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아프리카 속담)
한 노인은 일제시대에 나서 중학교 때 6.25를 겪었다. 1960년 대부터 1990년 대 후반까지 남도 끝 지방에서 공무원으로 살았다. 섬마을 7남 2녀 중 장남으로 결혼해서도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고 3남 2녀를 낳고 길렀다. 그 시절 누구나 그랬듯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공직에서 퇴임한 후에도 사회에서 활발히 명예직으로 근무하며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자 했다. 부인과 자녀를 사랑했고 눈물도 정도 많았다. 여행과 바다와 비린내나는 음식을 좋아했다. 그가 걸어왔던 시간-울고 웃었던 수많은 경험과 지혜는 그의 도서관에 책으로 채워졌다. 마침내 도서관 한 채를 이뤘다.
도서관 하나가 사라졌다. 며칠 전만해도 세상 사람이던 그는 하루아침에 세상에서 사라졌다. 마술사가 비둘기를 한 순간에 사라지게 만들어 버린 것과 같았다. 순식간이었다. 남은 자들은 그를 서둘러 죽은 자로 처리했다. 그의 삶은 사진과 사랑했던 이들의 추억 속에서만 존재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였다. 세상은 냉정하다. 사진 속에서 존재했던 그도 사라졌다. 이제 그의 삶은 남은 자들의 기억 속에서도 얼마 안 있어 사라질 것이다. 그의 존재는 우주 어딘가에서 한 점이 되어 공간을 채우고 있을까.
그가 몸으로 살아내며 써내려간 소설책도 잠언집도 에세이도 시도 눈물 젖은 책장도 다 사라졌다. 그와 함께 그의 세계도 사라졌다. 마술처럼 연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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