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21 (화)
지난주 금요일 솔올성당 평일 미사에 참석했다. 보통 대부분의 성당들은 평일 기준 화, 목 저녁 7시 30분 그리고 수, 금 오전 10시 미사가 대부분인데 솔올은 수, 목, 금 오전 10시에 미사가 있어서 남편 라이딩하고 참석하기 딱이다. 욕심 같아서는 성당이 쉬는 월요일 빼고 (새벽 미사 제외) 전부 오전 미사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건 정말 개인적인 욕심이다. ㅎㅎ
미사 시간에 20분 정도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았는데, 그날따라 눈에 들어온 것은 고해소의 불빛! 평일에도 고해를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며 고해성사를 받았다. 이따금씩 9월 들어서는 꽤 자주 내 마음을 짓눌렀던 불안, 두려움, 이런 감정들을 느끼는 게 '하느님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오는 죄책감, 막연함 등을 털어놓았다.
신부님께서는 내 이야기를 경청해서 들으신 뒤 좋은 말씀들을 해주셨다.
"더 담대히, 더 굳건한 마음으로, 강한 믿음으로 신앙생활을 할 것. 물 위를 걸어오라고 예수님이 이르셨을 때, 인간적인 두려움과 회의감으로 물속에 빠져버린 베드로의 모습이 아닌 그분께 온전히 의탁하고 물 위를 걸어갔던 베드로의 모습을 닮아야 한다."는 말씀...
세례명을 물어보셔서 알려드렸더니 '아녜스'를 위해서 신부님도 기도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그날의 신부님 강론 말씀, 성경 이야기, 성가 등이 나의 상황과 절묘하게 딱 맞아 떨어질 때가 있다. 이날 성경 말씀은 루가복음을 말씀이었다.
내가 가끔 신앙이 있는 힘든 상황 속 친구들을 위로할 때 인용하는 성경 구절이었다.
매번 조직검사 넣어놓고 주일에 성당 가서 기도하면 성체성가 166번이 나왔다. 우연이 하도 반복되어 필연인가 하고 어떤 날은 166번을 펴놓고 기다리기도 했는데, 정말
"성체성가 166번입니다."
라고 했던 적도 있다.
성가 166번은 이런 가사가 반복된다.
"나 그를 사랑하여. 나 그를 살게 하리. 나 그를 영원히 영원히 살게 하리."
노래를 들으며 항상 나는 '그래도 살려나보다. 죽지 않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인간의 범위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나는 저 노래 속 '영원히 살게 하는 곳'이 하늘나라 (하느님 나라)가 아닌 지구 위 홈 스윗 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다.
"하느님 나라는 좀 더 오래 살고 갈게용~"
라며. 껄껄껄.
어쨌든 다시 원래 하려던 얘기로 돌아가서 보통 고해성사를 하고 나면 신부님께서 보속*을 (고해성사 보속은 사제가 부과한 기도·선행을 실천해 죄의 결과를 갚고 거룩한 삶을 돕는 행위) 주시는데, 이날은 병자들을 위해 정성껏 묵주기도 5단을 바치라고 하셨다. 환우가 같은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행위가 가장 은혜롭고 힘이 크다고 이야기 하셨다.
몸이 아픈 사람들, 마음이 힘든 사람들 잘 지나치지 못하고 마음을 쓰는 것이 나의 천성이다. 하물며 내가 그 길을 가면서부터는 더 그랬다. 건너 건너 누구 얘기를 들어도 외면할 수 없었고, 내 앞가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도와주고 싶어서 애쓰곤 했다.
세례명으로 선택한 '프라하의 아녜스' (3월 축일) 역시 평생 가난한 사람들과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데 헌신하면서 살았다는 성녀의 생애를 보고 선택했다. 나는 진실로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그래도 건강해야 할 텐데 체력도 약하고, 자주 아파 걱정이다. '그분 뜻이 있으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이루어지겠지.' 하며 지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오늘. 역시 장대비가 내리는 강릉 씨리에서... 아침 일찍 남편을 출근시키고 성모상 앞에 앉아 묵주를 들었다. 내가 자주 쓰는 1단 묵주는 차에 있어서 (보통 야외 운동하면서 많이 돌린다.) 남편의 5단 묵주고 '병자들을 위한 묵주기도 5단'을 바쳤다.
사실 어제 바다 어씽하면서 '환희의 신비'로 5단을 바쳤는데, 잘 집중이 되지 않아 환우들에게 조금 미안했기 때문에 오늘 '빛의 신비'로 다시 드렸다. 아픈 사람들, 지금 이 시간에도 투병하는 사람들,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의료진, 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 희귀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치료약이 없어서 안타까운 사람들도 모두...
이탈리아 산 지오반니 로톤도에 '오상의 비오' 신부님을 만나러 갔을 때 밤낮으로 일주일 꼬박 기도했던 것처럼 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으로는 연결돼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온 마음 다해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특별히 루루흐 사장님, 유튜버 베이지미 님, 유병장수걸님. 지금 투병 중인 세 분을 위해 묵주기도 1단씩을 봉헌했다. 성모님의 전구가 큰 힘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내가 20년간 버텨온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신앙의 힘이, 기도의 힘이 있다고 나는 전적으로 믿는다.
기도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그냥 할 일을 한 것 같은 느낌.
오늘부터는 '9일 기도'를 해보려고 한다. 제주도 가서도 남편과 미사볼 거니까 같이 마음 모아 묵주기도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돌고래가 자주 나오는 대정읍의 어느 바닷가에 앉아 기도를 드려도 행복할 것이다.
신앙이 같은 사람을 만나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건 정말 큰 축복인 것 같다. 하느님께 감사하다. 무엇보다 나와 결혼하기 위해 교리 교육을 받고 가톨릭 세례를 받은 무무에게도 고맙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했던 '성가정' 이루어 주셨으니 앞으로의 날들도 주님 품 안에서 기쁘게 잘 지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