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치유자
보자기엔 각각 다양한 사연이 있다. ‘이모네 홍어’, ‘롯데 백화점’, ‘장수 떡집’, ‘함양 곶감’ 등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함께 풍성한 선물이 담겨 우리 집에 온 보자기들. 오늘 옷 정리를 하며 가슴이 찡한 한 장의 보자기를 발견했다.
“1999년 12월. 축 정년 퇴임. 목포시청 김** 과장”
돌아가신 아버지는 관운이 없었다. 실력이나 청렴이 통하지 않던 그 옛날 관직 사회에서 정직하고 성실만 했지 ‘돈’은 없었던 아버지, 승진 철만 되면 우리집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아버지는 유력한 승진 후보자로 늘 이름이 올랐지만 결국 승진이 된 사람은 전혀 뜻밖의 사람이곤 했다. 뇌물과 촌지가 오가던 시대에 돈 앞에선 공정과 정의는 무너졌다. 아버지는 ‘동장’을 해보지도 못하고 퇴직하셨다. 아버지는 퇴임식장에서 아주 당당하셨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시장이 주는 표창장을 자랑스럽게 받으셨다. 눈물에 인색한 나였지만 그날은 눈물이 줄줄 흘렀다. 우리 가족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그들이 남긴 작은 물건들이 나를 괴롭힐 것이라 여기고 모든 것을 모조리 정리해 버렸는데, 오늘의 이 보자기는 이리 남아서 옛일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부모님만 생각하면 ‘죽음은 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는 것에 집착하고 싶지 않다. 부모님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