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가게 되니 이제는 가는 길도 익숙했다. 도착해 보니 그동안 사무실에 꽉 찼던 사람들이 많이 줄어 있었다.
저번주에 강사분이 프로그램 구성안과 오프닝멘트를 써오라고 했는데 그것 때문인지 이제 더 이상 안 나오시는 건지 궁금했다. 그렇게 7명이 참석했다. 강사분은 한 명씩 구성안과 오프닝멘트에 대해 의견과 어떻게 하면 더 나을지 설명해 주셨다.
내가 첫 번째 순서였다. 나는 <육아맘의 힐링 타임>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21개월 아기를 키우는 엄마로서 육아맘들의 마음을 잘 알았다. 그들의 힘듦, 스트레스, 남편에 대한 서운함 등. 그들이 라디오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할 수 있는 라디오방송을 하고 싶었다.
나는 세 개의 코너를 생각해 봤다. 아기자랑, 남편이나 남의 편이냐, 육아정보공유. 아기자랑 코너는 엄마들이 아기를 키우면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싶었다. 두 번째로 남편이냐 남의 편이냐는 남편이지만 가끔 너무 밉고 서운하게 구는 남편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서운함도 풀고 서로 위로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육아정보공유는 어떤 내용을 알고 있을 때 남들도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은 꿀팁을 알려주고 싶었다.
강사분은 내 구성안을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면서 고쳐야 할 부분도 알려 주셨다. 코너를 매 방송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송 내용을 어떻게 얻을지 등에 대해 조언해 주셨다. 그리고 오프닝 멘트에 대해서도 어떻게 내용을 바꾸면 청취자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지도.
내 순서가 끝나고 6명도 이렇게 진행됐다. 이태원 사건을 계기로 안전한 축제를 만들기 위한 방송, 유기견 입양을 위한 방송, 영어 교육을 위한 교육방송, 힐링을 위한 방송, 다양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 등 각자가 원하는 방송이 다 달랐다.
각자의 방송 구성안을 보면서 사람은 정말 다양하고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강사분은 아이디어를 칭찬해 주시면서 기획을 어떻게 하면 괜찮은 라디오방송을 만들 수 있을지 정보를 제공해 주셨다.
이후 오프닝멘트에 대한 녹음이 시작됐다. 강사분이 준비해 온 장치로 마이크를 잡고 녹음을 했다. 처음 해보는 거라 어색했지만 무엇이든 도전해 보기로 했으니 침착하게 대본을 읽어 내려갔다.
수많은 라디오방송을 들으며 '저 사람들은 라디오도 진행하고 좋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해보니깐 이것도 다 스트레스였다. 매번 긴 시간 방송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직접 해보니 알 수 있었다.
대본 작성부터 라디오 진행, 음악 선곡, 음향 조절 등. 물론 규모가 큰 방송은 각자 전문가가 있어서 조금 수월할 테지만 소규모일 경우 혼자 방송을 다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쉬운 것이 없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모든 것이 그런 것 같았다. 제삼자 입장에서 보면 쉬워 보이고 부러운데 막상 내가 하면 쉽지 않았다.
8회 차에 모든 교육이 끝나서 매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다음 주까지 10분~15분 분량의 대본을 작성하고 다다음주 수업 전까지 집에서 핸드폰으로 대본을 바탕으로 녹음을 해 오라고 하셨다.
40초 분량의 오프닝 멘트 쓰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10분 이상의 방송을 만들려면 대본이 거의 10장은 필요했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대본을 쓴다고 해도 녹음까지 잘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재미있게 다녔는데 갑자기 부담감이 엄습해 왔다. 다음 주에는 몇 명이나 나올 것인가? 나는 가게 될 것인가? 갑자기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