동일화의 미학, 즉 이야기속의 등장인물과 관객의 감정을 동일화 시키는 특성을 지닌다. 이를 인도의 고전적인 미학의 개념으로는 ‘사마야스(Samayas)’라고 한다. 이야기 속의 각 에피소드는 결말 부분에 가서 카타르시스를 주는 절정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대중의 보편적 감성을 표현하는 데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작품의 구성에서 위기 및 절정에 해당하는 피아 언니의 출산 장면은 핵심 주제 및 마살라 영화의 특성이 집약된 명장면이다. 총 상영시간 2시간 45분 중 후반 2시간 18분쯤에서부터 10여 분간 진행된 그 장면은 영화의 핵심 장르인 멜로와 코미디가 절묘하게 결합되었는데, 여러 번의 딜레마를 중첩시켜 묘사함으로서 극의 상승효과를 배가 시키고 있다.

   첫 번째 딜레마는 란쵸와 친구들은 피아 언니가 출산에 임박해 있는 상황에서 폭우로 인해 거리가 막히면서 병원에 갈 수 없게 되자, 급하게 학교 사무실로 옮기는 데서 시작된다. 실내가 정전으로 인해 어둡게 되자, 란쵸 등은 공대생의 특기를 살려 급하게 배터리를 만들어 해결한다. 공대생들의 실용적인 지식활용이 돋보인다. 세 얼간이는 여기서 단순한 이론으로서가 아닌 실전에서 공학적 지식을 이용해 출산을 성공시킨 것이다. 병원에 있는 피아와 인터넷의 웹 카메라를 통해 지시를 받고, 피아의 자궁에서 아이를 꺼내려는데, 잘 되지 않는다. 분만촉진기가 필요한 상황인데, 병원이 아니라 당장 구할 수 없다. 그러자 그들은 대용으로 진공청소기 사용해서 극적으로 아기를 자궁에서 꺼낸다. 한 숨 돌린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힘들게 나온 아기가  울지 않는다. 두 번째 딜레마다. 모두 긴장해서 어쩔 줄 모른다. ‘알 이즈 웰’을 외치는 등 온갖 기원 끝에 결국 아기가 발로차고 울기 시작하자 실내는 감동의 도가니가 된다. 그러자 그 완고하던 비루 총장이‘공학자가 되라’라고 말하지 않고, 아기에게 한 ‘발차기 하는 거 봐라, 축구선수가 되려나 보다. 니 원하는 것을 하 거라’라고 함으로써 딸의 힘든 출산과정과 그것을 도운 란쵸에게 감화 받아 총장 비루가 변화했음을 대사로 보여준다. 그 대사는 주변 세 얼간이와 학생들, 그리고 그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그 장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무사히 출산을 성공시킨 란쵸가 가방을 매고 학교를 떠나려 한다. 출산 직전에 퇴학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세 번째 딜레마가 된다. 비루 총장은 빗속에서 그를 붙잡고 얘기한다. ‘이전 총장이 훌륭한 학생을 찾으면 주라고 했는데, 그동안 30년간 임자를 못 찾았던 이 만년필, 네가 가져가라’하면서 그토록 아끼던 만년필을 란쵸에게 건네준다. 그럼으로써 영화 속의 가장 큰 갈등 관계가 해소된 것이다. 이 신은 스릴러가 가미된 신파적인 멜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안에 절묘하게 코미디가 들어가 있다.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총장 연구실 열쇠를 달라고 하자, 란쵸와 총장이 동시에 열쇠를 던진다거나, 발전기 바이러스를 가져오라고 하자 미리미터가 별명이 바이러스인 비루 총장을 데려가려고 팔을 잡아끄는 행위들이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그 장면에서 란쵸, 파르한, 비루라는 세 얼간이의 인도주의적인 행위와 캐릭터가 완성된다. 또한 완고한 비루 총장이 결정적으로 성격이 변화되는 지점이자, 주인공 란쵸의 영웅으로서의 가치를 확실하게 완결시키는 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구성은 발리우드 영화의 전형성을 유지하면서도 주제를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어서 2편 계속)


              


이전 08화 구로사와 영화의 결투 장면의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