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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특강과 멘트 낭독

Voice Training

by 하정

장마철이라 그런가 거의 매일 비가 왔다. 엄청난 비가 올 예정이니 조심하라는 경고 문자가 계속 오고 있었다. 걱정됐다.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까?'


10시부터 물폭탄이 떨어진다는 예보에 아침 일찍 아기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스피치 수업을 들으러 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아기에게 우비를 입히고 세발자전거에 태웠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9시 조금 넘어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용산 FM 사무실로 향했다. 너무 일찍 나와서일까. 10시 시작인데 9시 40분에 도착했다. 들어가니 방송국장님, 강사님, 매번 계셨던 여자분이 나를 반겨 주셨다.


"오늘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쏟아지기 전에 서둘러 왔어요."


국장님은 차를 내주시면서 말씀하셨다.

"대본 낸 사람이 하정님뿐이 없어요."


저번주에 10분 분량의 라이오방송 대본을 제출하라고 하셔서 겨우겨우 작성해 어젯밤 이메일로 보내 드렸다. 처음에 작성할 때 어떤 틀이나 양식이 없어 막막했고, 이후 카톡으로 대본 예시를 올려 주셔서 참고해서 겨우 썼다. 대본 작성이 쉽지 않았다.


"저도 대본 쓰려는데 막막하더라고요. 양식도 예시도 없어서 처음엔 더 헤맸어요. 아마 다른 분들도 그래서 제출 못하셨을 것 같아요."


이후 교육방송을 하고 싶다는 60대로 보이는 여자분이 들어오셨다. 연세가 있으셔서 노트북을 다루거나 유튜브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셨지만 수업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오시는 분이었다.


이후 그동안 수업 들으며 딱 한번 봤던 30대 중반의 남자분이 들어왔다.


매번 같은 자리에 앉아 계셨던 스승과 제자 두 분은 오늘 일정이 있어 못 오셨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매번 꽉 찼던 사무실이 한산했다. 너무 사람이 없으니 어색한 기운까지. 국장님은 수강생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계셨다.


"오늘 N님은 안 오세요?"


30대 초반 정도 보이는 젊은 여자분이었는데 아이디어도 좋고 말도 재밌게 하는 유쾌한 분이었다. 속으로 제발 그분만이라도 오길 바랐다. 다행히 그분이 도착했고 스피치 수업이 시작됐다.


수업 때 뒤에서 묵묵히 계시고 사진 찍어주던 단아한 이미지의 여자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오늘 수업의 강사분이었다.


이렇게 수강생 4명, 기존 강사님, 국장님 이렇게 6명이 스피치 강의를 듣게 됐다.


복식호흡을 시작으로 강의가 시작됐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뱉는 연습을 하면서 소리를 내었다. 라디오 DJ를 하면 계속 말해야 하는데 복식호흡으로 말하면 목이 아프지 않다고 하셨다.


다들 서서


'가! 갸! 거! 겨! 고! 교! 구! 규! 그! 기!'


힘차게 소리를 내었다. 하다가 웃겨서 서로 웃기도 하고 재밌게 수업이 진행됐다.


단모음, 이중모음에 대한 이해와 발음에 대해서도 배웠다. 단모음은 입술 모양이 변하지 않고 이중모음은 입술 모양이 변한다. 'ㅏ'는 단모음, 'ㅢ'는 이중모음이다. 'ㅢ'는 '으'+'이'를 빨리 발음해야 한다.


발음 중 '의'에 대한 것은 큰 도움이 됐다.


'의'가 단어 앞에 오면 '의'로 발음: 의사[의사], 의지[의지], 의회[의회] 등

'의'가 단어 뒤에 오면 '이'로 발음: 회의[회이], 정의[정이], 편의[편이] 등

'의'가 조사로 오면 '에'로 발음: 나의 일기[나에 일기]


다음은 단어의 장음, 단음.


밤(:) 산에서 밤새도록 밤(:)을 먹었다.


(:)이 붙어 있는 게 장음으로 조금 길게 발음해 줘야 한다.


강사분은 이런 것을 다 지키면서 발음해야 듣는 사람이 편안하게 느끼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하셨다.


유명한 라디오 DJ들의 오프닝 멘트를 들려주셨는데 특히 이금희 아나운서의 멘트는 귀에 꽂히듯이 잘 들렸다. 그녀가 표준 발음을 거의 완벽하게 지키며 발음하는 분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편안하게 들렸나 보다.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혜택(편안하게 듣는 것)이 알고 보면 누군가의 엄청난 노력(발음연습)의 결과라고 생각하니 그걸 몰라줬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후 문장을 읽으며 어떤 말에 강조를 하거나, 한 호흡, 반호흡 쉬며 읽거나, 잠시 멈췄다 읽는 pause에 대해 배웠다. 이런 효과를 주면 내용을 더 살릴 수 있다고 하셨다.


pause 같은 경우 대표적인 예가 "정답은? // OOO입니다." 일 것이다. 김성주 아나운서 잘하는 '정답은?' 멘트를 상상해 보니 이해가 잘 됐다.


이론 수업이 끝나고 준비된 멘트를 라디오 DJ처럼 읽었다. 다들 해봤는데 나는 너무 못해서 주변 사람들이 웃기까지 했다. 내가 들어도 로봇이 말하나 싶었다. 강사분도 당황하셨는지 폭풍 조언을 보냈다.


방송실로 자리를 옮겨 마이크를 잡고 멘트 낭독이 진행됐다. 강사분은 나에게

"하정님. 아기 키우시죠? 아기한테 말하듯 크게 말해보세요."

나는 목소리를 크게 내면서 아기에게 말한다 생각하고 멘트를 읽었다.


이렇게 오늘의 수업은 끝났다.


집에 도착하니 단체카카오톡 방에 낭독멘트 녹음 파일이 올라와 있었다.

들어보고 집에서 맹연습을 해오라는 강사님의 애정 어린 멘트와 함께.


요즘 [열정은 쓰레기다.]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발성에 대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성공하기 위해 배워야 할 목록 중에 발성에 대한 것이었다.


저자는 목소리만 듣고도 그 사람이 성공할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회사에서 임원인 사람들을 보면 발성이 좋고 발음이 명확하고 전달력이 좋다고 한다.


좋은 라디오 DJ가 되기 위해서 발성 연습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무엇보다 말을 많이 해도 목이 아프지 않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다.


이왕 하는 거 최선을 다하자.


오늘부터 발성연습에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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