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나타베 가즈코 수녀 지음
7월 가톨릭출판사 북클럽 책으로 와타나베 가즈코 수녀님의 <걱정하지 마세요, 언제든 웃을 수 있어요>를 선택했다. 수녀님의 책은 몇 년 전 <당신이 선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라는 도서로 처음 접했었는데, 글이 담백하고 진솔하여 기회가 있을 때 신청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흔이 다 되신 노수녀님께서 들려주시는 인생의 의미 그리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에 대해 진지하게 묵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명: 한 송이 꽃으로 살아갑니다]라는 소제목이었다. 우리는 ‘꽃 같은 인생’을 꿈꾼다. 누구나 자신의 미래는 화사한 장밋빛으로 가득하리라 생각하고,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이 인사로 통용되는 것처럼 시련 없이 향기로운 삶을 바란다. 수녀님께서도 10대의 대부분을 전쟁 중에 보내면서 20대가 왔을 때 화사하고 아리따운 젊은이로 자유롭게 사는 것을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한 신부님이 건네주신 시로 ‘꽃같이 화려한 인생’에서 ‘한 송이 꽃’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삶의 태도를 바꾸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주님이 심은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 꽃을 피운다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꽃을 피운다는 것은 미소를 지어 주위 사람도 행복하게 하는 것입니다. 꽃을 피운다는 것은 주위 사람에게 웃는 얼굴로 나는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당신을 그곳에 심으신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후략)”
주님께서 당신을 그곳에 심으신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일. 우리가 사랑하는 꽃은 어디에나 있다. 설령 그곳이 그늘지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곳이든, 시끄러운 기찻길 옆이라 할지라도 꽃은 한 마디 불평 없이 묵묵히 아름다움을 틔운다. 물웅덩이 옆에서도 피어나는 꽃이 있고 심지어는 진흙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피는 연꽃도 있지 않은가! 다른 꽃과 우열을 가르지 않고, 자신이 피울 수 있는 꽃을 가장 아름답게 피우는 것. 그것이 꽃의 사명이다.
우리의 삶과도 이와 같지 않을까? 미련과 불만에 사로 잡혀 평생을 불행하게 보내기보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은 로마에서 수학하고 널리 복음을 전파하고 싶었지만, 전쟁 때 입은 다리 부상과 약한 신체적 조건 때문에 번번이 좌절했다고 한다. 그러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학문에 힘쓴 결과 종교, 교육, 문화 사업을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수회’를 창립하였고, 영성수련을 지도하며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나의 열등함에 매몰되지 않고, 묵묵히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삶.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삶을 ‘한 송이의 꽃’으로 만드는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