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를 꿈꾸며>로 유명한 유안진 작가의 산문집을 6월 가톨릭출판사 북클럽 도서로 신청했다. 무더운 여름. 가벼운 옷차림 가벼운 외출에도 부담이 없는 얇은 두께의 책이었다. 특히 가장 좋았던 부분은 [묵상한다, 나를 불러 주시는 그분의 음성을]이라는 단편이었다.
신앙인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 보는 예수님의 음성. 간절한 기도와 꾸준한 신앙생활을 한다면 언젠가 한 번이라도 그분의 음성을 듣는 날이 오지 않을까. 꿈에서라도 예수님을 뵙는 성모님을 만나는 장면을 그려보지 않았을까? 적어도 나는 하느님의 음성이 들린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천주교에서는 특히 모든 것은 ‘주님의 뜻’이라는 말이 통용되는데, 아무리 기도해도 그분의 뜻을 알 수 없을 때. 이것이 정녕 주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뜻인지 납득이 가지 않을 때. 특히 어둡고 긴 고통의 터널을 걸어가고 있을 때 그분의 뜻과 의도를 하느님의 음성으로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유안진 작가도 하느님의 목소리는 분명 ‘나직하고 따스하며 깊고도 멀리까지 여운이 길게 울리는 목소리 셨을 거야.’ 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 스스로도 주님의 호명을 한 번이라도 듣고 싶다는 바람을 글 속에 표현하셨다.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라자로의 집에 가셨을 때 턱을 받치고 앉아 주님 말씀에만 몰입한 동생 마리아에게, 부엌일도 도우라고 말씀해 주실 것을 부탁하는 마르타에게, 마르타야! 마르타야! 하셨던 주님의 음성. 무덤 속 죽은 라자로를 불러내실 때,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하고 호명하셨던 주님의 목소리.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탈리타 쿰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에파타 (열려라) 하시던 주님의 음성도.
예수님의 목소리를 실제로 들은 적은 없지만, 강론 말씀으로 성가로 고해성사로... 본인의 뜻을 전하려고 하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큰 수술을 앞두고 너무 무서워서 “살려주세요. 하느님 살려주세요.”라는 기도밖에 나오지 않았던 때가 있다. 영성체 후 기도를 하는데, 성당 가득히 울려 퍼지던 노래에 나는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릴 수밖에 없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 내가 함께하리라. 네가 불 가운데로 행할 때 너를 보호하리니.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두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찼던 이 날. 내가 들은 것은 분명히 예수님 그분의 음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