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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편파적인 술 이야기

술과 음료 편 - 지극히 편파적인 술

지극히 편파적인 술 취향


술 얘기는 어디까지나 내 취향을 얘기하는 것이지 독일인들의 술 문화를 비난하자는 얘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술에 대해서만큼은 난 편파적이 맞다.

말하자면 이건 어디까지나 내 취향인데 나는 섞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섞는 걸 좋아하는 건 유일하게 산채비빔밥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중국술 백주나 고량주처럼 기본 30도가 훨씬 넘어가는 술도 그냥 마시는 게 좋다. 서양 술인 위스키나 코냑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도수 높은 술을 선호하거나 주량이 많거나 즐겨 마셔서가 아니다. 그냥 그 주류 자체의 맛을 즐기기 원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맥(소주와 맥주)이나 요새 뜨고 있다는 고맥(고량주와 맥주), 사맥(사이다와 맥주)도 즐기지 않는다. 소맥은 분위기 따라 한 잔이면 족하다. 그 후론 사양. 술에 있어서만큼은 편파적이다.

독한 술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술은 도수와 관계없이 그 고유의 맛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게 내 주장이다. 그런 이유로 섞는 게 기본인 칵테일 역시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상한 고집이 있는 게 분명하지만 세상은 워낙 제 맛에 사는 거니까.

그런 내게

“엄마 독일엔 맥주만 있는 게 아니야. 막내가 마셔보라는 칵테일 한잔 마셔보는 거 어때?” 지성은 경험해 보라며 첫날 내게 아페롤(APEROL)을 권했다. 아페롤은 원래 이탈리아 술이지만 독일인들이 맥주나 와인만큼 사랑하는 음료란다. 그래 그건 음료였다. 나에게 술을 다오 딸아!

호기심 많은 내게 지성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색다른 술 아니 음료를 권했다. 이름하여 바인 숄레. 마인츠 중앙성당 앞 노천카페에서 문제의 그 바인 숄레를 권했다. 그 맛있는 와인에 너희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니? 참 알 수 없다.

이 맛있는 와인에 왜? 뭐 때문에? 물을 타서 마시냐고요?라고 말하는 듯한 내 의아한 눈빛을 알아챈 지성이 얼른 설명해준다.

원래 숄레는 주스에 탄산수를 타서 마시는 거다. 로마시대부터 희석해 마셨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괴테가 원조라는 설도 있다. 괴테의 시에 물은 특색이 없고 와인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데 자긴 그게 싫으니 함께 마신다는 내용을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한다고 한다. 추측컨대 여름에 주로 마시는 걸 보면 뜨거운 해 아래 도수 높은 술로 금방 취하는 것보다 물을 희석해 마시면서 기분에 취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숄레는 압펠 숄레 Apfelschorle 즉 사과 숄레다. 체리나 베리 주스를 섞으면 체리 숄레, 베리 숄레로 불리는 것이다. 사과 숄레가 유명한 프랑크푸르트 뢰머광장 앞 골목에는 압펠 숄레를 직접 시음할 수 있는 가게가 있다. 내 입에는 물론 아니지만 친절한 지성의 안내로 직접 호기심 해소는 한 셈이었다.


그뿐인가? 와인을 활용한 음료로 바인보울레라는 것이 있다. 지성은 서머 마켓에서 와인도 아니고 화채도 아닌 이상야릇하고 요상한 음료를 주문해주었다. 우린 그것을 그냥 와인 화채라고 부르기로 했다. 내 몫으로 시켜준 것은 딸기. 빨간색으로 빛깔 고운 와인에 퐁당 빠진 딸기 몇 알. 딸기도 좋아하고 와인도 좋아하지만 와인에 빠진 딸기는 그냥 맛은 포기하고 눈에 양보했다.

졌다.

이쯤 되면 지성은 분명 나의 호기심 충족이라는 구실 아래 나의 입맛에 도전장을 내는 것에 다름없다.

그렇다고 무너질 내가 아닌걸.

한 번 경험으로 충분하다. 아무리 인기 있다고 해도 내겐 그냥 한 번 경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특히 그토록 훌륭한 리즐링 와인에 물을 섞어 마시는 건 와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절대 노땡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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