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 Me

상처입은 치유자

by 또다시

편지가 왔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벌써 50일이 다가옵니다.


슬픔을 잘 이겨내고 계신지요.



떠나간 사람은 하늘의 별이 되고, 구름이 되고, 그리고


천개의 바람이 되어 우리 주위에 수호천사로 함께 한다고 합니다.



슬프면 슬프다고 표현하세요.


그리고 항상 힘내세요.


저희가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


아빠의 죽음 이후엔 아빠를 연상시킬만한 모든 물건을 깨끗이 정리했다. 엄마가 점점 죽음과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때부터 엄마의 물건을 하나씩하나씩 보이지 않은 곳으로 숨겼다. 세상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면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내가 살기 위해서 미리 준비했다. 돌아가신 분들이 썼던 물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아서 그러면 내가 너무 슬플 것 같아서 깔끔하게 정리했다. 난 정말 겁쟁이고 비겁하다.



발신인, '은평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 봉투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아직도 못다한 일이 남아 있는가? 무엇이 나를 또 아프게 할 것인가? 엄마를 아직도 못 보내게 만든 무엇이 있는가? 엄마는 여전히 아픈가? 나에게 '엄마'라는 말은 트라우마가 돼 버린 것 같다. 엄마와 관계된 모든 것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간 지 50일. 난 여전히 엄마를 보내지 못했다. 슬프다고 말도 못했고 울지도 못했다. 내 감정을 회피하고 있다. 슬픔이 올라오려고 하면 고개를 저었다.



영화 '코코'에서는 산 자들이 죽은 자를 기억해야 진정한 천국으로 가며, '진정한 죽음은 모두가 나를 잊을 때'라고 했다. 진짜 죽음은 육체적인 죽음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워질 때 비로소 완전한 소멸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단순히 육체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남긴 기억, 사랑, 영향력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깊은 진리를 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 그들을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게 하는 행위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 곧 그들의 영혼을 이어가는 길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마음은 단지 슬픔을 넘어서, 그 사랑이 계속 살아 숨 쉬는 방식이다.



오늘 편지를 받고 '나'를 점검했다. 이러다 엄마는 나를 괴롭히는 원수가 돼 버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안될 일이다. 나와 엄마 모두를 위해서 내가 '기억'을 해야한다. 살아있는 가족들 사이에서 존재가 거의 잊혀져 가고 있던 헥터에게 딸 코코는 Remember Me 노래를 부르며 헥터를 살려낸다. 사랑과 기억이 얼마나 강력한 연결 고리인가. 세월호 학생들의 교실, 그들의 방도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기억할게요, 엄마.


https://youtu.be/KP_XkN2v7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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