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위안이 된다는 것>이라는 책을 읽었다. 서평을 쓰려고 보니 ‘위로’와 ‘위안’의 미묘한 차이가 궁금했다. ‘위로’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 ‘위안’은 「위로하여 마음을 편하게 함. 또는 그렇게 하여 주는 대상」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있었다. 비슷한 의미이지만 위안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대상도 포함이 된다는 점에서 행위를 하는 대상이 사람뿐 아니라 자연물, 음악, 미술, 혹은 그 무엇도 될 수 있었다.
삶을 살다 보면 고난과 역경과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옆에 있어줄 누군가, 손 잡아줄 사람 나아가 자기 스스로를 위로할 줄 아는 방법을 안다면 힘든 순간이 닥쳐도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제1장은 ‘빗나간 위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힘을 내기도 버거운 사람에게 섣불리 ‘힘내!’라는 조언을 하는 것, 실의에 빠진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않은 채 조언과 충고만 계속한다면 그것이 과연 진정한 위로라고 할 수 없다. 책은 오히려 그들 곁에서 담담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말없이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당사자에게 큰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나의 경우도 건강이 좋지 않아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면서 절망에 빠졌을 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말을 건네며 걱정해 줬지만, 정작 가장 큰 위안을 받은 것은 함께 울어주던 친구였다.
제2장은 우정, 포옹, 대화, 소속감, 고향 등 사회적인 결속감에서 오는 위안에 대해 설명한다. 친구들의 지지와 누군가의 곁에서 함께 머무는 것, 말없이 안아주는 것,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시련을 견디게 하는 큰 힘이 되어준다.
3장은 아름다움 속에 깃든 위안으로 마음이 힘들 때 내가 위로를 받는 방법인 책과 독서, 시, 음악, 노래, 그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적당한 스트레스라면 사람들을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해소하고, 그보다 더 힘든 상황이 오면 성당이나 조용히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기도조차 하기 싫을 때에는 책을 잔뜩 사다 놓고 마음이 풀릴 때까지 읽곤 하는데,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항상 책을 읽으면 내가 고민했던 문제들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은 영혼의 벗으로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아름다운 시를 읽고, 영혼의 울림을 주는 노래를 부르고, 기쁜 마음으로 합창을 하면서도 우리는 충분히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제4장 자연이 주는 위안. 크게 아프고 난 후로는 자연이 주는 위안에서 힘을 얻고 있다. 숲길, 산속, 강가, 바닷가를 걸으며 풀내음을 맡고 새소리를 듣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새롭게 인생을 헤쳐 나갈 희망이 움튼다. 뿐만 아니라 고양이, 강아지와 같은 동물들이 건네는 응원에서도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온갖 자연물들은 이렇게 늘 우리 곁에서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발견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우리에게 달려있을 뿐이다.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너그럽고 온화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한다면 위로와 위안을 받는 일은 어렵지 않다.
5장과 6장에서는 몸과 영혼에 생기를 북돋아 주는 운동, 음식, 낮잠, 목욕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내적 원천의 힘인 눈물, 유머 그리고 기도가 주는 위로까지. 인간의 삶이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하느님께서는 인간으로 몸소 오시어 우리가 겪는 수난과 고통 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을 어루만지는 많은 요소들을 준비해 두신 것이다.
요즘 자주 쓰이는 말 중에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문구가 있다. 인생에 정말 꽃길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내 인생에 불행은 조금도 없이 탄탄대로이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다. 다만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왔을 때 내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또한 어떤 것들로 마음의 위로와 평화를 찾을 것인가.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스스로에게 달렸다.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위안이 된다는 것>이라는 책을 통해 내 속에 있는 그리고 나를 둘러싼 수많은 위로와 위안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마음이 슬픈 날이 온다면 혹은 그런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만히 이 책을 펼쳐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