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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효율이 아니잖아요 문학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feat. 문학하는 마음 (김필균) | 제철소

by 해나책장


팔리는 책만 만들고 쓴다해도 생존이 쉽지 않은 이 시대에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제철소의 두 번째 마음 시리즈 [문학하는 마음]

그놈의 문학병이 바이러스처럼 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는 이 책을 썼다고 했다.


문학하는 마음을 지속하려면 마음에 무엇을 품어야 할까?

나는 이러한 질문으로 이 책을 읽었다.


사실 답은 읽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은 사랑.

그리고 이 책을 읽는 건 그 답을 다시 한 번

확인 해 가는 과정이었다.


이 책은 열 한명의 문학 종사자들의 인터뷰가 수록된다.


신간이 나오면 꼭 챙겨보는 좋아하는 분들 여럿과

이 책을 통해 처음 이름을 듣게 된 몇몇 분의 이야기는 모두 좋았다.

그들의 중심에는 하나같이 자기 업에 대한 사랑이 있었으니까.


작가는 "인터뷰이들이 현실을 객관적으로 전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으나

경제적인 혹독함을 얘기하는 순간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애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고 말한다.

사랑은 우리를 직진하게 한다.


이 책에 나온 열한 명의 인터뷰이들은 문학에 대한 사랑으로

무명의 시기와 가난하고 고단했던 시간들을 중단없이 나아간다.


쓰고 또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나의 작품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


이 책을 세 가지 키워드로 소개하고자 한다.



# 견디다 # 채우다 # 가꾸다






견디다: 고정 수익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을 견디기

(어린이 청소년 문학 작가 김혜정)



이 책에 등장하는 김혜정 작가는

어린이,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것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 그녀의 인터뷰가 마음에 남았다.


나를 관심 있게 들여다볼 줄 아는 눈이 타인을 바라보는 눈이 되고,

그것이 다시 이야기를 만드는 힘이 될테니

우선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


그녀는 전업 작가로 살아도 괜찮겠다고 마음먹는데

7년이 걸렸다.

그녀가 고정 수익을 얻기까지 포기하지 않은 힘은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었고,

그만큼 자신의 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채우다: 인내, 체험, 다작으로 채워간 기다림의 시간

(시인의 마음 박준)





이 책에는 내가 참 좋아하는 박준 시인도 [시인의 마음] 꼭지로 참여했다.

나는 박준 시인이 어느 면에서 천재적이라고 생각한 독자였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이나 표현력은

시에서도 산문에서도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그는 신춘문예와 문예지를 합쳐 100번 떨어졌고

그 동안 1000편의 시를 썼다고 한다.

그는 좋은 시를 쓰기 위해 독자들과 비슷한 일상을 이어간다.


그렇게 담아낸 그의 보편성과 개성은

그를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만들었다.

그가 취재하고 경험하며 쓴 시는 탄탄해졌다.

그리고 그 전에 이미 그는 1000편의 시를 쓰며

쌓아놓은 내공이 있었던 것.


그는 고시원에 대한 시를 쓰기 위해 고시원에 들어가 살고

병원에 대한 시를 쓰기 위해 퇴근하고 계속 병원에 앉아 있었다.


광장에 있던 피켓들을 보며 '시민과 시인이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이후 시민 단체에서 여는 세미나나 강좌들을 찾아 들었다.


인터뷰를 읽고 나니

그의 시가 가진 힘이 무엇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쓰여진 글들이 거품일수는 없으니까.

쓰기 위해 체험으로 채워간 것들은

문학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


최대한의 정성을 삶 속에서 쌓아가고 문학을 통해 제시하는 것.

그 태도는 마음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는 첫 시집이 나오기 까지 글을 써놓고

1년을 더 가다듬어야 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며 그는 시와 시집에 대해 품고 있던

자신의 과도한 욕망 같은 것들이 사그라든 시간이었다고 표현한다.

아름답게 여물기 위해서 불순물이 다 빠져나갈 시간이 필요하니까.

인내의 시간은 순도높고 밀도 높은 열매를 만든다.

그 과정을 통과해내는 것은 모두에게 가혹하지만

통과해낸 사람들은 단단한 아름다움을 얻게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덕분에 이 아름다운 시인을 얻었다.

나는 이 꼭지를 읽으며 기다림과 절대적인 노력에 대한

용기와 확신을 다시 한번 얻었다.







가꾸다: 마음과 자기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일

(소설가의 마음 최은영)





작품을 쓰는 작가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독자에게

힘을 얻는다는 최은영 작가.

그녀의 인터뷰를 읽으면 작품을 쓸 때 자신이 어떤 마음이었는지가

세상의 평가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쇼코의 미소 같은 놀라운 책을 쓸 수 있었구나'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쇼코의 미소) 말했던 작가.

그녀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기 세계가 있어야 하고

기본적으로 자기에 대해 정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직하지 않으면 자꾸 자신을 꾸며서 생각하게 되고

꾸며낸 자신의 모습을 믿게 되면 겉멋이 돼버리는 것 같다고.

그래서 자기 마음 안에 있는 좋지 않은 것,

얼마쯤 부끄럽고 싫은 것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들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들은 이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그녀의 소설은 그녀의 삶의 태도와 마음,

자신과 세상의 좋지 않은 모습과 부끄러움도

덤덤하고 진실되게 담아내니까.

작가의 그런 글들을 읽으며 우리는

마음이 일렁이고 작가와 연대하게 되었을테니까.









이 외에도 이 책을 통해

다양하고 단단한 문학인들의 중심을 만나볼 수 있다.

견디고 채우고 가꾸는 시간 동안

그들을 지탱하게 한 건 문학하는 마음, 본질에 대한 사랑이다.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어느 정도 문학계에서 성공을 거둔 분들이다.

본질을 사랑하고 추구한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 등장한 성공한 그들은 모두 본질을 추구하고 있었다.


[문학하는 마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본질에 대한 추구는

내가 끊임없이 니의 업에서 보고 싶고 듣고 싶었던 태도와 마음이었다.


사업에는 여러 효율적인 것들이 필요하다.

수익 창출이 되어야 업을 지속하고 본질을 지켜갈 수 있다.

그러나 본질없이 효율만 추구하는 순간

그 본연의 깊이와 개성을 잃어버린다.

사랑은 효율이 아니니까.



자신이 바라는 필드에서

우리의 업을 견디고 채우고 가꾸는 것이 고단할 때

이 책 [문학하는 마음]은 여러분이 나아가는 길에

단단한 위로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사랑과 마음을 연료로

자신의 업을 가꾸어 가고 있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김필균 작가의 [문학하는 마음]




https://www.youtube.com/watch?v=TuAXDoz2W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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