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스 무지개가 있는 풍경, 베토벤 전원교향곡
그림 속은 참 평화로워 보인다.
소녀들, 말, 오리, 소, 양
다들 여유 있고, 한가롭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내 귀에 들리는 음악은 바로 이 곡이다.
'바흐의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처럼 넓고 푸른 풀밭에
양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고,
사람들이 잔디밭에 누워있고,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아름다울 것 같다.
그냥 푸른 풀밭이 아니라 생기가 돌고,
푸른 기운이 막 솟아나고,
누구라도 미소가 지어지는 기분 좋은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베토벤은 종합병원이라고 불릴 만큼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이렇게 싱그럽고 에너지를 뿜뿜 주는 곡을 작곡했을까?
베토벤은 교향곡 6번 Op. 68을 '전원생활의 추억'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위한 곡으로 위촉받아서
1808년 여름 동안에 쓴 것이다.
그래서 전원 교향곡이라고 불린다.
초연은 1808년 12월 22일 오스트리아 빈의 테아터 안 데어 빈 극장에서 연주되었다.
지휘는 베토벤 자신이 하였고, 애드혹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다.
고전주의 교향곡으로는 이례적인 5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었다.
각 악장에 묘사적인 표제를 달았는데,
합창이 들어간 독특한 9번 교향곡과 함께 이례적인 외형을 가지는 작품이다.
1. 시골에 도착했을 때의 유쾌한 감정의 각성
2. 시냇가의 정경
3. 시골 사람들의 즐거운 모임
4. 뇌우, 폭풍
5. 목가. 폭풍 후의 기쁜 감사의 기분
헌정은 롭코비츠 공작과 라즈몹스키 백작에게 공동으로 되었다.
베토벤은 똑똑하고 책을 많이 읽고 말을 잘해서 이런 귀족들과 대화를 하고,
자신의 곡을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막힘이 전혀 없었다.
귀족들에게 후원을 받고, 교제하고 우정을 나누면서
귀족 친구들이 베토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모른다.
그에 보답하듯 이런 멋진 곡들을 귀족 친구들에게 헌정했던 베토벤이다.
독일어식으로 읽으면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다.
베토벤에서 악센트는 '베'에 들어간다.
독일로 유학 가기 전 독일 1.5세 아주머니에게 독일어 회화를 배웠다.
나의 가장 큰 약점이 스피치였다.
그래서 독일에서 중학교부터 쭉 살다가 결혼하고는 한국으로 나오신 분께 독일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배웠다. 배웠다기보다는 내가 독일어로 이야기하고 그것을 고쳐주는 방식의 수업을 했다.
그때 그분의 가르침으로 베토벤의 악센트는 '베'에 들어간다.
아주 과하다 싶을 만큼 강하게
> 베 토벤이라고 발음한다.
독일 본에서 태어난 베토벤은 아버지에게 구타와 폭력에 시달렸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베토벤이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모차르트처럼 키워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했다.
베토벤은 아주 내성적이라서 남들 앞에서 연주를 시키면 많이 긴장하고 부끄럼을 타고 떨어서 피아노 연주를 제대로 못했다.
그런 날에는 아버지에게 맞고 욕 듣고 감금당해서 연습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당시의 핫한 도시 오스트리아 빈으로 옮겼다.
빈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피아니스트로 베토벤은 이름을 날렸다.
겨우 빈에서 자리를 잡고 피아니스트로 작곡가로 살아가던 베토벤.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귀가 안 들린다.
점점 귀가 안 들린다.
20대 중반부터 귀가 안 들리기 시작했으니,
음악가로서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지 가늠이 안된다.
죽으려고 유서까지 썼으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짐작이 간다.
유서이야기부터는 다음에 하고,
그런 베토벤이 아름다운 전원 교향곡을 썼으니 꼭 들어봐야겠지?
그림과 함께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1악장부터 들어보자.
HR신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추천한다.
안드레스 오로츠코-에스트라다의 지휘이다.
콜럼비아 출신의 지휘자인데, 뭔가 모르는 탄력감이 있어서 참 좋다.
나를 절대로 바닥으로 떨어트리지 않는 그 탄력감이 좋고 부럽다.
https://youtu.be/Zv4PIFRpYcw?si=G0xrKI5WLu5jbc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