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본관 3층 동편 맨 끝 교실은 5학년 5반 교실이다. 2018년 2월 중순에 이곳에 입주했다. 교실 전 주인은 50대 후반 인상 좋은 선생님이었고 전근가신다고 했다. 전 주인도 맘에 들었고 교실도 좋았다. 햇빛이 잘 드는 냠향, 따뜻한 공기가 풍성하게 생산되는 히터, 짜임새있는 수납공간, 너른 복도, 복도에 딸린 베란다, 가까운 화장실 등 흠잡을데 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학교에 부임한 첫 해부터 이 교실에서 5학년 5반을 5년동안 맡았다. 주인장과 교실은 그대로이고 학생들만 5번 바뀌었다. 학교에 도착하면 습관처럼 3층 우리반 교실을 올려다봤다. 평화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평안한 나의 교실이었다. 이른 아침에 출근한다. 7시 30분이 되기 전에 교실에 들어간다. 아이들이 오기 전 한 시간동안 교실은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되며 하루를 계획하며 여유로운 출발을 한다. 해마다 좋은 일도 있었고 고달픈 일도 있었지만 지금 내가 이렇게 무사한 것을 보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5년이었던 것 같다. 첫 해의 5학년들은 내년이면 고3이 되겠다.
오늘도 깜깜한 새벽에 출근을 했다. 내가 가장 먼저 학교에 도착했고 눈이 얕게 쌓여 있었다. 차에서 내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걸어 학교에 들어갔다. 6년 째인 올해는 4학년 1반을 맡고 있지만 습관은 5학년 5반 교실에 먼저 시선을 두게 했다. 이 학교를 떠날 날이 머지 않았기에 지난 6년의 시간들 특히 5년동안 살았던 교실의 추억으로 콧끝이 시큰했다. 학교를 떠나는 선생님들의 송별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 있다.
“이 학교에 있는 동안 제가 결혼을 했고, 우리집 자녀들이 잘 성장했고, 좋은 학교에 갔으며 우리가족 모두 건강했고…. 그래서 감사합니다.”
이 학교에 근무했던 지난 6년 동안 우리 가정에도 변화가 많았지만, 생각해 보니 선생님들의 송별사처럼 가족 모두 건강했고 무사했다. 큰 부자가 되지 않았지만, 출세는 하지 않았지만 평범한 6년을 보낸 것 만으로도 잘 살았으며 감사한다.
앞으로 갈 새 학교의 몇 년동안은 또 어떤 삶이 펼쳐질까? 그 학교를 떠날 즈음에도 오늘처럼 ‘감사하는 마음‘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