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024.9.19
나의 강아지 심바가 추석 연휴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그날 아침 웬일로 밥을 먹지 않아 밥그릇에 그대로 남겨진 심바의 사료와, 심바가 평생 메고 있던 주인없는 빈 목줄이 심바의 빈자리를 실감케 한다.
12년간 매일아침 밥과 물을 주고 똥을 치워주었던 엄마가 느끼는 상실감은 나에 비할 것이 아니었다.
엄마는 마음이 너무 쓰리다고했다.
심바는 총 두번의 안충제거술을 받았고 심장사상충 진단을 받아 죽음의 위기에 처했지만 치료를 통해 '기적적'으로 회복됐고, 이후로도 끊임없이 눈에 질병과 피부병을 달고 살았다. 두어번의 체기때문에 식음을 전폐하여 나를 놀라게 한적도 있었다. 소화제를 물에 타주고, 습식 사료와 참치를 주면서 찬찬히 회복을 도와주었었다.
사는내내 여러가지 질병이 심바를 괴롭혔다. 밖에 사는 강아지가 견뎌야할 무게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특히 심바에게 더 가혹한 것 같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러한 온갖 질병에도 심바는 나의 걱정과 눈물 덕분인지 씩씩하게 12년을 장수해주었다. 밖에 사는 강아지들에게 12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런저런 일이 있을때마다 심바 곁에서 울며불며 맛있는 것들을 대령하며 지켜주었는데 그 마음을 아는지 며칠 앓더라도 빠른 속도로 회복하곤 했다.
심바는 자주 울었다. 우는 강아지로 동네에 정평이 나있었고 옆집 '흰머리 할머니'는 우는 강아지는 집에 재수없는 일을 가져다준다며 심바를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응수했지만 한편으로는 심바가 우는 이유가 궁금했다. 심바는 12년간 항상, 매번, 한결같이 나를 격하게 반겨주었다. 늑대개처럼 울부짖으면서.
그런 심바의 마음에 화답하고자 나의 차에는 항상 맛있는 간식이 있었고, 엄마집에 가는 주말마다 주1회지만 산책 시켜주려고 노력했다. 까망이와 레오를 떠나보낼때 후회했던 두가지는 ‘더 자주 산책가주지 못한 것과 더 많이 맛있는 간식을 사주지 못한 것’ 이었다. 그 회한 때문에 심바에게는 산책과 간식만큼은 후회없도록 노력했다.
그런데 인생이라는 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까망이와 레오의 갑작스런 죽음과 달리 심바의 마지막날은 지켜볼수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간식과 산책에 대한 죄책감이 들지 않는 것도 천만다행이었다. 더 큰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른체 안도했다.
심바가 없어져버렸다.
조금 전까지도 숨을 허덕이며 걷지도 못했는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늘밤을 넘기지 못하리란 생각이 들어서 저녁9시쯤 심바에게 작별인사를 했었다. 12년간 너무 행복했고,감사했고, 더는 힘들어하지 않고 하늘나라로 가도 된다고, 내가 기다렸다가 안전하게 묻어주겠노라고.
평생 메고 있던 목줄을 풀러주자는 언니의 말대로 목줄도 풀러주었다.
그리고 심바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다,
급작스럽게 생긴 회사일을처리하고+내일 출근 하지 못할거라고 팀원들에게 메일을 남기고 다시 심바 곁으로 돌아왔는데,
그 순간에 심바가 사라진 것이다. 밤 열시 즈음이었다.
믿을 수가 없어서 항상 함께하던 동네 두바퀴를 돌아보고, 아빠 산소가 있던 산속에도 가봤는데 어디에도 심바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언니들이랑 형부들도 함께 샅샅이 찾아봤는데 소용없었다.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면 힘들게 집을 떠나지도 않았을 거라고. 우리는 절대로 심바를 찾을 수 없을거라고. 심바는 새벽녘에 숨을 거뒀을거고, 자연으로 돌아갔다고.
아무도 말해주지않았지만 새벽녘 어느 순간,
심바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심바의 주검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왠지 알수 있었다.
동네 어른들은 바깥에서 사는 영리한 노견들은 죽음을 앞두고 집을 떠난다고 했다.
셋째언니는 평생 목줄을 메놓더니 풀어준건 이제 떠나라, 는 의미로 심바가 받아들인게 아니겠냐고 했다. 왜 목줄을 풀어줬냐고. 가장 오래 산 개였던만큼 잘 묻어주고 대우를 해줘야했다고. 죄책감이 들었다. 집 나가라고 풀어준게 아닌데…
넷째언니와 함께 테니스 레슨을 받는 사람들은 오래 살았던 개들이 죽기직전 집을 떠나면 집안의 나쁜모든것들을 가지고 간다고 했다.
그러길래 그냥두지 목줄을 왜 풀어줬냐고 넷째형부가 나무랐다. 역시 그랬어야 했나.
퇴근 후 셋째형부는 온동네를 찾아다녔다. 그래도 묻어줘야하지 않겠냐고. 어디 도랑에 빠진거면 어떡하냐고.
강아지를 사랑하는 보리엄마는 ‘마지막까지 너를 배려해서 너무 슬퍼할까봐 혼자 길을 떠났다'고 위로해주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눈물이 쏟아졌다.
팀동료 엘레나는 ‘본인이 심바라고 생각해봤는데 나라도 혼자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걱정끼치지않고 떠났을것 같다’ 고 했다.
유튜브에 어느 자연인은 '늙은개는 죽을때 왜 어디론가 몰래 사라질까'라는 영상을 통해 원래 노견들은 죽기전에 사라진다는 영상을 남겨두었다. 이 영상이 제일 위로가 되었다. 모든 노견이 그렇다면 사라진
심바의 행동도 이해할수 있으니까.
심바가 사라졌을 때 제일먼저 든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내옆에서 편안하지 않고 안전하지 않아서 떠난건가 싶어서. 감정수업에서 배운대로 한발작 떨어져서 질문을 해보았다. 정말그래? 심바는 집과 나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던게 맞아?
납득이 가지 않았다.
다섯발자국 걷는것도 힘들어서 비틀대다 쓰러져있었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숨을 허덕이던 아이가 대체 어떻게 혼자서.........길을 떠난걸까. 왜 사라진걸까?
언제까지 그 의문은 풀릴 수 없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심바가 떠났다는 것. 심바는 어쩌다 목줄이 풀려 동네방네 맘껏 떠돌다가도 새벽이면 돌아와 아침밥을 먹던 아이였다. 그런데 밤 열시전에 사라져서 하루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무지개다리를 건넜기 때문이다.
양평 식구들에게 전화가 올때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심바는 돌아오지 못했다.
내 마음의 작은 방을 만들어 그 안에 심바를 넣어두기 위해서 나는 심바가 떠난 날을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사라진 심바에 대한 나의 입장은,
심바는 여느 동물들처럼 가장 나약해진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서, 홀연히 혼자 죽음의 길을 떠난 것이다. 그게 동물들의 본능이다.
목줄에 메여있지 않았다면 아마 대부분의 강아지들이 그러한 죽음을 선택했을거다.
심바는 영리하고 멋진 아이라 그 힘든 상황에도 자신의 죽음을 향해 꿋꿋하게 길을 떠났다.
나의 사랑하는 심바는 너무도 멋지고 담대한 강아지였다, 라는 것.
dear. 심바
혼자 떠날 수 밖에 없는 길이었지만
마지막 인사를 하게해주어서 감사해
사랑해 심바 고마웠고 행복했어.
나쁜기억, 섭섭한 것들있다면
부디 잊고 좋은 것들만 간직해줘
이기적이고 게을렀던 나를 용서해줘
탄이가 물고온 아기고양이, 우리 아빠, 먼저 떠난 레오, 까망이 모두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서 함께 산책하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https://www.youtube.com/watch?v=7R1RYTCfXNk
리트리버 레오가 떠났을 때
https://brunch.co.kr/@jennifernote/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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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꼬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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