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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May 31. 2024

내가 할 거야

32개월 아이 이야기

32개월 된 딸아인 요즘 들어 자기주장이 더욱 강해졌다. 전에도 "내가 할 거야"라고 했지만 요즘 "내가 할 거야"는 강도가 몇 배 세진 느낌이다.

며칠 전 잠자리 들 때 아이 코가 막혀 나잘스프레이로 뚫어주기로 했다. 아이도 불편했는지 순순히 따라왔다. 의자에 앉히고 아기용 스프레이를 코에 뿌리려는데 아이가 말했다.

"내가 할 거야"

나잘스프레이는 길쭉한 끝부분을 콧구멍 끼우고 바로 아래 둥근 부분양쪽에서 검지, 중지 손가락으로 힘을 주며 아래로 확 당겨야 내용물이 발산되는 것이다. 아이는 그것을 코에 집어넣고 열심히 아랫부분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손도 작고 조작 능력도 미숙하니 작동될 리 만무였다. 아이는 계속 시도 중이었다. 밤 11시였고 잠 들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저러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갔다. 아이에게

"엄마가 해줄게"라고 하니

"아니야. 내가 할 거야" 그런다.

그러면서 계속 헛발질이다. 보다 못한 나는 결국 스프레이를 빼앗고 아이 얼굴을 잡은 다음 양쪽 콧구멍에 스프레이를 뿌렸다.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울고 불고 난리였다.

"내가 할 거야. 엄마가 했어"

이러면서 계속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보며 진정되길 바랐으나 멈추다 울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소리소리 지르며 우는 아이를 보니

'저러다 경기 일으키면 어쩌지'라는 걱정까지 들었다.

결국 아이를 붙잡고

"엄마가 미안해. 다음에 하은이가 해"라고 했지만 나를 뿌리치고

"내가 할 거야"라며 계속 울었다. 

결국 아이에게 나잘스프레이를 쥐어주고

"하은이가 해"라고 했더니 조금 진정이 되며 코에 넣고 뿌리기를 시도했다. 훌쩍이며 계속 시도하는 아이를 보며 옆에서 바라볼 뿐이었다. 한참을 해도 안되니

"엄마가 해줘"라며 울먹이며 말했다.

난 스프레이 손잡이를 잡고 눌렀다.

"이제 됐지?"

"응"

아이는 그제야 진정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가 클수록 자기주장도 강해지고 스스로 하려는 것도 많은데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참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육아는 정말 쉽지 않다고 느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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