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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2. 2020

엄빠의 유산이 낳은 오욕망

도곡리 오자매


내게는 네 명의 언니가 있다. 늘락지, 미저리. 여우, 뚱 이라 불리는 사람들 (언뜻보면 반려묜가, 반려견인가 싶지만 다들 인간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 네 사람은 한번도 내인생과 분리된 적이 없다. 내가 태어난 이래 싫든 좋든 늘 내 곁에 있던, 있을, 우리 5자매.

아빠보다 오래, 때로는 엄마보다 가까운, 피로 맺어진 나의 친구들.



왼쪽사진엔 넷째언니가 없고 오른쪽 사진엔 내가 없다!



1번 등판. 게으른 몽상가, 일명 게몽/ 큰언니

큰언니는 49세에 어쩌다 공무원이 됐다. 그야말로 어공. 조직생활이라곤 맞지 않는 사람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이 오십에 텃새 심하기로 소문난 공무원 조직에 들어가 흔히들 말하는 조직의 쓴맛을 몸소 맛보다 3년만에 그만두고 현재는 유사나의 비전을 전하고 있다. 큰언니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며 신뢰할만하고 한결같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재미있게 일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삶에 있어서 유머와 패션감각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누구라도 스트레스 받을 법한 상황에 언제나 담담하게 대처하는 걸 지켜보고 있노라면 절로 존경심이 든다. 늘 무언가 재미난 것들을 찾아다니는 도통 철이라곤 없는 우리 큰언니는 자매중 제일 게으르고, 셈도 흐리고, 손끝이 여물지 못하지만 본연의 업무, 본인 일터에선 결코 구멍내는 법이 없고 전략적이면서 똑똑하고 현명하다. 큰언니 답게 혹은 우리 큰언니 같지 않게.


넘버 투. 욕망의 몰리짱, 미저리, 히맨/ 둘째언니

둘째언니는 우연한 계기에 인플루언서가 됐다. 2023년 1월 기준 18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는 파워 인스타로, 엄마에게는 효녀 심청이로, 우리 4자매들에게는 급전이 필요할땐 언제든 돈을 빌려주는 <부자 자매님>이자 <사장님>으로 불리고 있다.

믿음 좋은 하나님의 자녀이고, 지식이 있고 명철이 뛰어난 자는 아니나 연륜과 경륜과 기도로 빚어진 삶의 통찰력과 혜안이 있다. 2022년말부터 오자매가 매주 금요일에 모여 함께 책 한권을 읽고 토론하기로 한 그순간부터 책읽는재미에 빠져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내는데 몽상가 타입의 큰언니&나와는 다르게 행동파 답게 책에서 읽은 좋은 습관들을 바로바로 업무에 적용해서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어릴때 통닭한마리를 엄마가 사다주면 자기혼자 제일 많이 먹으려던 욕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가족 모두에게 베풀고 나누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하면서도. 혼자 이리뛰고 저리 뛰고 바빠지면 모든 화풀이를 나머지 자매들에게 하는 변덕 심한 특이한 스탈이다. 그런 면이 나와 비슷해서 달리 뭐라고는 못하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자주하는 말은 니네 디게 웃기다, 니네나 잘해, 정도가 있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4명의 자매들중 한명에게 서운할라 치면 우리 모두를 싸잡아서 <니네>로 엮고보는 ㅎㅎ


3번. 착한여우, 미도리, 미돌이, 완다/셋째언니

미도리는 편의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자기 사업 (공구)도 병행하다가 요즘에는 큰언니의 유사나 비지니스를 도우며 유사나로 성장하고 있다. 몰리짱 공구 SCM업무나 큰언니 유사나 비지니스를 도우면서 틈틈이 주 2~3회 아이들 학교갈 시간에 짬짬이 하는 편의점 알바를 놓지 않고 있다. 맡은바 일을 성실히 하고, 신뢰할 수 있는 타입이라 편의점 주인에게도 무한신뢰를 받고 배려도 많이 받으며 일하고 있는데, 가끔 우리집 개들에게 유통기한 임박한 편의점 김밥과 햄버거를 갖다 준다. 사료가 아깝다고 밥을 적게 주는 엄마로 인해 항상 굶주려있는 심바, 탄이, 레오의 특식이다.

일본에서 10년, 호주에서 6년 살면서 커뮤니티를 잘 형성해, 그들을 상대로 해외 공구를 진행하는 게 주 업무였는데 요즘에는 건강전도사로 활동하면서 유사나의 비전을 전하는 일에 집착? 집중하고 있다. 그런 셋째언니를 두고 넷째언니는 완다, 라며 놀리곤 한다. 완벽한 다단계인? ㅎㅎㅎ 하지만 중꺾맘. 중요한 건 꺾이지않는 마음. 언니는 안꺾인다 ㅋㅋㅋ

언젠가는 한국이 아닌 곳으로 이민을 꿈꾸기에 각 나라별 동향에 훤하다. 남편 생일보다 촛불집회가 우선일 정도로 정치나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다. 일본에서의 이름인 미도리를 주로 사용하는데, 나는 미돌이라고 부르며 놀리는 걸 좋아한다.


4번 키작은 독설가, 키독, 뚱아, 이쁜이 이모/넷째언니

넷째언니는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친다. 사회 초년생때 회사 선배 몰래 언니에게 전화 많이했다. 후보자 연봉인상율 계산할때 몇프로 인상되는건지 백분율 계산법을 잘몰랐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하지만.....공간지각력+ 수학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고등학교땐가, 중학생인 나를 가르칠때 언니는 이미 수포자인 나를 포기했다.

취미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지만, 진짜 취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다. 방랑벽이 있는게 셋째언니랑 좀 비슷한거 같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나돌아다니는 스타일이랄까. 자주 아파서 본인이 원하는 만큼은 어차피 돌아다니지도 못하니까 다닐 수 있을때 캠핑도 가고 바다도 가고 유럽도 가는것에 대해 나는 언제나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편이다. 어딜 간다는 건, 언니가 아프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때때로 집에 있을 때는 뜨개질로 뚝딱 가방을 만든다거나, 밀가루로 쑥개떡이나 도너츠를 생산해내는 재주꾼이다. 한동안 키토식단 전도사로 활동하면서, 아몬드 가루로 빵 만드는 일과 설탕 대체재를 넣어서 떡볶이 만드는 작업에 열중했었다. 훗날 나랑 같이 가족 책+빵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베이커리 등을 배우고 있었는데 요즘엔 그것도 시들해졌는지 최근엔 언니가 만든 빵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

시니컬하다 ㅎㅎㅎㅎㅎ  


그리고 막내, babysister, 나, 오지라퍼 제니퍼, 오제, 싱글이

친구들이나, 직장에서 나를 부르는 애칭이나 별명이 있지만 가족들은 한결같이 나를 대두라고 부른다. 의미는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는 그뜻이 맞다. 큰대 머리두, 대두! 가끔 코엑스에서나 현백에서 사람들 많을때 언니들이 대두라고 부를때 여전히 좀 창피하긴 하지만 지금은 진짜 거의 적응됐다. 어릴땐 첫사랑 '정우'앞에서 대두라고 불렀다고 둘째언니를 그렇게 잡았었다. 재랄재랄 하면서. 진짜 대두인데 대두라고 놀리면 어쩌냐는 게 나의 일관적인 주장이고,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1,2번 언니는 아무생각+죄책감이 나를 대두라고 불러왔다. 암튼 대두라는 별명에 대한 에피소드는 세예라자드가 되어 천일밤동안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이쯤하기로 하고.

다시 내 소개로 돌아가자면,

나는,

밤엔 자기 싫고 아침엔 일어나기 싫어하면서 용케도 12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직딩이다. 가족들 중 유일하게 조직생활 다운 조직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 조직도 그렇게 조직다운 조직은 아니다. 자유로운 영혼들이 숨쉬며 지낼 수 있는 플렉서블한 일터라고나할까.

아티스트 기질이 있다며 스테이블하지 않음+변덕스런 기질에 대해 변명해보지만 아티스트다운 재능과 면모는 전혀, 전혀 없다. 패션은? 어쩌면 거기서부터 나의 불행이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하하하하.

패션도 완전 테러리스트다.

오자매중 유일한 싱글이다. 셋째형부는 그래서 나를 '싱글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우리 오자매 면면을 소개해봤다.

나이가 먹어서도 여전히 자주 싸우고 욕하지만 편 먹어야 할 일이 있을 땐 똘똘 뭉쳐 하나가 되는 울엄빠의 가장 큰 유산, 도곡리오자매!!!



언니들과 함께하는 오욕망이 유퀴즈 가족특집에 초대되면 좋겠다.

그게 지금 시점 내 유일한 소망이랄까!!!!!!!!!!!

불러줘요 유퀴즈 젭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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