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힘보다 나아가는 힘
몸이 멈추면 마음도 금세 굳어버린다. 근원적인 죽음은 몸이 멈출 때가 아니라 마음이 멈출 때부터 시작된다. 생각이 흐르지 않고, 감각이 닫히며, 표현하려는 욕망이 조용히 식어갈 때 우리는 ‘살아있음’의 본질에서 멀어진다. 작업실에 앉아 붓을 들 때마다 이 사실을 절감한다. 붓질은 단순한 손의 움직임이 아니다. 세상과 나 사이의 희미해진 경계를 다시 이어주는 일, 내 안의 숨을 세상으로 내보내는 일, 그것이 바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작은 의식이다. 작은 움직임 하나가 생명을 다시 불러오고, 의지의 증거가 된다. 인간에게 의지는 단순히 목표를 향한 욕망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지탱하는 힘이다.
화가로서 수없이 붓을 들고 내려놓았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멈추지 않으려는 몸의 선언이며, 무너진 내면을 일으켜 세우려는 의식이었다. 때로는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 있다. 손끝이 무겁고, 머릿속은 공허하고, 시간은 흐르지 않는 듯하지만, 그 정적 속에서도 손끝은 어딘가를 향해 움직인다. 종이에 흔적을 남기고, 다시 나를 불러 세운다. 인간은 움직임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생명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멈춤은 끝이 아니라, 다시 움직이기 위한 숨 고르기일 뿐이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릴 때, 생각이 다시 흐르고 닫혀 있던 감각이 열리며, 생명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또 한 번 증명한다. 이 경험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안다. 인간은 누구나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통해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가만히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듯 보여도, 마음속에서는 수천 갈래의 생각이 끊임없이 움직인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눈동자가 빛을 좇아 흔들리며, 마음은 보이지 않는 파동을 일으킨다. 겉으로 드러나는 멈춤은 착시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려는 작은 몸부림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모든 움직임이 삶을 살게 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공허와 정적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 나에게는 그림이 그러했다. 붓을 잡는 손, 글을 써 내려가는 손, 그 손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언젠가 완성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직접적인 행복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지속했느냐이다. 꾸준히 움직이는 손끝에서만 성취의 맛을 느낄 수 있었고, 존재의 근본적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움직임은 장해와 맞서는 과정이기도 하다. 장해는 물질적일 수도, 정신적일 수도 있다. 어떤 색이 생각대로 표현되지 않을 때, 어떤 문장이 끝끝내 완성되지 않을 때 저항과 마주한다. 그 저항을 극복하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살아있음을 즐기는 순간이기도 하다. 장해가 없으면 정체되고, 지나친 편안함은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도전하며, 때로는 작은 싸움을 선택한다. 그 싸움 속에서 우리는 단단해지고, 이전보다 더 넓은 시선과 깊이를 얻는다. 삶의 진정한 향유이며, 의지의 즐거움이 여기에 있다.
이 모든 움직임은 반드시 거창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반복하는 사소한 행위인 아침의 커피를 내리기 위한 손길, 아이의 옷깃을 고쳐주는 손길, 종이에 그리는 낙서한 줄과 같은 작은 움직임들이 쌓여 삶의 맥을 만든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한다.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삶과 세상을 향해 뻗는 의지의 연장선이 된다. 움직임 속에서 존재를 확인하고 존재 속에서 다시 움직이는 반복 속에서 우리는 살아있음을 체감한다.
살아있음은 곧 움직임이다. 움직임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누군가를 향해 손을 뻗고, 세상을 향해 색을 칠하고, 마음을 향해 글을 남기는 모든 행위가 모여 삶에 빛을 더한다. 나는 오늘도, 내일도, 작은 손끝의 움직임을 믿는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하고,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그 믿음 속에서 인간의 의지와 움직임, 그리고 생명의 지속을 다시 확인한다.
당신의 하루에 건네는 작은 질문
1. 오늘 하루, 어디에서 살아있음을 느꼈나요?
살아있음을 가장 크게 느낀 순간:
그 순간, 몸과 마음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2. 저항과 마주했을 때, 당신은 어떻게 나아갔나요?
맞선 저항:
그 속에서 발견한 힘과 깨달음:
3. 움직임 속에서 발견한 나만의 힘이나 즐거움은 무엇이었나요?
움직임이 준 힘:
그 힘이 하루에 미친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